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마크 콘스탄틴 '러쉬' 창업자, 꽃·과일 천연성분 화장품 만들자…노숙자 출신의 '향기 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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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반대·공정무역 실천…'No케미' 개념제품 인기 끌어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하자…기계 생산 안하고 手製 고집
고급용기 대신 종이포장
원가 낮추고 제품 질 높여 뷰티 클리닉 운영하다
'더바디샵'에 납품하며 승승장구
51개국 940여개 매장
환경보호 등 경영철학
해외 사업자에 철저한 교육…수익 늘면 기부액도 늘려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하자…기계 생산 안하고 手製 고집
고급용기 대신 종이포장
원가 낮추고 제품 질 높여 뷰티 클리닉 운영하다
'더바디샵'에 납품하며 승승장구
51개국 940여개 매장
환경보호 등 경영철학
해외 사업자에 철저한 교육…수익 늘면 기부액도 늘려
조금 독특한 화장품 회사가 하나 있다. 기계로 대량 생산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제품을 만든다. 화장품 하면 으레 연상되는 고급 포장용기도 없다. 비누 같은 제품은 그저 적당한 크기로 뚝뚝 잘라 종이에 싸서 건네준다. 화장품 숍이라기보다는 과일가게나 빵집과 더 닮은 곳이 이 회사의 매장이다. 무엇보다 화학제품이 아닌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옥시(Oxy)의 살인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시끄러운 요즘 소비자들이 솔깃할 만한 이 회사의 이름은 화장품업계 ‘이단아’ 영국의 러쉬(Lush)다. 러쉬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63)이 설립할 때가 1995년이다. 러쉬의 독특한 영업철학에는 창업주의 마인드가 짙은 화장품 향기처럼 배어 있다.
노숙자 생활 딛고 창업
콘스탄틴의 부친은 그가 겨우 두 살 때 세상을 떴다. 16세가 된 그는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갈등을 빚다 집에서 쫓겨나 숲속에서 거주하는 노숙자 신세가 됐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1주일 내내 인근 대학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어렵게 성장해 20대를 맞은 그는 연극의 분장(扮裝)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원만 고용하는 당시 상황에 막혀 헤어디자이너 겸 두피전문가로 진로를 바꿨다.
고향인 영국의 작은 도시 풀(Poole)에서 활동한 그는 17세에 만난 부인 모 콘스탄틴과 함께 천연 재료를 사용해 머리, 피부미용제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뷰티 테라피스트로 일하던 리즈 위어와 친분을 쌓았고 1977년 콘스탄틴 내외는 위어와 함께 풀의 중심가에 ‘콘스탄틴&위어’라는 뷰티 클리닉을 공동 창업했다. 콘스탄틴&위어는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으로 염색약, 헤나크림샴푸, 아로마테라피 두피오일 등의 화장품을 제조해 팔았다. 훗날 이곳은 러쉬의 모태가 된다.
콘스탄틴&위어의 제품은 획기적인 친환경 제품이었지만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콘스탄틴이 더바디샵 창업자 애니타 로딕을 만난 건 이 무렵이다. 그는 신문에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바디샵에 대한 기사를 읽고 로딕에게 제품의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와 샘플을 보냈다. 제품을 살펴본 로딕은 곧바로 1200파운드(약 205만원)어치의 물량을 주문했다. 당시 더바디샵에 납품한 페퍼먼트 풋로션, 코코아 바디버터 등은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더바디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콘스탄틴도 더바디샵의 가장 큰 공급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양사는 긴밀한 관계가 됐지만 경영 면에서 충돌이 잦아졌다. 콘스탄틴&위어는 케임브리지에 허브농장을 갖고 있었고 체육관이나 두피클리닉 등에 화장품을 팔았는데, 더바디샵은 콘스탄틴&위어에서 만든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독점 공급을 원했다.
친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콘스탄틴&위어와 영리 추구를 더 중시하는 로딕의 의견차도 좁혀지지 않았다. 콘스탄틴은 결국 1984년 더바디샵에 회사를 매각하고 로딕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연이은 실패에도 ‘천연 제품’ 미련 못버려
절치부심하던 콘스탄틴은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1987년 ‘코스메틱스 투 고(Cosmetics to go)’라는 통신판매 방식의 화장품 회사를 새로 창업했다. 제품 판매용 카탈로그를 발행하고 한 달간 판매할 제품을 준비해 전화와 우편으로 주문을 받은 뒤 파는 형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주문에 제품을 제날짜에 배송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마침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 대목을 맞아 새로운 카달로그를 준비했지만 선물이 제날짜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제2의 창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콘스탄틴과 직원들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신선한 화장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1995년 이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가 러쉬다. 사명(社名)은 소비자 공모로 정했다. 글래스고의 한 고객이 응모한 ‘러쉬’는 신선함, 신록 등의 뜻이 담긴 말이다. 과일 등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을 반영했다.
러쉬는 방부제를 거의 쓰지 않아 화장품 유통 기한이 짧다. 포장 용기가 따로 없어 매장은 화장품 향기로 진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스탄틴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용기에 담기지 않으니 냄새가 강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회사 화장품과 달리 천연재료여서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자 선정도 깐깐하게
콘스탄틴은 천연재료를 고집하고, 광고를 하지 않으며, 포장을 세련되게 꾸미지 않겠다는 3대 원칙을 고집했다. 원가는 절감하되 제품 품질은 높이기 위해서다. 포장이 필요한 제품은 반드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이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화장품 반입을 금지하자 판매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숲에서 자란 어린시절의 경험,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기 좋아하던 취미에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영감이 떠오른다는 그는 새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러시는 세계 51개국에서 9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철학이 독특한 만큼 해외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강조, 환경보호 등의 경영철학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부터 화장품 재료에 쓰는 과일, 채소 등을 현지에서 조달해 레시피에 맞춰 제조하는 방식을 직접 전수한다.
