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감회에 젖은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있다. 바로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옛 ‘에스에스패션’ 출신들이다. 에스에스패션은 삼성물산이 1960년대 시작한 의류사업의 이름. 삼성그룹에선 1990년대까지 삼성물산뿐 아니라 제일모직, 제일합섬, 신세계까지 4개 계열사가 각각 의류사업을 했는데, 당시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은 로가디스 런던포그 후부 카운트다운 다니엘에스떼 등 유명 브랜드와 유통망을 앞세워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닥치자 삼성은 의류사업도 구조조정을 했다. 1999년 5월 에스에스패션을 제일모직에 넘겨 의류사업을 일원화했다. 제일합섬은 학생복사업을 외부에 매각했고, 신세계는 삼성에서 계열분리했다.

갤럭시(제일모직)와 로가디스(에스에스패션)가 합쳐지며 삼성의 패션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2013년 11월 제일모직은 갑작스레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합병돼 해체되자 2014년 7월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패션부문 직원들은 여덟 달 사이 ‘제일모직→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명함을 계속 바꿔야 했다.

그리고 2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해 최종적으로 통합 삼성물산에 속하게 됐다. 에스에스패션 출신의 한 직원은 “여러 회사를 거쳐 16년4개월 만에 다시 삼성물산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