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48>] 일회용품 사용은 죄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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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환불제도는 뜻이 좋았으나 실패했죠
식기를 씻어 쓰는 데 자원·시간 더 들 수 있어요"
식기를 씻어 쓰는 데 자원·시간 더 들 수 있어요"
환경주의자들은 일회용품을 무척 싫어한다. 일회용품이야말로 인간의 게으름이 환경을 파괴하는 상징과도 같다는 것이다. 환경주의자들이 자신들만 일회용품 쓰길 거부한다면야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런데 환경주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정부와 환경주의자들의 강권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져 2000년대 초반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 환불 제도를 도입했다. 상거래가 진행되는 중 컵이나 비닐봉투, 쇼핑백 등에 보증금을 수수하는 단계를 더해 일회용품의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일회용품을 쓰기 불편하게 만들면 아무래도 덜 쓸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 규제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가 강권하니 일선 사업자들이야 어쩔 수 없이 참여해 참여율 자체는 높았지만 정작 일회용컵 사용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매상을 올려준 고마운 고객들에게 괜한 불편만 주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컵 보증금은 사실상 버리는 돈이 되고 말았다.
뭔가 개혁을 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땐 그게 인간의 삶을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야 지속이 가능하다. 일회용컵 보증금 규제는 인간의 생활을 되레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식으로 뭔가 뜻을 이뤄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2008년 정부는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원성이 자자했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다.
일회용품 대신 식기를 씻어 쓰면 환경 보호될까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나쁘다는 인식은 놀랍게도 매우 과장됐다.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일회용 식기가 아닌 일반 식기를 쓰면 환경이 더 보호될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 식기를 쓰며 위생을 유지하려면 매번 식기를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세척에 들어가는 물과 세제, 전기 에너지는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게 일회용품을 쓰고 소각할 때 야기되는 오염보다 환경에 더 낫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일회용 식기는 위생 면에서 일반 식기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 일반 식기를 세척해 쓸 땐 확신하기 어려운 식품 위생이 일회용 식기를 쓸 땐 확실하게 보장된다. 철저한 위생이 요구되는 의료 분야 물품 상당수가 일회용품인 게 다 이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수술 용품은 대부분이 쓰고 나서 바로 폐기되는 일회용품이다. 수술 장갑, 반창고, 붕대, 주사기 등이 모두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회용품의 대부분은 식품이나 의료 등 위생상 필요가 있어 사용하는 것이지 일부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인간이 게을러서가 결코 아니다.
인간의 게으름이 환경을 망친다는 주장은 인간이 가진 시간의 가치를 그만큼 낮게 보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만큼 귀중한 자원도 없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을 더 가치 있는 데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할당된 자원의 낭비를 막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설거지보다 얼마든지 더 가치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한창 기말시험 준비에 바쁜 학생을 생각해 보자. 이 학생에겐 커피를 마시고 매번 컵을 씻는 것보단 종이컵을 쓰고 설거지할 시간을 아껴 공부에 투자하는 게 더 바람직한 일이다. 월말 보고서를 쓰느라고 정신없는 직장인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경을 신성시하면 안 돼
대부분 현대인에겐 일회용품을 쓰면서 절약한 시간을 자신의 과업에 투자하는 게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길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자연과 환경의 가치를 지나치게 신성시한 나머지 인간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회용품과 일반용품을 놓고 개별 경제주체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다.
백 번 양보해서 일반 용품이 환경 보호에 더 우월하다고 해도 그게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는 반증은 되지 못한다. 인간의 활동은 그게 뭐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을 신성시하는 사고는 자칫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을 부정하는 환경 근본주의적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능력으로 오염이 관리되는 범위 안에만 있다면 그게 일회용품 사용이든 다른 무엇이든 허용하는 게 옳다.
◆ 기억해주세요
일회용 식기가 아닌 일반 식기를 쓰면 환경이 더 보호될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 식기를 쓰며 위생을 유지하려면 매번 식기를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세척에 들어가는 물과 세제, 전기 에너지는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
정부와 환경주의자들의 강권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져 2000년대 초반 정부는 일회용컵 보증금 환불 제도를 도입했다. 상거래가 진행되는 중 컵이나 비닐봉투, 쇼핑백 등에 보증금을 수수하는 단계를 더해 일회용품의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일회용품을 쓰기 불편하게 만들면 아무래도 덜 쓸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 규제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가 강권하니 일선 사업자들이야 어쩔 수 없이 참여해 참여율 자체는 높았지만 정작 일회용컵 사용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매상을 올려준 고마운 고객들에게 괜한 불편만 주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컵 보증금은 사실상 버리는 돈이 되고 말았다.
뭔가 개혁을 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땐 그게 인간의 삶을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야 지속이 가능하다. 일회용컵 보증금 규제는 인간의 생활을 되레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식으로 뭔가 뜻을 이뤄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2008년 정부는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원성이 자자했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다.
일회용품 대신 식기를 씻어 쓰면 환경 보호될까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나쁘다는 인식은 놀랍게도 매우 과장됐다.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일회용 식기가 아닌 일반 식기를 쓰면 환경이 더 보호될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 식기를 쓰며 위생을 유지하려면 매번 식기를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세척에 들어가는 물과 세제, 전기 에너지는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게 일회용품을 쓰고 소각할 때 야기되는 오염보다 환경에 더 낫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일회용 식기는 위생 면에서 일반 식기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 일반 식기를 세척해 쓸 땐 확신하기 어려운 식품 위생이 일회용 식기를 쓸 땐 확실하게 보장된다. 철저한 위생이 요구되는 의료 분야 물품 상당수가 일회용품인 게 다 이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수술 용품은 대부분이 쓰고 나서 바로 폐기되는 일회용품이다. 수술 장갑, 반창고, 붕대, 주사기 등이 모두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회용품의 대부분은 식품이나 의료 등 위생상 필요가 있어 사용하는 것이지 일부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인간이 게을러서가 결코 아니다.
인간의 게으름이 환경을 망친다는 주장은 인간이 가진 시간의 가치를 그만큼 낮게 보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만큼 귀중한 자원도 없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을 더 가치 있는 데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할당된 자원의 낭비를 막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설거지보다 얼마든지 더 가치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한창 기말시험 준비에 바쁜 학생을 생각해 보자. 이 학생에겐 커피를 마시고 매번 컵을 씻는 것보단 종이컵을 쓰고 설거지할 시간을 아껴 공부에 투자하는 게 더 바람직한 일이다. 월말 보고서를 쓰느라고 정신없는 직장인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경을 신성시하면 안 돼
대부분 현대인에겐 일회용품을 쓰면서 절약한 시간을 자신의 과업에 투자하는 게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 길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자연과 환경의 가치를 지나치게 신성시한 나머지 인간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회용품과 일반용품을 놓고 개별 경제주체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다.
백 번 양보해서 일반 용품이 환경 보호에 더 우월하다고 해도 그게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는 반증은 되지 못한다. 인간의 활동은 그게 뭐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을 신성시하는 사고는 자칫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을 부정하는 환경 근본주의적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능력으로 오염이 관리되는 범위 안에만 있다면 그게 일회용품 사용이든 다른 무엇이든 허용하는 게 옳다.
◆ 기억해주세요
일회용 식기가 아닌 일반 식기를 쓰면 환경이 더 보호될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 식기를 쓰며 위생을 유지하려면 매번 식기를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세척에 들어가는 물과 세제, 전기 에너지는 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