2014년(회계연도 2013년 7월~2014년 6월 기준) 러쉬의 글로벌 매출은 4억5400만파운드(약 7751억원)에 이른다. 이 중 514만1000파운드(약 88억원)가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해마다 기부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매출도 전년 대비 16% 늘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옥시(Oxy)의 살인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시끄러운 요즘 소비자들이 솔깃할 만한 이 회사의 이름은 화장품업계 ‘이단아’ 영국의 러쉬(Lush)다. 러쉬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63)이 설립할 때가 1995년이다. 러쉬의 독특한 영업철학에는 창업주의 마인드가 짙은 화장품 향기처럼 배어 있다.
노숙자 생활 딛고 창업
콘스탄틴의 부친은 그가 겨우 두 살 때 세상을 떴다. 16세가 된 그는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갈등을 빚다 집에서 쫓겨나 숲속에서 거주하는 노숙자 신세가 됐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1주일 내내 인근 대학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어렵게 성장해 20대를 맞은 그는 연극의 분장(扮裝)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원만 고용하는 당시 상황에 막혀 헤어디자이너 겸 두피전문가로 진로를 바꿨다.
고향인 영국의 작은 도시 풀(Poole)에서 활동한 그는 17세에 만난 부인 모 콘스탄틴과 함께 천연 재료를 사용해 머리, 피부미용제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뷰티 테라피스트로 일하던 리즈 위어와 친분을 쌓았고 1977년 콘스탄틴 내외는 위어와 함께 풀의 중심가에 ‘콘스탄틴&위어’라는 뷰티 클리닉을 공동 창업했다. 콘스탄틴&위어는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으로 염색약, 헤나크림샴푸, 아로마테라피 두피오일 등의 화장품을 제조해 팔았다. 훗날 이곳은 러쉬의 모태가 된다.
콘스탄틴&위어의 제품은 획기적인 친환경 제품이었지만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콘스탄틴이 더바디샵 창업자 애니타 로딕을 만난 건 이 무렵이다. 그는 신문에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바디샵에 대한 기사를 읽고 로딕에게 제품의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와 샘플을 보냈다. 제품을 살펴본 로딕은 곧바로 1200파운드(약 205만원)어치의 물량을 주문했다. 당시 더바디샵에 납품한 페퍼먼트 풋로션, 코코아 바디버터 등은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더바디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콘스탄틴도 더바디샵의 가장 큰 공급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양사는 긴밀한 관계가 됐지만 경영 면에서 충돌이 잦아졌다. 콘스탄틴&위어는 케임브리지에 허브농장을 갖고 있었고 체육관이나 두피클리닉 등에 화장품을 팔았는데, 더바디샵은 콘스탄틴&위어에서 만든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독점 공급을 원했다.
친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콘스탄틴&위어와 영리 추구를 더 중시하는 로딕의 의견차도 좁혀지지 않았다. 콘스탄틴은 결국 1984년 더바디샵에 회사를 매각하고 로딕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연이은 실패에도 ‘천연 제품’ 미련 못버려
절치부심하던 콘스탄틴은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1987년 ‘코스메틱스 투 고(Cosmetics to go)’라는 통신판매 방식의 화장품 회사를 새로 창업했다. 제품 판매용 카탈로그를 발행하고 한 달간 판매할 제품을 준비해 전화와 우편으로 주문을 받은 뒤 파는 형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주문에 제품을 제날짜에 배송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마침 다가온 크리스마스 시즌 대목을 맞아 새로운 카달로그를 준비했지만 선물이 제날짜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제2의 창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콘스탄틴과 직원들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신선한 화장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1995년 이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가 러쉬다. 사명(社名)은 소비자 공모로 정했다. 글래스고의 한 고객이 응모한 ‘러쉬’는 신선함, 신록 등의 뜻이 담긴 말이다. 과일 등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을 반영했다.
러쉬는 방부제를 거의 쓰지 않아 화장품 유통 기한이 짧다. 포장 용기가 따로 없어 매장은 화장품 향기로 진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스탄틴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용기에 담기지 않으니 냄새가 강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회사 화장품과 달리 천연재료여서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자 선정도 깐깐하게
콘스탄틴은 천연재료를 고집하고, 광고를 하지 않으며, 포장을 세련되게 꾸미지 않겠다는 3대 원칙을 고집했다. 원가는 절감하되 제품 품질은 높이기 위해서다. 포장이 필요한 제품은 반드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한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이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화장품 반입을 금지하자 판매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숲에서 자란 어린시절의 경험,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기 좋아하던 취미에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영감이 떠오른다는 그는 새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러시는 세계 51개국에서 9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철학이 독특한 만큼 해외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강조, 환경보호 등의 경영철학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부터 화장품 재료에 쓰는 과일, 채소 등을 현지에서 조달해 레시피에 맞춰 제조하는 방식을 직접 전수한다.
2014년(회계연도 2013년 7월~2014년 6월 기준) 러쉬의 글로벌 매출은 4억5400만파운드(약 7751억원)에 이른다. 이 중 514만1000파운드(약 88억원)가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해마다 기부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매출도 전년 대비 16% 늘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