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 떠 있는 지구 최후의 낙원 세이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바마와 베컴 부부가 반한 섬
CNN·BBC·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CNN·BBC·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세이셸? 프랑스나 이탈리아 지방 도시인가요?”
세이셸(Seychelles)로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물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나라가 어느 대륙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유럽의 한 도시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국내에서 세이셸 관광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6년째다. 대부분 신혼여행지를 찾을 때 처음 들어보는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은 지난해 한국 관광객이 1500명을 넘은 따끈따끈한 ‘신상’ 여행지다. 한국에는 아직 낯선 나라지만 세이셸은 이미 유럽과 중동, 중국의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난 곳, 세계적인 축구 스타 베컴 부부가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선택한 곳,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선 전 가족과 찾은 휴양지가 바로 세이셸이다. 영국 BBC뿐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 미국 CNN 등은 세이셸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했다. 분홍색 화강암 해변…수만 마리 야생 거북이…18세기 해적들이 보물 숨긴 곳…
대륙에서 동떨어진 외딴 군도(群島)
세이셸이 이렇게 극찬을 받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자연환경 덕분이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가 붙어 있다가 세 대륙으로 갈라지면서 생긴 섬이라 대륙과는 1600㎞ 이상 떨어져 고립됐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이셸의 자연환경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공항 활주로를 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면 세이셸의 쪽빛 바다와 울창한 숲이 조성된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빛나 세이셸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은 “맑은 날엔 다양한 색깔로 빛나는 바다를 볼 수 있고, 흐린 날엔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언제든지 멋진 곳이 세이셸”이라고 귀띔했다. 운이 좋게도 세이셸에 도착한 날 흐린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떠나는 날엔 맑은 섬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세이셸 수도는 115개 섬 중 가장 큰 마헤 섬의 빅토리아시다. 서울 인사동만한 크기의 빅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작지만 깔끔한 공항을 나오니 동남아시아에서 접할 법한 후텁지근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1년 내내 24~31도의 기온이 유지되는 세이셸은 다른 열대지방에 비해 습도가 낮고 우기에도 비가 오래 오지 않아 언제든지 여행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내는 걸어서 돌아다녀도 두세 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가장 북적이는 거리는 영국 빅뱅 시계탑을 본떠 만든 시계탑을 중심으로 한 ‘레볼루션 애비뉴’와 ‘퀸시 스트리트’ 주변이다. 토착 예술이나 공예품들을 볼 수 있는 갤러리와 상점, 음식점들이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가장 큰 전통시장인 셀윈 클라크 마켓은 근처 해변에서 갓 잡은 생선과 싱싱한 과일, 각종 향신료와 전통의상 등이 자판에 진열돼 있어 현지인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헤 섬은 눈에 보이는 해변마다 아름다워 차를 타고 달리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춰서 해수욕을 하는 여행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섬의 북쪽에는 마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보발롱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밀집해 있다. 스노클링, 서핑 등 해양 스포츠와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보발롱 해변을 따라 야시장이 들어선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생선과 고기 꼬치, 각종 커리와 반찬, 과일주스 등을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발롱 해변 끝에 있는 샤보이호텔(Savoy Resort & Spa Seychelles)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독특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주로 홍돔, 다금바리, 참치 등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김치를 곁들인 갈비다. 식전주는 직접 담근 막걸리. 한국인 아내를 둔 이 레스토랑의 이탈리안 주방장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2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115개의 다른 매력…취향 따라 선택
세이셸 둘째 날 힐튼호텔&리조트가 단독으로 있는 실루엣 섬으로 향했다. 세이셸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여느 아이스크림 전문점 메뉴보다 훨씬 많은 115개의 섬 중 골라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셸에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리조트가 있다. 별장이라고 해도 좋을 초특급 풀빌라 리조트부터 값싼 게스트하우스와 민박까지 다양하다. 작은 섬에 리조트가 단독으로 있거나 아예 풀빌라 하나만 있는 곳에선 섬 전체를 개인 해변처럼 쓰기도 한다.
