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엔 통신사들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터넷 서비스 회사 등과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패배하기만 했던 통신사들이 다가오는 IoT전에선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부회장은 “통신사의 50년 역사는 패배의 역사”라고 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변곡점마다 통신사는 손해만 봤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기업 AT&T가 1982년 7개 업체로 강제 분할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통신사들은 역사적으로 삼보컴퓨터와 같은 컴퓨터 회사, 하이텔 등 PC통신 회사,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시장변화에 따른 과실을 다른 업계에 내줬다. 애초 통신사들이 승리할 수도 있는 시장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마치 비싼 돈을 들여 호텔을 지어놓고도 호떡 장수들이 로비에서 진을 치고 장사하는 걸 막지 못한 꼴”이라며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IoT전에선 연결성에 강점을 갖고 있는 통신사들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통신 인프라만 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 분석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통신사는 고객이 언제 일어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애플은 고객 정보를 뽑아 단말기 만드는 데만 활용할 수 있지만 통신사들은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수많은 전자 기기를 앱으로만 조정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통신사가 스마트홈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