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한테 뒤통수 맞을 뻔한 176만원 `아이폰11` 밤샘 구매 후기 [홍IT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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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리뷰·체험기입니다.》
꼭 일찍 일어나야할 땐 잠이 안옵니다. 첫 아이폰 줄서기의 설렘이 피곤을 이길 것이라 믿고 잠을 포기한 채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로 향했습니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11번가, 하이마트 등도 아이폰11 사전예약에 뛰어들면서 대기줄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처음인데 혼자 기다릴 자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막 도착한 새벽 1시쯤 10여명의 대기자들이 줄을 선 채 신제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 매장 오픈까지 남은 시간은 7시간. `어떻게 버티지?`라고 생각하며 페스티벌용 골판지 간이의자를 펼쳤습니다. 몇 시간 뒤 애플직원이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전할 줄은 상상도 못하면서 말이죠.
● 6박7일도 버티는데 7시간 정도야…대화 소재는 단연 `신제품`
길거리에 앉는 순간부터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미리 빌려온 골판지 의자가 편하기도 했고, 25일 새벽 기온도 12도 정도로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10년 전 KT가 아이폰3GS 출시를 위해 잠실실내체육관을 빌렸던 시절부터 6박7일 노숙 대기자가 나온 아이폰X까지 비교해보면 7시간은 애교죠. 다만 심심한 건 참을 수 없어 자연스레 옆 사람에게 말을 걸게 되더군요.
20대 커플 중도 포기로 9번째 순번으로 올라서면서 8번째 순번이던 우준하(경기도 일산, 22세) 씨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이번이 첫 밤샘 대기라는 우 씨. 대화 주제는 단연 애플의 신제품이었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근처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고 온 우 씨는 새롭게 도입된 `애플워치 시리즈5`의 AOD(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창)에 매료됐다며 아낌없이 칭찬했습니다. 한국에서만 애플이 가격을 높게 잡아 불만이 많냐고 물어보니 "내가 만족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비싸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딱잘라 말했습니다.
한참 얘기를 하다 기지개를 켜려고 일어서니 골반이 이상했습니다. 찬 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서일까요.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면서 마치 쥐난 것 같았습니다. 잠깐 서있으면 괜찮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30분이 지나도 여전합니다. 숙련된 조교가 아니면 새벽 길거리에서 7시간 버티는 것 쉽지 않았습니다.
● 18살 1호 고객 "등골브레이커 라고요? 나쁘게만 보지마세요"
새벽 3시를 넘기고 대기시간이 5시간 정도 남자 줄이 늘었습니다. 전동킥보드부터 오토바이, 택시, 자가용까지 갖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약 20여명이 줄을 섰습니다. 애플 측에서는 경호업체 직원을 고용해 10여명마다 대기선을 긋고 소비자들을 관리했는데요. 자정이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 가로수길 특성상 위험요인은 크게 없었지만 노숙자로 보이는 취객 한명이 대기자 가운데 한 명의 등을 탁 때리며 욕하는 장면은 연출됐습니다. 장난인듯 욕설인듯 아리송했지만 취객에게 기습당한 소비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듯 한 시선은 있었습니다. 24일 오후 5시부터 줄을 서 1호 타이틀을 획득한 고등학생 백두연(경기도 고양, 17살)군과 송영준(인천 남동구, 18살)군은 전날 저녁 언론에 나간 인터뷰 기사의 댓글을 예로 들며 "`등골브레이커, 부모님 속상하겠다`는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실제 댓글을 보니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있더군요. 송 군은 "아이폰6S를 5년 쓰다가 부모님 허락받고 내 돈으로 사려고 온 건데 그분들이 우리들한테 뭐라 할 건 아닌 거 같다.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탄식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번 기다리면서 사봤는데 애플 직원들의 환영 열기가 뜨거워 활기찬 느낌으로 제품을 사는 게 좋다"고 줄서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 韓 애플스토어 개장 후 두번째 아이폰 출시…픽업구매엔 `어리둥절`
도란도란 얘기하던 가운데 긴장감이 불어 닥친 건 대기한지 2~3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애플 직원들이 소비자 대기줄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면서 `픽업구매` 여부를 물었습니다. 픽업구매란 25일 출시일부터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 사전결제를 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제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요. 국내 한 곳밖에 없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신작 아이폰 출시행사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픽업구매 덕에 대기줄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실제 오전 7시경 지난해 대기자는 250여명. 올핸 60~70명 수준입니다. 문제는 모든 소비자가 그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았다는 거죠. 새벽부터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새벽 3~4시경부터 급하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있는지 여부와 수령 가능한 시간대를 살펴봤습니다. 미리 알아봤더라면 대기하지 않거나 결제 후 대기했을 텐데 혼선이 있었던 거죠. 2시간 이상 기다리다 재고가 없다는 걸 늦게 안 소비자 2명은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 덕에 제가 7번째로 올라서긴 했습니다만..)
