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와 사자, 곰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들은 각각 영화제 개최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종려나무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영화제 로고인 종려나무 잎사귀는 프랑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가 디자인했다. 1939년 창설 때 최고상을 ‘그랑프리(대상)’라고 했으나 1955년 ‘황금종려상’을 신설했다.
1932년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범한 베니스영화제 로고는 날개 달린 황금사자다. 이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자 성경 속 ‘마가복음’의 저자인 성 마가(St. Mark·Marco)를 상징한다. 성 마가의 라틴어식 표기를 딴 산 마르코성당 등 도시 곳곳에 날개 달린 사자상이 많다.
베를린영화제의 곰도 이 도시를 상징한다. 베를린이란 이름은 옛날 사냥꾼이 큰 곰을 쫓다가 굴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곰들을 발견하고 이곳을 ‘어린 곰’이라는 뜻의 ‘베를라인’으로 부른 데서 기원했다고 한다. 도시의 문장(紋章)도 황금 잎사귀 무늬가 새겨진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곰 형상이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된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임 감독은 2년 뒤인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과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밀양’의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2010), 김기덕 감독(2011)이 잇달아 최고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그는 2004년 ‘빈집’으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그해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열두 살 소년이 황금종려 트로피를 만지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영화가 끝난 뒤 8분간의 기립 박수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다니 기쁨이 더욱 컸으리라. 칸에서의 황금빛 낭보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최고의 경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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