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30-50클럽' 가입 국가는 한국 포함 7개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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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그 이후는…
3만달러 돌파는 양적·질적으로 경제 선진국 진입 의미
3만달러 돌파는 양적·질적으로 경제 선진국 진입 의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조5300억달러다. 세계 12위다. 수출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이 하고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에 올라 있다. 경제 외형만 보면 한국은 진작에 선진국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선진 경제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표식 하나가 더 추가됐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1349달러를 기록해 처음 3만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이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생활 수준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3만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경제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미국 독일 등 이어 7번째 ‘30-50클럽’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가 얼마나 의미 있는 기록인지는 ‘선배 국가’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이른바 30-50클럽 국가다. 이들은 모두 서방 주요 7개국(G7) 멤버이기도 하다.
인구 2000만 명-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로 기준을 넓혀도 호주와 캐나다만 추가된다. 1000만 명 이상으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포함된다. 1000만 명 기준으로도 한국은 11번째로 3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과 함께 인구를 같이 보는 이유는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나라도 3만달러를 넘는 국가가 꽤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브루나이와 카타르, 아이슬랜드, 룩셈부르크 등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 규모가 작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엔 손색이 있다.
12년 만에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시간을 돌려 보면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과감한 수출 지향 산업화 정책을 편 덕분에 고속 성장을 내달렸다.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달러, 2006년엔 2만달러까지 넘어섰다. 세계 경제는 1960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7.5배 성장했는데 한국 경제는 39.9배나 커졌다.
중간에 주춤한 적도 있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에 진입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다시 2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탓에 2만달러 돌파 이후 3만달러 시대를 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30-50 클럽 국가들이 평균 9.7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요인은 꾸준한 성장과 원화 가치 상승에 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4.2% 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높아졌다.
국민소득엔 기업·정부 소득도 포함
다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지표에는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소득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가계의 1인당 처분가능 소득만 집계하면 2017년 기준 1874만원(1만6573달러)에 그친다. GNI 중 가계가 가져가는 비중도 2000년 62.9%에서 2017년 56.0%로 쪼그라들었다.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는 GNI보다 떨어진다. 2006년 이후 GNI는 79.4% 늘었지만 가계 가처분소득은 69.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민 체감 경기와 밀접한 고용, 소득 분배, 가계부채 등 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8%에 이른다.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소득 비율은 2017년 4.61배에서 작년 말 5.47배로 악화했다. 저소득층 벌이가 고소득층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NIE 포인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의미를 정리해 보자. 3만달러 돌파에 기여한 다양한 요인도 생각해 보자. 선진국을 판단하는 다른 지표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미국 독일 등 이어 7번째 ‘30-50클럽’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가 얼마나 의미 있는 기록인지는 ‘선배 국가’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이른바 30-50클럽 국가다. 이들은 모두 서방 주요 7개국(G7) 멤버이기도 하다.
인구 2000만 명-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로 기준을 넓혀도 호주와 캐나다만 추가된다. 1000만 명 이상으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포함된다. 1000만 명 기준으로도 한국은 11번째로 3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과 함께 인구를 같이 보는 이유는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나라도 3만달러를 넘는 국가가 꽤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브루나이와 카타르, 아이슬랜드, 룩셈부르크 등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 규모가 작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엔 손색이 있다.
12년 만에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시간을 돌려 보면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과감한 수출 지향 산업화 정책을 편 덕분에 고속 성장을 내달렸다.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달러, 2006년엔 2만달러까지 넘어섰다. 세계 경제는 1960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7.5배 성장했는데 한국 경제는 39.9배나 커졌다.
중간에 주춤한 적도 있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에 진입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다시 2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탓에 2만달러 돌파 이후 3만달러 시대를 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30-50 클럽 국가들이 평균 9.7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요인은 꾸준한 성장과 원화 가치 상승에 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4.2% 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높아졌다.
국민소득엔 기업·정부 소득도 포함
다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지표에는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소득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가계의 1인당 처분가능 소득만 집계하면 2017년 기준 1874만원(1만6573달러)에 그친다. GNI 중 가계가 가져가는 비중도 2000년 62.9%에서 2017년 56.0%로 쪼그라들었다.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는 GNI보다 떨어진다. 2006년 이후 GNI는 79.4% 늘었지만 가계 가처분소득은 69.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민 체감 경기와 밀접한 고용, 소득 분배, 가계부채 등 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8%에 이른다.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소득 비율은 2017년 4.61배에서 작년 말 5.47배로 악화했다. 저소득층 벌이가 고소득층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NIE 포인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의미를 정리해 보자. 3만달러 돌파에 기여한 다양한 요인도 생각해 보자. 선진국을 판단하는 다른 지표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