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주인인 사만사 크리스토포레티가 지난 5월 ISS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로 뽑은 커피를 컵에 내려 마시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이탈리아 우주인인 사만사 크리스토포레티가 지난 5월 ISS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로 뽑은 커피를 컵에 내려 마시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상에서 410㎞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활하기란 혹독한 훈련을 받은 우주인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우주인들은 무엇보다 커피나 차를 컵에 담아 마시지 못한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로 꼽는다. 무중력 상태에서 액체 방울은 둥둥 떠다니다가 ISS의 전자기기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모든 음료는 튜브처럼 밀폐된 용기에 빨대를 꽂아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문제를 감안해 우주인들의 오랜 숙원이던 무중력 상태에서도 잔을 기울여 마실 수 있도록 설계한 컵을 개발했다. NASA는 앞서 지난 4월 이탈리아 커피회사가 제작한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기를 ISS로 배송했다. 그러면서 여섯 가지 형태의 투명 플라스틱 컵을 함께 실어 보냈다.

한 번에 150mL 커피를 담을 수 있는 이 컵은 민감한 전자 기계장치가 가득한 ISS 내에서 커피가 쏟아지지 않도록 주름을 냈다. 실수로 컵을 뒤집거나 떨어뜨리더라도 컵 안의 커피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설계했다. 대신 커피를 마실 때면 표면 장력을 이용해 커피가 입술까지 잘 흘러나오도록 했다. 가는 관을 액체에 담갔을 때 액체를 빨아올리는 모세관 현상을 활용해 컵 안의 커피를 끌어올리는 원리다. 마크 웨이스로젤 포틀랜드주립대 교수는 “지구에서와 똑같이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수도 있고 벌컥벌컥 마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ISS에 머물고 있는 미국 우주인인 스콧 켈리와 셸 린드그린, 일본 우주인인 유이 가미야(油井美也)는 현재까지 이 컵을 이용해 뜨거운 음료와 찬 음료를 마셨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2~2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유체역학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