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가정신인가] 스타트업 전폭 지원…'창업천국'된 영국, 런던 일자리 27%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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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기업 족쇄부터 풀어라
(3) 무일푼으로도 창업 가능한 英테크시티
실패해도 재창업 지원
15파운드로 하루만에 법인등기
절차 간소화로 창업 문턱 낮춰
(3) 무일푼으로도 창업 가능한 英테크시티
실패해도 재창업 지원
15파운드로 하루만에 법인등기
절차 간소화로 창업 문턱 낮춰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 캐너리 워프(Canary Wharf)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테크시티(Tech City).
이곳은 2010년 초까지 빈민가였다. 버려진 창고, 오래된 공장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도로 양쪽에 10층 안팎의 허름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허름한 곳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창업 열기는 예상 밖으로 뜨겁다. 소셜미디어 관리앱 제작업체 트윗덱, 게임업체 킹닷컴 등 유명 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크고 자랐다.
○영국 벤처정책의 결실, 테크시티
테크시티는 영국의 혁신적 창업 정책이 맺은 ‘결실’이다. 미국에 밀려 벤처산업 분야에서 빛을 못 보던 영국은 테크시티 조성으로 단기간에 ‘벤처강국’으로 급부상했다.
테크시티 조성 이전과 이후 영국 벤처산업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테크시티를 포함한 런던의 정보기술(IT)·벤처기업은 2010년 4만9969개에서 작년 말 8만8215개로 76% 늘었다. 런던 전체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27%가 테크시티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테크시티는 전 세계 ‘핀테크(FinTech)’ 관련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송금, 개인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IT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 따르면 작년 영국의 핀테크 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600%에 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산업 성장률(190%)의 세 배가 넘는다.
테크시티에 최근 5년간 유입된 금융·IT 융합 분야 투자는 7억8100만달러(약 8200억원)에 달한다. 테크시티의 고속 성장을 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작년 11월 “뉴욕 벤처기업의 경쟁상대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아니고 테크시티 기업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무일푼 창업과 폐업이 자유로운 곳
테크시티의 성공을 위해 영국 정부는 창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 우선 법인등기 절차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부 운영 사이트인 ‘컴퍼니스 하우스’에 접속해 회사명, 주소, 자본금, 주주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한 뒤 수수료 15파운드(약 2만6000원)를 내면 하루 만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칠 수 있다. 법인의 등기이사 수와 임기에 대한 제한도 없앴다. 16세 이상의 회사 운영자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자본금 제한도 없다. ‘0원’으로도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영국무역투자청(UKTI) 관계자는 “종잣돈이 없는 창업가들이 형식상 1파운드(약 1800원)를 적어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창업만큼 폐업도 자유롭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면 근로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는 ‘리던던시(redundancy)’라는 규정이 있다. 근로자를 해고할 때 법으로 정해진 퇴직수당만 지급하면 언제든 폐업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대보증 제도도 없고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경영자는 자본금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재창업에 도전할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영국이 작년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서 ‘자금조달 환경’ 분야 4개 평가항목 모두 만점을 받은 이유다. ○월 20만원이면 사무실 임대 ‘OK’
다른 혜택도 많다. 영국 정부는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런던으로 오기를 꺼리는 기업들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를 확 낮췄다. 테크시티에선 책상 하나에 전화, 팩스 등 사무기기가 구비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를 빌리는 데 월 20만원이면 된다. 같은 크기의 사무실 임대료가 월 100만~250만원인 런던 시내보다 5분의 1 이상 저렴하다. 한국의 프레젠테이션 업체 파워피티도 작년 말 월 20만원에 테크시티 인근 사무실을 얻었다. 이 회사 이승일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창업할 때보다 사무실 임대료가 10분의 1밖에 안 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외국 중소기업을 위한 ‘터치다운 프로그램’이란 임대료 지원 서비스도 있다. 사업 첫해 사무실 임대료를 80% 감면해주고, 1년 뒤 임대계약을 연장할 때도 25%를 할인해준다. UKTI 관계자는 “생활비가 비싼 런던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많은 해외 기업이 이런 지원 덕분에 테크시티 입주를 문의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이곳은 2010년 초까지 빈민가였다. 버려진 창고, 오래된 공장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도로 양쪽에 10층 안팎의 허름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허름한 곳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창업 열기는 예상 밖으로 뜨겁다. 소셜미디어 관리앱 제작업체 트윗덱, 게임업체 킹닷컴 등 유명 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크고 자랐다.
○영국 벤처정책의 결실, 테크시티
테크시티는 영국의 혁신적 창업 정책이 맺은 ‘결실’이다. 미국에 밀려 벤처산업 분야에서 빛을 못 보던 영국은 테크시티 조성으로 단기간에 ‘벤처강국’으로 급부상했다.
테크시티 조성 이전과 이후 영국 벤처산업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테크시티를 포함한 런던의 정보기술(IT)·벤처기업은 2010년 4만9969개에서 작년 말 8만8215개로 76% 늘었다. 런던 전체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27%가 테크시티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테크시티는 전 세계 ‘핀테크(FinTech)’ 관련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송금, 개인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IT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 따르면 작년 영국의 핀테크 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600%에 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산업 성장률(190%)의 세 배가 넘는다.
테크시티에 최근 5년간 유입된 금융·IT 융합 분야 투자는 7억8100만달러(약 8200억원)에 달한다. 테크시티의 고속 성장을 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작년 11월 “뉴욕 벤처기업의 경쟁상대는 실리콘밸리 기업이 아니고 테크시티 기업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무일푼 창업과 폐업이 자유로운 곳
테크시티의 성공을 위해 영국 정부는 창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 우선 법인등기 절차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부 운영 사이트인 ‘컴퍼니스 하우스’에 접속해 회사명, 주소, 자본금, 주주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한 뒤 수수료 15파운드(약 2만6000원)를 내면 하루 만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칠 수 있다. 법인의 등기이사 수와 임기에 대한 제한도 없앴다. 16세 이상의 회사 운영자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자본금 제한도 없다. ‘0원’으로도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영국무역투자청(UKTI) 관계자는 “종잣돈이 없는 창업가들이 형식상 1파운드(약 1800원)를 적어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창업만큼 폐업도 자유롭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면 근로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는 ‘리던던시(redundancy)’라는 규정이 있다. 근로자를 해고할 때 법으로 정해진 퇴직수당만 지급하면 언제든 폐업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대보증 제도도 없고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경영자는 자본금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재창업에 도전할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영국이 작년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서 ‘자금조달 환경’ 분야 4개 평가항목 모두 만점을 받은 이유다. ○월 20만원이면 사무실 임대 ‘OK’
다른 혜택도 많다. 영국 정부는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런던으로 오기를 꺼리는 기업들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를 확 낮췄다. 테크시티에선 책상 하나에 전화, 팩스 등 사무기기가 구비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를 빌리는 데 월 20만원이면 된다. 같은 크기의 사무실 임대료가 월 100만~250만원인 런던 시내보다 5분의 1 이상 저렴하다. 한국의 프레젠테이션 업체 파워피티도 작년 말 월 20만원에 테크시티 인근 사무실을 얻었다. 이 회사 이승일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창업할 때보다 사무실 임대료가 10분의 1밖에 안 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외국 중소기업을 위한 ‘터치다운 프로그램’이란 임대료 지원 서비스도 있다. 사업 첫해 사무실 임대료를 80% 감면해주고, 1년 뒤 임대계약을 연장할 때도 25%를 할인해준다. UKTI 관계자는 “생활비가 비싼 런던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많은 해외 기업이 이런 지원 덕분에 테크시티 입주를 문의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