실루엣 섬에 가려면 마헤 섬의 벨옴 마을(Bel Ombre)에 있는 선착장에서 힐튼호텔 전용 고속페리를 타고 40여분을 들어가야 한다. 벨옴 마을은 해적이 뒷산과 바다에 보물을 묻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인도양의 외딴섬인 세이셸은 18세기에 프랑스가 차지하기 전까지 해적들이 보물을 숨기는 본거지였다. 해적의 보물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벨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실루엣 섬의 힐튼호텔&리조트(Hilton Seychelles Labriz Resort & Spa)는 섬 안에서 모든 레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커다란 마을처럼 꾸며졌다. 신혼부부나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이곳은 해변과 바로 연결되는 풀빌라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거나 배낚시, 트레킹 등 각종 레저활동을 할 수 있다. 섬 안에 숙박객밖에 없는 만큼 자전거를 빌려 외딴 해변을 찾는다면 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115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세이셸…취향 따라 골라 즐기는 재미 ‘듬뿍’
세이셸의 섬들은 정부 지원 속에 자연친화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된 세계 최대 산호섬인 알다브라(Aldabra) 섬에는 몇만 마리의 야생 거북이가 있다. 서프(Cerf) 섬의 숙소는 전통 방식으로 지은 나무 방갈로다. 유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낮에도 문을 다 닫으면 깜깜하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상태로 휴양할 수 있다. 세이셸 최북단의 버드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각종 새 20여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나라 전체에 공장이 세 개밖에 없을 만큼 자연을 해치는 업종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작은 땅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간척지 개발도 활발하다. 국제공항 옆 도로를 달리다 보면 빨간 지붕 건물들이 눈에 띄는 에덴 섬은 세이셸이 남아공 기업과 합작으로 개발한 간척 섬이다. 여기에 레지던스빌라, 비즈니스호텔 등 리조트를 꾸며 외국인 투자를 받고 있다. 공해가 생기지 않도록 섬 안에서는 모래나 땅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 달릴 수 있는 버기카를 주로 이용한다.
‘에덴동산’ 프랄린과 ‘작은 천국’ 라디그
세이셸에 각양각색의 수많은 섬이 있지만 그중 프랄린(Praslin) 섬과 라디그 섬은 여행객들이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섬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 부지런하다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다. ‘에덴동산’으로 불리는 프랄린 섬에는 세계에서 이곳에만 서식하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라는 야자수가 있다. 이 야자수에 달린 열매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린다. 암나무와 수나무의 열매가 다른데, 암나무의 열매는 여성의 엉덩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코코 드 메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발레 드 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엔 원시림 곳곳을 탐험하는 산책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30분~1시간 코스부터 국립공원 정상까지 갔다 돌아오는 3시간30분 코스 등이 있다.
라디그 섬은 세이셸에 있는 41개의 크고 작은 화강암 섬 중 가장 변화무쌍한 해변을 자랑하는 곳이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100선 중 1위와 4위에 라디그 섬의 그랑드 앙스와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 나란히 선정됐다. 햇빛에 따라 분홍색, 회색, 파란색을 띠는 거대한 화강암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에는 이런 화강암의 다양한 색으로 물든 산호 모양 돌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화강암 절벽 너머 숨겨진 해변이 등장한다. 크기가 작은 라디그 섬은 자전거로 서너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라디그 섬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도시락과 여벌 옷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숨겨진 해변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크레올 문화
세이셸 곳곳에는 대통령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마침 제2차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두고 있어 세이셸의 유쾌한 선거활동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주말 저녁이면 뜻이 맞는 가족·친지들과 지지하는 후보자의 응원 티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응원했다. 전체 인구가 9만여명에 불과한 세이셸에선 아무나 시민이 될 수 없다. 외국인이 시민이 되려면 각종 조건을 통과한 뒤 대통령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천국의 모습을 닮은 세이셸의 시민이 되고 싶어 한다. 일자리가 없어도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가 잡히고, 산에 가면 바나나와 빵나무가 즐비한 낙원 같은 환경에 교육과 의료 등 복지혜택도 잘 갖춰져 있다. 모두가 부자로 살진 못하지만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나라. 그런 환경 덕택에 사람들은 느긋하고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다.
