한국기업 깎아내린 '미신 칼럼'
“한국 대기업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점쟁이에게 의존한다.”

국내 한 소설가가 미국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내 대기업들을 주술에 빠져 있는 집단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옥 이전이나 인력 채용 과정에서 풍수지리나 관상 등을 부분적으로 참고한 것을 두고 점쟁이에게 의존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일반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설가 김영하 씨(사진)는 지난 20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술에 빠질 때(When CEO’s Embrace the Occult)’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뉴욕타임스의 객원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오던 김씨는 이번에 고정 칼럼을 게재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김 고문이 최 회장의 점쟁이 역할을 해왔다고 믿는다”며 “한국처럼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영자들이 점쟁이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주술에 의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현대차,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오너들이 어떻게 주술에 의존해왔는지 등을 나열했다. 칼럼을 읽다 보면 마치 한국 대기업 오너들이 미신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는 의견도 냈지만 대부분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기업 경영 관행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일부 사례를 가지고 모든 기업인들이 주술에 의존하는 것처럼 희화화해서 기업인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게 도대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단상’으로 등단한 뒤 1996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고 2004년 동인문학상, 2012년 이상문학상 등을 각각 수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