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학벌보다 중요한 건 치열함…1만 시간의 법칙처럼 인내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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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월급쟁이 신화'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8년 만에 개발한 '트윈워시' 양산하던 순간
직장 생활 40년 중 가장 기억에 남아
LG선 학력 차별 없어…'이론' 부족은 노력으로
도움 주고싶은 소망·집념이 혁신제품 개발 원동력
8년 만에 개발한 '트윈워시' 양산하던 순간
직장 생활 40년 중 가장 기억에 남아
LG선 학력 차별 없어…'이론' 부족은 노력으로
도움 주고싶은 소망·집념이 혁신제품 개발 원동력
LG그룹 최초의 ‘고졸 부회장’이라는 영광을 안은 지 하루 남짓 지난 2일 퇴근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60·사진)의 표정에서는 기쁨보다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반나절 넘게 기다려 만난 조 부회장의 얼굴이 지하주차장의 희미한 불빛에 비쳤다.
‘고교를 졸업하고 40년 다닌 회사에서 월급쟁이의 최고봉에 오른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어깨가 무겁다”는 답부터 나왔다. 그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용히 의지를 다졌다. 스마트폰, TV, 태양광과 자동차 부품까지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서 챙겨야 할 이슈가 적지 않다. 부회장으로서 첫날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종일 사업본부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당분간 주말과 휴일까지 일정이 촘촘히 잡혀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의 경영 구상과 밑그림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공식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조 부회장의 부회장 승진 전후 몇 차례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5분 남짓 이뤄진 이날 인터뷰와 함께 과거에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LG전자 조성진호(號)’의 모습을 그려봤다.
▷LG전자 수장으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고 갈 생각입니까.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입니다. 품질 최우선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꾸준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요즘 실적이 안 좋은데요.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LG전자에 입사해 40년을 보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1998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한 세탁기를 개발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LG전자가 세탁기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변곡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드럼 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개발을 끝내고 양산한 순간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처럼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세탁기를 나란히 놓기도 하고 쌓기도 했습니다. 꼬박 8년에 걸쳐 만든 트윈워시는 정말 자식처럼 느껴집니다.”
▷고졸 학력이 멍에였던 적은 없나요.
“적어도 LG전자 안에서는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었습니다. 제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론적인 역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요. 이 역시 나름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이 끈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40년 샐러리맨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LG전자가 55년간 투자해온 가전의 핵심 부품인 모터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 등 어려운 순간에도 LG전자는 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어요. ‘축적의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니 모터는 가전사업을 떠받치는 훌륭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일에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전문가로 인정받거나,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들 조금만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묵묵히 정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직장인에게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도 자주 하는데요.
“비전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먼저 자기만의 비전을 정하고 내가 속한 조직에 믿음을 가져야 해요.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필요와 조율하며 꿈을 이뤄나가면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삶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트윈워시와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등 세상에 없던 가전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관성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혁신에 대한 집념입니다. 혁신적인 가전제품 개발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좀 더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공간을 조화롭게 만듭니다. 이는 거실과 주방 등 생활 전반의 문화가치를 바꿉니다. 내 삶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집념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벌 간판 없이 성공한 만큼 자신만의 인재론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교육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선(先) 직장, 후(後) 교육’ 체계로 전환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이 지금 가진 역량에만 맞춰 현실과는 동떨어진 교육을 하기보다는 현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역량을 축적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업 현장은 열정적이고 독한 인재들이 경쟁하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이론과 실제를 잘 결합하는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학벌 이상으로 치열하면서 긍정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가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필요합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우리 무대는 세계 시장이고, 경쟁자 역시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점을 항상 인식하고 교육을 고민해야 합니다.”
▷2013년부터 이끈 HA사업본부(가전담당)가 재임 기간에 사상 최고 이익률을 보이며 LG전자는 세계 2위 가전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공정관리를 통해 원가를 줄인 것이 가장 큰 비결입니다. 부품을 큰 덩어리로 모듈화한 뒤 이를 조립하는 생산라인의 플랫폼화를 지난 3년간 적극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원가가 크게 줄어들지요. 냉장고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몇 년간 3~4%포인트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LG전자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제조업에서 비용은 크게 재료비와 가공비로 구분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이용해 가공비를 최소화하거나 없앤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소비자가 주문한 시점에 부품·소재업체는 필요한 제품 생산에 들어가야 합니다. LG전자 공장 자체는 어느 정도 지능화가 이뤄졌지만 부품·소재 공장까지는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부품 모듈화와 플랫폼 표준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로봇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전에서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모은 융복합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능이 합쳐질수록 집안 공간 효율이 높아지고 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융복합이 끝까지 진전된 모습이 로봇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LG전자의 로봇사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공장에 들어가는 산업용 로봇은 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고,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시험하고 있는 기업 간 거래(B2B)용 청소로봇이 있습니다. 여기에 소비자가 사용하는 생활로봇 시장이 있을 겁니다. 가능성을 탐색하고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미래 노동 네트워크에서 로봇이 담당할 부분이 어디인지 살피고 있습니다.”
조성진은 누구?
대학 학사 학위도 없지만 LG전자 안에서는 별명이 ‘세탁기 박사’다. 1976년 LG전자에 입사해 2013년 1월 백색가전을 총괄하기까지 37년간 세탁기 한우물을 팠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956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도자기를 빚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주길 바랐지만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 기계과에 진학했다. LG전자에 들어와서는 선풍기 등 당시 인기 제품에 지원자가 넘쳐나 세탁기부문에 배치됐다.