이런 세이셸의 문화는 ‘크레올(Creole)’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세이셸의 음식은 프랑스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영국 요리법의 영향을 받았다. 인종도 아프리카 토속민과 영국·프랑스인, 인도인 등이 혼합돼 있다. 크레올어는 프랑스어의 방언인데, 노예제도가 있을 당시 프랑스인들이 노예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크레올 문화는 세이셸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세이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로컬 맥주인 세이브루(Sey Brew)와 에쿠(EKU), 로컬 럼주인 타카마카(Takamaka)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세이셸에서 유명한 바닐라 향이 첨가된 타카마카의 풍미를 그대로 느껴도 좋지만 오렌지주스나 콜라를 더해 칵테일처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에는 세이셸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이셸에서는 한국이 제법 유명하다. 정동창 주한 세이셸 명예총영사가 세이셸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에코마라톤대회를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뛰는 코스가 매우 아름다워 이 대회 일정에 일부러 맞춰 세이셸을 찾는 유럽 관광객도 많다. 내년 2월28일에 아홉 번째 에코마라톤대회(www.seychelles-marathon.com)가 열린다. 벌써 3500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세이셸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시민 참여 행사다. 대회 당일 저녁 버자야 리조트에서는 코리안 갈라 디너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이벤트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세이셸을 둘러보는 여행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세이셸에 가려면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2회 운항한다. 인천에서 두바이, 아부다비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있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하면 주 3회 아디스 아바바를 통해 갈 수 있다. 홍콩~나이로비, 홍콩~아디스 아바바로도 갈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세이셸과 인도양, 아프리카의 주변국을 연계해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프랄린섬과 라디그섬 가는 방법
세이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프랄린 섬은 마헤 섬에서 경비행기로 15분, 고속 페리로 50분 거리에 있다. 경비행기는 국제공항 바로 옆 국내선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라디그 섬까지는 프랄린 섬에서 고속페리로 20분가량 걸린다.
빅토리아(세이셸)=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세이셸(Seychelles)로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물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나라가 어느 대륙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유럽의 한 도시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국내에서 세이셸 관광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6년째다. 대부분 신혼여행지를 찾을 때 처음 들어보는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은 지난해 한국 관광객이 1500명을 넘은 따끈따끈한 ‘신상’ 여행지다. 한국에는 아직 낯선 나라지만 세이셸은 이미 유럽과 중동, 중국의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난 곳, 세계적인 축구 스타 베컴 부부가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선택한 곳,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선 전 가족과 찾은 휴양지가 바로 세이셸이다. 영국 BBC뿐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 미국 CNN 등은 세이셸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했다. 분홍색 화강암 해변…수만 마리 야생 거북이…18세기 해적들이 보물 숨긴 곳…
대륙에서 동떨어진 외딴 군도(群島)
세이셸이 이렇게 극찬을 받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자연환경 덕분이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가 붙어 있다가 세 대륙으로 갈라지면서 생긴 섬이라 대륙과는 1600㎞ 이상 떨어져 고립됐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이셸의 자연환경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공항 활주로를 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면 세이셸의 쪽빛 바다와 울창한 숲이 조성된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빛나 세이셸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은 “맑은 날엔 다양한 색깔로 빛나는 바다를 볼 수 있고, 흐린 날엔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언제든지 멋진 곳이 세이셸”이라고 귀띔했다. 운이 좋게도 세이셸에 도착한 날 흐린 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떠나는 날엔 맑은 섬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세이셸 수도는 115개 섬 중 가장 큰 마헤 섬의 빅토리아시다. 