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회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1990년대 말 이후 일본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일본 보험회사들은 1990년대 들어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태에서 저축성보험 위주로 영업을 지속하다가 8개 보험회사가 파산하고 대규모 통폐합이 이뤄졌다.

한국 보험업계는 20여년 전 일본 보험업계와 두 가지가 닮았다. 우선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외형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산한 닛산생명과 다이이치화재는 저축성보험이 계약액 기준으로 전체의 60%를 넘었다. 상대적 고금리로 보험계약을 유치해 왔는데 금리가 떨어지다 보니 대규모 역마진이 발생했다.

한국 보험사들도 2000년대 중반까지 팔았던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에 따른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보험업계 총부채 527조원의 평균 부담 이율은 연 4.4%다. 이 중 금리가 확정된 부채는 223조원으로 평균 부담 이율은 연 6.1%다. 노석균 예금보험공사 연구위원은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연 2%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금리 부담이 상당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역마진을 극복하려는 방법도 비슷하다. 파산한 일본 보험사들은 외국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렸다. 2008년 파산한 야마토생명은 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2005년 18%에서 2007년 38%까지 확대했다.

투자자산 대부분은 대출담보부증권 등 구조화금융과 헤지펀드 및 부동산 신탁 등으로 구성됐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위험 역시 큰 상품이었다.

한국 보험사들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달라고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해외 투자 자산 비중은 12% 수준이다.

금융당국도 총자산의 30%로 묶어놓은 보험사의 해외자산 투자 한도를 연내 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일시에 높이면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