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금명간'은 한자어…'이른 시일 내'로 쓰면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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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간'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제 금(今), 밝을 명(明)'으로 '오늘이나 내일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금일, 금년, 명일, 명년' 같은 단어에 이들이 쓰였다.
'이제 금(今), 밝을 명(明)'으로 '오늘이나 내일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금일, 금년, 명일, 명년' 같은 단어에 이들이 쓰였다.
지난 4월 26일 새벽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빠루’가 등장했다. 곧이어 포털사이트엔 ‘빠루’가 실시간검색(실검)에 올랐다. 이에 앞서 14일 치러진 삼성그룹 대졸공채시험 뒤에도 ‘칠칠하다’ ‘서슴다’ 같은 단어가 화제가 됐다. 신문들은 문제로 나온 낯선 낱말 앞에서 수험생들이 당혹스러워하던 분위기를 전했다.
‘빠루-노루발못뽑이’ 둘 다 실패
그런 사례는 많다. 지난 3월엔 ‘금명간’이 실검에 떠 주목을 받았다. 경찰에서 한 연예인의 구속 영장을 ‘금명간 신청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금명간’이 뭐지? 네티즌에게 이 말이 생소했던 모양이다.
우리말을 둘러싼 이런 관심은 두 가지 상반된 화두를 던진다. 하나는 우리말을 대하는 인식이 사회적 화제가 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 이런 말을 잘 모르나?’ 하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이런 사례는 우리말을 살찌우기 위해 필요한 언어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한다.
이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써오던 익숙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지금은 덜 쓰는 말이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지렛대 원리로 못을 뽑는 도구인 ‘빠루’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영어로는 ‘크로 바(crow-bar)’다. 까마귀 발을 닮았다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 이걸 일본에서 뒤의 ‘바’만 따다 ‘바루(バ-ル)’라고 적었는데,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된소리 ‘빠루’가 됐다. 원어에서 멀어져 왜곡된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연히 순화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국립국어원에서 ‘노루발못뽑이’로 다듬었다(국어순화용어자료집, 1997). 하지만 이 역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다듬은 탓일 것이다. 빠루가 사전에도 오르지 못하고 일상언어에서 멀어진 까닭은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듬은 말이 언중(言衆)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차라리 빠루를 현실언어로 수용하는 것은 어떨까? 일본을 거쳐오면서 원말에서 변형돼 우리말에 안착한 게 수없이 많다. ‘낭만’도 그렇고 ‘백미러’도 다 오십보백보다. ‘독일’도 비껴가지 못한다.
쉬우면서 친근한 표현이 좋은 말
‘금명간’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말은 한자어다.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젊은 층에서 이 말을 어려워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제법 쓰는 말인데 그 의미를 모른다는 것은 의아스럽다. ‘이제 금(今), 밝을 명(明)’으로 ‘오늘이나 내일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금일, 금년, 명일, 명년’ 같은 단어에 이들이 쓰였다. 하지만 이런 말보다는 ‘오늘, 올해, 내일, 내년’이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언어의 자유시장’에서 선택된 결과다.
마찬가지로 ‘금명간’도 ‘곧’이나 ‘오늘내일’, ‘이른 시일 안에’ 등으로 쓰면 더 쉽다. 우리 몸에 익은 표현이라 말맛도 좋다. 하지만 함께 보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한자말도 우리말의 소중한 자산이란 점에서다. 이들을 방치했을 때 자칫 우리말 어휘가 빈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삼성그룹의 예전 시험에서 응시생들을 곤혹스럽게 한 ‘당구풍월’ ‘토사구팽’ ‘청렴결백’ 같은 어휘가 그런 사례라 할 만하다. 사자성어에 담긴 ‘개’와 ‘토끼’ ‘흰색’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래서 단어 의미와 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칫 우리말의 부실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쉬운 우리말 사용’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 다만 우리말의 여러 부분을 아우르며 함께 북돋울 때 우리말이 더욱 왕성하게 오르지 않을까?
‘빠루-노루발못뽑이’ 둘 다 실패
그런 사례는 많다. 지난 3월엔 ‘금명간’이 실검에 떠 주목을 받았다. 경찰에서 한 연예인의 구속 영장을 ‘금명간 신청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금명간’이 뭐지? 네티즌에게 이 말이 생소했던 모양이다.
우리말을 둘러싼 이런 관심은 두 가지 상반된 화두를 던진다. 하나는 우리말을 대하는 인식이 사회적 화제가 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 이런 말을 잘 모르나?’ 하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이런 사례는 우리말을 살찌우기 위해 필요한 언어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한다.
이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써오던 익숙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지금은 덜 쓰는 말이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지렛대 원리로 못을 뽑는 도구인 ‘빠루’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영어로는 ‘크로 바(crow-bar)’다. 까마귀 발을 닮았다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 이걸 일본에서 뒤의 ‘바’만 따다 ‘바루(バ-ル)’라고 적었는데,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된소리 ‘빠루’가 됐다. 원어에서 멀어져 왜곡된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연히 순화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국립국어원에서 ‘노루발못뽑이’로 다듬었다(국어순화용어자료집, 1997). 하지만 이 역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다듬은 탓일 것이다. 빠루가 사전에도 오르지 못하고 일상언어에서 멀어진 까닭은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듬은 말이 언중(言衆)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차라리 빠루를 현실언어로 수용하는 것은 어떨까? 일본을 거쳐오면서 원말에서 변형돼 우리말에 안착한 게 수없이 많다. ‘낭만’도 그렇고 ‘백미러’도 다 오십보백보다. ‘독일’도 비껴가지 못한다.
쉬우면서 친근한 표현이 좋은 말
‘금명간’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말은 한자어다. 한자 의식이 약해진 요즘 젊은 층에서 이 말을 어려워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제법 쓰는 말인데 그 의미를 모른다는 것은 의아스럽다. ‘이제 금(今), 밝을 명(明)’으로 ‘오늘이나 내일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금일, 금년, 명일, 명년’ 같은 단어에 이들이 쓰였다. 하지만 이런 말보다는 ‘오늘, 올해, 내일, 내년’이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언어의 자유시장’에서 선택된 결과다.
마찬가지로 ‘금명간’도 ‘곧’이나 ‘오늘내일’, ‘이른 시일 안에’ 등으로 쓰면 더 쉽다. 우리 몸에 익은 표현이라 말맛도 좋다. 하지만 함께 보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한자말도 우리말의 소중한 자산이란 점에서다. 이들을 방치했을 때 자칫 우리말 어휘가 빈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삼성그룹의 예전 시험에서 응시생들을 곤혹스럽게 한 ‘당구풍월’ ‘토사구팽’ ‘청렴결백’ 같은 어휘가 그런 사례라 할 만하다. 사자성어에 담긴 ‘개’와 ‘토끼’ ‘흰색’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래서 단어 의미와 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칫 우리말의 부실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쉬운 우리말 사용’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 다만 우리말의 여러 부분을 아우르며 함께 북돋울 때 우리말이 더욱 왕성하게 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