기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까지 일본을 150번 이상 드나들며 기술을 배웠다. 전자업체가 모여 있는 오사카를 주로 방문하다 보니 지금도 일본어를 하면 사투리를 써 ‘오사카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청소기를 개발하며 사장실 바닥을 사용 실험에 알맞게 바꾼 것도 유명하다.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으로 “가전은 사양산업”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도 “생활필수품인 가전은 앞으로도 혁신의 여지가 무한하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출범시키고, 모터 등을 중심으로 기업 간(B2B)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프로필
△1956년 충남 대천 출생 △1976년 용산공고 졸업 △1976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상무) △2005년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2013년 HA사업본부장(사장)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고교를 졸업하고 40년 다닌 회사에서 월급쟁이의 최고봉에 오른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어깨가 무겁다”는 답부터 나왔다. 그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용히 의지를 다졌다. 스마트폰, TV, 태양광과 자동차 부품까지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서 챙겨야 할 이슈가 적지 않다. 부회장으로서 첫날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종일 사업본부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당분간 주말과 휴일까지 일정이 촘촘히 잡혀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의 경영 구상과 밑그림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공식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조 부회장의 부회장 승진 전후 몇 차례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5분 남짓 이뤄진 이날 인터뷰와 함께 과거에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LG전자 조성진호(號)’의 모습을 그려봤다.
▷LG전자 수장으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고 갈 생각입니까.
“제조회사의 본질은 제품입니다. 품질 최우선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꾸준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요즘 실적이 안 좋은데요.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LG전자에 입사해 40년을 보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1998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한 세탁기를 개발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LG전자가 세탁기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변곡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드럼 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개발을 끝내고 양산한 순간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처럼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세탁기를 나란히 놓기도 하고 쌓기도 했습니다. 꼬박 8년에 걸쳐 만든 트윈워시는 정말 자식처럼 느껴집니다.”
▷고졸 학력이 멍에였던 적은 없나요.
“적어도 LG전자 안에서는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었습니다. 제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론적인 역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요. 이 역시 나름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이 끈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40년 샐러리맨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LG전자가 55년간 투자해온 가전의 핵심 부품인 모터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 등 어려운 순간에도 LG전자는 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어요. ‘축적의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니 모터는 가전사업을 떠받치는 훌륭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일에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전문가로 인정받거나,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들 조금만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묵묵히 정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직장인에게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도 자주 하는데요.
“비전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먼저 자기만의 비전을 정하고 내가 속한 조직에 믿음을 가져야 해요.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필요와 조율하며 꿈을 이뤄나가면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삶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트윈워시와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등 세상에 없던 가전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관성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혁신에 대한 집념입니다. 혁신적인 가전제품 개발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좀 더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공간을 조화롭게 만듭니다. 이는 거실과 주방 등 생활 전반의 문화가치를 바꿉니다. 내 삶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집념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벌 간판 없이 성공한 만큼 자신만의 인재론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교육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선(先) 직장, 후(後) 교육’ 체계로 전환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이 지금 가진 역량에만 맞춰 현실과는 동떨어진 교육을 하기보다는 현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역량을 축적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업 현장은 열정적이고 독한 인재들이 경쟁하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이론과 실제를 잘 결합하는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학벌 이상으로 치열하면서 긍정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가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필요합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우리 무대는 세계 시장이고, 경쟁자 역시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점을 항상 인식하고 교육을 고민해야 합니다.”
▷2013년부터 이끈 HA사업본부(가전담당)가 재임 기간에 사상 최고 이익률을 보이며 LG전자는 세계 2위 가전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공정관리를 통해 원가를 줄인 것이 가장 큰 비결입니다. 부품을 큰 덩어리로 모듈화한 뒤 이를 조립하는 생산라인의 플랫폼화를 지난 3년간 적극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원가가 크게 줄어들지요. 냉장고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몇 년간 3~4%포인트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LG전자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제조업에서 비용은 크게 재료비와 가공비로 구분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이용해 가공비를 최소화하거나 없앤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소비자가 주문한 시점에 부품·소재업체는 필요한 제품 생산에 들어가야 합니다. LG전자 공장 자체는 어느 정도 지능화가 이뤄졌지만 부품·소재 공장까지는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부품 모듈화와 플랫폼 표준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로봇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전에서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모은 융복합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능이 합쳐질수록 집안 공간 효율이 높아지고 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융복합이 끝까지 진전된 모습이 로봇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LG전자의 로봇사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공장에 들어가는 산업용 로봇은 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고,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시험하고 있는 기업 간 거래(B2B)용 청소로봇이 있습니다. 여기에 소비자가 사용하는 생활로봇 시장이 있을 겁니다. 가능성을 탐색하고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미래 노동 네트워크에서 로봇이 담당할 부분이 어디인지 살피고 있습니다.”
조성진은 누구?
대학 학사 학위도 없지만 LG전자 안에서는 별명이 ‘세탁기 박사’다. 1976년 LG전자에 입사해 2013년 1월 백색가전을 총괄하기까지 37년간 세탁기 한우물을 팠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956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도자기를 빚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주길 바랐지만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 기계과에 진학했다. LG전자에 들어와서는 선풍기 등 당시 인기 제품에 지원자가 넘쳐나 세탁기부문에 배치됐다.
기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까지 일본을 150번 이상 드나들며 기술을 배웠다. 전자업체가 모여 있는 오사카를 주로 방문하다 보니 지금도 일본어를 하면 사투리를 써 ‘오사카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청소기를 개발하며 사장실 바닥을 사용 실험에 알맞게 바꾼 것도 유명하다.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으로 “가전은 사양산업”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도 “생활필수품인 가전은 앞으로도 혁신의 여지가 무한하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출범시키고, 모터 등을 중심으로 기업 간(B2B)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프로필
△1956년 충남 대천 출생 △1976년 용산공고 졸업 △1976년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상무) △2005년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2013년 HA사업본부장(사장)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