아이폰을 늘 쓰던 유저였다면 픽업구매를 모를리 없고, 늦게 인지한 소비자 잘못이라고 해도 말이 됩니다. 하지만 25일 `구입하기`목록이 뜨기 전까지 애플 공식홈페이지 아이폰11 구매 첫 화면엔 제품 스펙과 가격에 대한 정보만 있었죠. 애플스토어점에서 사전예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자급제 모델 현장판매만 믿고 자연스럽게 줄을 선 소비자들로선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게 아쉽습니다.
● 기다렸으니 사야한다!…소비자 격한 환영은 애플이 1등
급한 맘에 픽업구매로 새벽 길거리에서 `아이폰11 프로 맥스`(256GB) 미드나잇 그린 색상을 결제하는 순간 새벽 동이 텄습니다. 오전 6시가 지나면서 길거리에도 활기가 돌았는데요.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가 속속 도착하고 애플 직원들도 몇 배나 늘면서 출시 행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을 위해 애플 직원들이 첫줄부터 끝줄까지 하이파이브 전력질주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격한 환영만큼은 아직 애플이 1등인 것 같습니다.
8시 본격 매장 입장이 시작되면 수십명의 하이파이브를 받게 되는데요. 스마트폰 하나 사는데 어디서 수십명의 하이파이브를 받아볼까요. 무엇보다 아이폰을 처음 쓴다고 밝히면 매장이 쩌렁쩌렁하게 축하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소비자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중국만큼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이지만 환영식 만큼은 차별이 없는 듯 했습니다. 176만원짜리 제품 하나만 덩그러니 담긴 종이가방을 보니 7시간의 기다림이 뿌듯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금액에 고생까지 지불해서 구매해본 아이폰11 프로 맥스인 만큼 개봉을 해봐야겠죠. 아이폰11은 전세계적으로 특히 중국에서 판매량이 좋다고 하죠. 전체 아이폰11 시리즈의 생산량도 당초 계획보다 10% 늘어날 전망인데요. 아이폰X 이후 별다른 혁신 없다고 비판받았지만 꾸준히 잘 팔리는 이유를 직접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홍IT인간`은 7시간 기다려 산 아이폰11 프로 맥스 개봉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꼭 일찍 일어나야할 땐 잠이 안옵니다. 첫 아이폰 줄서기의 설렘이 피곤을 이길 것이라 믿고 잠을 포기한 채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로 향했습니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11번가, 하이마트 등도 아이폰11 사전예약에 뛰어들면서 대기줄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처음인데 혼자 기다릴 자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막 도착한 새벽 1시쯤 10여명의 대기자들이 줄을 선 채 신제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 매장 오픈까지 남은 시간은 7시간. `어떻게 버티지?`라고 생각하며 페스티벌용 골판지 간이의자를 펼쳤습니다. 몇 시간 뒤 애플직원이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전할 줄은 상상도 못하면서 말이죠.
● 6박7일도 버티는데 7시간 정도야…대화 소재는 단연 `신제품`
길거리에 앉는 순간부터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미리 빌려온 골판지 의자가 편하기도 했고, 25일 새벽 기온도 12도 정도로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10년 전 KT가 아이폰3GS 출시를 위해 잠실실내체육관을 빌렸던 시절부터 6박7일 노숙 대기자가 나온 아이폰X까지 비교해보면 7시간은 애교죠. 다만 심심한 건 참을 수 없어 자연스레 옆 사람에게 말을 걸게 되더군요.
20대 커플 중도 포기로 9번째 순번으로 올라서면서 8번째 순번이던 우준하(경기도 일산, 22세) 씨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이번이 첫 밤샘 대기라는 우 씨. 대화 주제는 단연 애플의 신제품이었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근처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고 온 우 씨는 새롭게 도입된 `애플워치 시리즈5`의 AOD(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창)에 매료됐다며 아낌없이 칭찬했습니다. 한국에서만 애플이 가격을 높게 잡아 불만이 많냐고 물어보니 "내가 만족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비싸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딱잘라 말했습니다.
한참 얘기를 하다 기지개를 켜려고 일어서니 골반이 이상했습니다. 찬 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서일까요.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면서 마치 쥐난 것 같았습니다. 잠깐 서있으면 괜찮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30분이 지나도 여전합니다. 숙련된 조교가 아니면 새벽 길거리에서 7시간 버티는 것 쉽지 않았습니다.