서울 인사동만한 크기의 빅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작지만 깔끔한 공항을 나오니 동남아시아에서 접할 법한 후텁지근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1년 내내 24~31도의 기온이 유지되는 세이셸은 다른 열대지방에 비해 습도가 낮고 우기에도 비가 오래 오지 않아 언제든지 여행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내는 걸어서 돌아다녀도 두세 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가장 북적이는 거리는 영국 빅뱅 시계탑을 본떠 만든 시계탑을 중심으로 한 ‘레볼루션 애비뉴’와 ‘퀸시 스트리트’ 주변이다. 토착 예술이나 공예품들을 볼 수 있는 갤러리와 상점, 음식점들이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가장 큰 전통시장인 셀윈 클라크 마켓은 근처 해변에서 갓 잡은 생선과 싱싱한 과일, 각종 향신료와 전통의상 등이 자판에 진열돼 있어 현지인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헤 섬은 눈에 보이는 해변마다 아름다워 차를 타고 달리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춰서 해수욕을 하는 여행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섬의 북쪽에는 마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보발롱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밀집해 있다. 스노클링, 서핑 등 해양 스포츠와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보발롱 해변을 따라 야시장이 들어선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생선과 고기 꼬치, 각종 커리와 반찬, 과일주스 등을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발롱 해변 끝에 있는 샤보이호텔(Savoy Resort & Spa Seychelles)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독특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주로 홍돔, 다금바리, 참치 등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김치를 곁들인 갈비다. 식전주는 직접 담근 막걸리. 한국인 아내를 둔 이 레스토랑의 이탈리안 주방장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2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115개의 다른 매력…취향 따라 선택
세이셸 둘째 날 힐튼호텔&리조트가 단독으로 있는 실루엣 섬으로 향했다. 세이셸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여느 아이스크림 전문점 메뉴보다 훨씬 많은 115개의 섬 중 골라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셸에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리조트가 있다. 별장이라고 해도 좋을 초특급 풀빌라 리조트부터 값싼 게스트하우스와 민박까지 다양하다. 작은 섬에 리조트가 단독으로 있거나 아예 풀빌라 하나만 있는 곳에선 섬 전체를 개인 해변처럼 쓰기도 한다.
실루엣 섬에 가려면 마헤 섬의 벨옴 마을(Bel Ombre)에 있는 선착장에서 힐튼호텔 전용 고속페리를 타고 40여분을 들어가야 한다. 벨옴 마을은 해적이 뒷산과 바다에 보물을 묻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인도양의 외딴섬인 세이셸은 18세기에 프랑스가 차지하기 전까지 해적들이 보물을 숨기는 본거지였다. 해적의 보물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벨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실루엣 섬의 힐튼호텔&리조트(Hilton Seychelles Labriz Resort & Spa)는 섬 안에서 모든 레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커다란 마을처럼 꾸며졌다. 신혼부부나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이곳은 해변과 바로 연결되는 풀빌라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거나 배낚시, 트레킹 등 각종 레저활동을 할 수 있다. 섬 안에 숙박객밖에 없는 만큼 자전거를 빌려 외딴 해변을 찾는다면 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115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세이셸…취향 따라 골라 즐기는 재미 ‘듬뿍’
세이셸의 섬들은 정부 지원 속에 자연친화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된 세계 최대 산호섬인 알다브라(Aldabra) 섬에는 몇만 마리의 야생 거북이가 있다. 서프(Cerf) 섬의 숙소는 전통 방식으로 지은 나무 방갈로다. 유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낮에도 문을 다 닫으면 깜깜하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상태로 휴양할 수 있다. 세이셸 최북단의 버드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각종 새 20여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나라 전체에 공장이 세 개밖에 없을 만큼 자연을 해치는 업종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작은 땅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간척지 개발도 활발하다. 국제공항 옆 도로를 달리다 보면 빨간 지붕 건물들이 눈에 띄는 에덴 섬은 세이셸이 남아공 기업과 합작으로 개발한 간척 섬이다. 여기에 레지던스빌라, 비즈니스호텔 등 리조트를 꾸며 외국인 투자를 받고 있다. 공해가 생기지 않도록 섬 안에서는 모래나 땅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 달릴 수 있는 버기카를 주로 이용한다.
