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 싼 석유 직구사이트, 하루 만에 돌연 폐쇄…왜?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을 중동 지역에서 ‘직접구매(직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이트가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했던 업체가 대중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표방한 지름은 지난 2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석유제품 직구 서비스를 개시한다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시작된 지 3시간 만에 다운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사이트에서 하루 최대 12만원 상당의 휘발유 및 경유 제품을 구매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구해 10~15일 뒤 한국에서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밝힌 23일 기준 중급 휘발유 가격은 L당 1027원, 경유는 792원(운송비 및 관세 포함)이었다. 같은 날 전국 평균 가격(휘발유는 L당 1344.25원, 경유는 1091.84원)과 비교하면 각각 300원 정도 저렴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3일 저녁 사업을 접었다. 회사 측은 “한국 관세청에서 ‘석유 제품의 세관 통과가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해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지름이라는 회사가 ‘개인 소비를 목적으로 석유 제품을 소량 반입하는 게 가능하냐’고 문의해 와 ‘150달러 이하의 물품을 개인 소비 목적으로 들여올 경우 목록 통관 해외직구로 인정돼 관세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을 뿐”이라며 “이들의 목적은 개인 소비가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한 판매인 데다 팔려는 제품 중 불량 제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세를 모두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수출입 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석유 수출입이 불가능하다”며 “불법으로 기름을 수입한 실적이 있는지, 고의로 불법 행위를 하려고 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임원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