● 18살 1호 고객 "등골브레이커 라고요? 나쁘게만 보지마세요"
새벽 3시를 넘기고 대기시간이 5시간 정도 남자 줄이 늘었습니다. 전동킥보드부터 오토바이, 택시, 자가용까지 갖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약 20여명이 줄을 섰습니다. 애플 측에서는 경호업체 직원을 고용해 10여명마다 대기선을 긋고 소비자들을 관리했는데요. 자정이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 가로수길 특성상 위험요인은 크게 없었지만 노숙자로 보이는 취객 한명이 대기자 가운데 한 명의 등을 탁 때리며 욕하는 장면은 연출됐습니다. 장난인듯 욕설인듯 아리송했지만 취객에게 기습당한 소비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듯 한 시선은 있었습니다. 24일 오후 5시부터 줄을 서 1호 타이틀을 획득한 고등학생 백두연(경기도 고양, 17살)군과 송영준(인천 남동구, 18살)군은 전날 저녁 언론에 나간 인터뷰 기사의 댓글을 예로 들며 "`등골브레이커, 부모님 속상하겠다`는 댓글을 보고 속상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실제 댓글을 보니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있더군요. 송 군은 "아이폰6S를 5년 쓰다가 부모님 허락받고 내 돈으로 사려고 온 건데 그분들이 우리들한테 뭐라 할 건 아닌 거 같다.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탄식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번 기다리면서 사봤는데 애플 직원들의 환영 열기가 뜨거워 활기찬 느낌으로 제품을 사는 게 좋다"고 줄서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 韓 애플스토어 개장 후 두번째 아이폰 출시…픽업구매엔 `어리둥절`
도란도란 얘기하던 가운데 긴장감이 불어 닥친 건 대기한지 2~3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애플 직원들이 소비자 대기줄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면서 `픽업구매` 여부를 물었습니다. 픽업구매란 25일 출시일부터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 사전결제를 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제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요. 국내 한 곳밖에 없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신작 아이폰 출시행사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픽업구매 덕에 대기줄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실제 오전 7시경 지난해 대기자는 250여명. 올핸 60~70명 수준입니다. 문제는 모든 소비자가 그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았다는 거죠. 새벽부터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새벽 3~4시경부터 급하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있는지 여부와 수령 가능한 시간대를 살펴봤습니다. 미리 알아봤더라면 대기하지 않거나 결제 후 대기했을 텐데 혼선이 있었던 거죠. 2시간 이상 기다리다 재고가 없다는 걸 늦게 안 소비자 2명은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 덕에 제가 7번째로 올라서긴 했습니다만..)
아이폰을 늘 쓰던 유저였다면 픽업구매를 모를리 없고, 늦게 인지한 소비자 잘못이라고 해도 말이 됩니다. 하지만 25일 `구입하기`목록이 뜨기 전까지 애플 공식홈페이지 아이폰11 구매 첫 화면엔 제품 스펙과 가격에 대한 정보만 있었죠. 애플스토어점에서 사전예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자급제 모델 현장판매만 믿고 자연스럽게 줄을 선 소비자들로선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게 아쉽습니다.
● 기다렸으니 사야한다!…소비자 격한 환영은 애플이 1등
급한 맘에 픽업구매로 새벽 길거리에서 `아이폰11 프로 맥스`(256GB) 미드나잇 그린 색상을 결제하는 순간 새벽 동이 텄습니다. 오전 6시가 지나면서 길거리에도 활기가 돌았는데요.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가 속속 도착하고 애플 직원들도 몇 배나 늘면서 출시 행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을 위해 애플 직원들이 첫줄부터 끝줄까지 하이파이브 전력질주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격한 환영만큼은 아직 애플이 1등인 것 같습니다.
8시 본격 매장 입장이 시작되면 수십명의 하이파이브를 받게 되는데요. 스마트폰 하나 사는데 어디서 수십명의 하이파이브를 받아볼까요. 무엇보다 아이폰을 처음 쓴다고 밝히면 매장이 쩌렁쩌렁하게 축하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소비자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중국만큼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이지만 환영식 만큼은 차별이 없는 듯 했습니다. 176만원짜리 제품 하나만 덩그러니 담긴 종이가방을 보니 7시간의 기다림이 뿌듯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금액에 고생까지 지불해서 구매해본 아이폰11 프로 맥스인 만큼 개봉을 해봐야겠죠. 아이폰11은 전세계적으로 특히 중국에서 판매량이 좋다고 하죠. 전체 아이폰11 시리즈의 생산량도 당초 계획보다 10% 늘어날 전망인데요. 아이폰X 이후 별다른 혁신 없다고 비판받았지만 꾸준히 잘 팔리는 이유를 직접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홍IT인간`은 7시간 기다려 산 아이폰11 프로 맥스 개봉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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