‘에덴동산’ 프랄린과 ‘작은 천국’ 라디그
세이셸에 각양각색의 수많은 섬이 있지만 그중 프랄린(Praslin) 섬과 라디그 섬은 여행객들이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섬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 부지런하다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다. ‘에덴동산’으로 불리는 프랄린 섬에는 세계에서 이곳에만 서식하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라는 야자수가 있다. 이 야자수에 달린 열매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린다. 암나무와 수나무의 열매가 다른데, 암나무의 열매는 여성의 엉덩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코코 드 메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발레 드 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엔 원시림 곳곳을 탐험하는 산책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30분~1시간 코스부터 국립공원 정상까지 갔다 돌아오는 3시간30분 코스 등이 있다.
라디그 섬은 세이셸에 있는 41개의 크고 작은 화강암 섬 중 가장 변화무쌍한 해변을 자랑하는 곳이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100선 중 1위와 4위에 라디그 섬의 그랑드 앙스와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 나란히 선정됐다. 햇빛에 따라 분홍색, 회색, 파란색을 띠는 거대한 화강암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에는 이런 화강암의 다양한 색으로 물든 산호 모양 돌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화강암 절벽 너머 숨겨진 해변이 등장한다. 크기가 작은 라디그 섬은 자전거로 서너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라디그 섬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도시락과 여벌 옷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숨겨진 해변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크레올 문화
세이셸 곳곳에는 대통령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마침 제2차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두고 있어 세이셸의 유쾌한 선거활동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주말 저녁이면 뜻이 맞는 가족·친지들과 지지하는 후보자의 응원 티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응원했다. 전체 인구가 9만여명에 불과한 세이셸에선 아무나 시민이 될 수 없다. 외국인이 시민이 되려면 각종 조건을 통과한 뒤 대통령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천국의 모습을 닮은 세이셸의 시민이 되고 싶어 한다. 일자리가 없어도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가 잡히고, 산에 가면 바나나와 빵나무가 즐비한 낙원 같은 환경에 교육과 의료 등 복지혜택도 잘 갖춰져 있다. 모두가 부자로 살진 못하지만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나라. 그런 환경 덕택에 사람들은 느긋하고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다.
이런 세이셸의 문화는 ‘크레올(Creole)’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세이셸의 음식은 프랑스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영국 요리법의 영향을 받았다. 인종도 아프리카 토속민과 영국·프랑스인, 인도인 등이 혼합돼 있다. 크레올어는 프랑스어의 방언인데, 노예제도가 있을 당시 프랑스인들이 노예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크레올 문화는 세이셸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세이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로컬 맥주인 세이브루(Sey Brew)와 에쿠(EKU), 로컬 럼주인 타카마카(Takamaka)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세이셸에서 유명한 바닐라 향이 첨가된 타카마카의 풍미를 그대로 느껴도 좋지만 오렌지주스나 콜라를 더해 칵테일처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에는 세이셸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이셸에서는 한국이 제법 유명하다. 정동창 주한 세이셸 명예총영사가 세이셸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에코마라톤대회를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뛰는 코스가 매우 아름다워 이 대회 일정에 일부러 맞춰 세이셸을 찾는 유럽 관광객도 많다. 내년 2월28일에 아홉 번째 에코마라톤대회(www.seychelles-marathon.com)가 열린다. 벌써 3500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세이셸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시민 참여 행사다. 대회 당일 저녁 버자야 리조트에서는 코리안 갈라 디너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이벤트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세이셸을 둘러보는 여행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세이셸에 가려면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2회 운항한다. 인천에서 두바이, 아부다비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있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하면 주 3회 아디스 아바바를 통해 갈 수 있다. 홍콩~나이로비, 홍콩~아디스 아바바로도 갈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세이셸과 인도양, 아프리카의 주변국을 연계해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프랄린섬과 라디그섬 가는 방법
세이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프랄린 섬은 마헤 섬에서 경비행기로 15분, 고속 페리로 50분 거리에 있다. 경비행기는 국제공항 바로 옆 국내선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라디그 섬까지는 프랄린 섬에서 고속페리로 20분가량 걸린다.
빅토리아(세이셸)=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