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코로나19 대감염으로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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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
미래가 앞당겨졌다.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던 디지털 시대가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대감염으로 인해 현실에 불쑥 등장했다. 거리두기로 멈춰진 오프라인 활동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집에서 업무를 하며 화상으로 논의해야 했고, 인터넷 강의와 학습이 일상화됐다. 신기술이 미칠 장점과 해로운 효과를 따져볼 여유가 없었던 탓에 조심스럽게 미래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일순간에 현실이 돼버렸다.
비대면 서비스의 강화
코로나19 대감염으로 등장한 서비스는 사실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다만, 해당 서비스가 초래할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활용을 주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가운데 사람을 대신하는 비대면 서비스는 대감염 전후로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 분야다. 문제는 비대면이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지 않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업무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해로운 힘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경계는 불분명하고,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학자들은 그 경계가 어디인지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노력은 크게 두 방향이었다.
첫 번째는 대면접촉이 필요하거나 공감이 필요한 영역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으리라는 가설이다. 1980~2012년 사이 사람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자리가 미국에서 12%나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가 공감, 창조성, 판단, 비판적 사고와 같은 인간만 지니는 특성이 활용된 일자리는 절대 자동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2014년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하나는 목적이 명확하고, 데이터가 풍부한 업무는 대체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즉,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고양이인지 개인지 구분하는 일의 경우 풍부한 사진자료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구분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어떻게 구분 짓든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상황 변화는 인공지능의 경계에 대한 논의를 퇴색시킬 것이다. 비대면 수요는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준비하는 사이 그 경계를 바꿔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대면의 사례들
사회학자 대니얼 벨은 사례는 증거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례가 주는 현실감은 다른 어떤 이론도 대체할 수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례가 한편으로 뻔해 보이면서도 자꾸 눈이 가는 이유다. 크게 인공지능의 역할은 인간의 신체적인 영역과 인지적인 영역, 그리고 감정적인 영역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아마존의 드론배송은 육체노동의 대표적인 분야를 대신하는 사례이다. 이미 10만 대가 넘는 로봇들이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활약한다는 점은 드론배송의 현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아마존은 벌집 모양의 드론 둥지와 배송상품을 싣고 14㎞ 높이로 날 수 있는 공중 물류 창고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제조 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사례는 많다. 1913년 헨리포드의 자동차부품 표준화에서 시작된 자동차 제조는 오늘날 전 공정의 80%를 로봇이 수행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벽돌쌓기 로봇 Sam100이 인간에 비해 10배 이상의 능력으로 보여주고 있고, 3차원(3D) 프린터는 더 가볍고, 튼튼한 재료들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신하는 알고리즘의 발전은 보다 획기적이다. 금융회사 JP모간이 개발한 상업 대출 계약 검토 시스템은 변호사가 하면 36만 시간이 걸렸을 일을 수초 만에 해결해낸다. 또한 알고리즘은 대법원의 판결을 예측하기도, 의사들의 진단행위를 대신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비대면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심지어 창의력의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다. 1997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공개된 피아노 연주곡을 들은 많은 사람은 덜 알려진 바흐의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인공지능 작곡가 EMI의 곡이었다. 감정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셜 로봇’의 등장이 그것이다. 비록 일본의 소셜로봇 페퍼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취한 남성에게 얻어맞긴 했지만, 병원과 서비스 영역에서 인간의 마음을 달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 중이다.
가속화된 미래의 현실화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국가마다 상이했다. ‘자동화의 위험’이 국가마다 달랐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마다 경쟁우위의 영역이 다르고, 문화와 규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서비스 비용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보기술(IT)이 가장 발달한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의사들의 반대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1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비용 탓이기도 하다. 반면 전문의 상담에 몇십만원이 필요한 미국에서는 IT환경이 부족해도 더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원격진료에 대한 공감이 높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 비교적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는 국가 간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의 격차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그 어떤 요인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이라는 측면에서 신기술에 반응하는 태도와 문화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로버트 고든은 그의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를 통해 인간의 기술이 정점에 오른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바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였다. 인공지능은 혁명이 아니라 꾸준한 진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상황 변화는 권위 있는 전망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공전 속도가 빨라졌다. 미래를 꿈꾸며 상상하던 학생과 사회인 모두 미래로 예측했던 일들이 다가온 현실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할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다.
☞ 포인트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 빠르게 일상화
디지털 변화 유연한 적응 필요
비대면 서비스의 강화
코로나19 대감염으로 등장한 서비스는 사실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다만, 해당 서비스가 초래할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활용을 주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가운데 사람을 대신하는 비대면 서비스는 대감염 전후로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 분야다. 문제는 비대면이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지 않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업무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해로운 힘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경계는 불분명하고,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학자들은 그 경계가 어디인지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노력은 크게 두 방향이었다.
첫 번째는 대면접촉이 필요하거나 공감이 필요한 영역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으리라는 가설이다. 1980~2012년 사이 사람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자리가 미국에서 12%나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가 공감, 창조성, 판단, 비판적 사고와 같은 인간만 지니는 특성이 활용된 일자리는 절대 자동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2014년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하나는 목적이 명확하고, 데이터가 풍부한 업무는 대체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즉,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되기 쉽다는 것이다. 고양이인지 개인지 구분하는 일의 경우 풍부한 사진자료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구분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어떻게 구분 짓든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상황 변화는 인공지능의 경계에 대한 논의를 퇴색시킬 것이다. 비대면 수요는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준비하는 사이 그 경계를 바꿔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대면의 사례들
사회학자 대니얼 벨은 사례는 증거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례가 주는 현실감은 다른 어떤 이론도 대체할 수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례가 한편으로 뻔해 보이면서도 자꾸 눈이 가는 이유다. 크게 인공지능의 역할은 인간의 신체적인 영역과 인지적인 영역, 그리고 감정적인 영역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아마존의 드론배송은 육체노동의 대표적인 분야를 대신하는 사례이다. 이미 10만 대가 넘는 로봇들이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활약한다는 점은 드론배송의 현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아마존은 벌집 모양의 드론 둥지와 배송상품을 싣고 14㎞ 높이로 날 수 있는 공중 물류 창고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제조 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사례는 많다. 1913년 헨리포드의 자동차부품 표준화에서 시작된 자동차 제조는 오늘날 전 공정의 80%를 로봇이 수행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벽돌쌓기 로봇 Sam100이 인간에 비해 10배 이상의 능력으로 보여주고 있고, 3차원(3D) 프린터는 더 가볍고, 튼튼한 재료들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신하는 알고리즘의 발전은 보다 획기적이다. 금융회사 JP모간이 개발한 상업 대출 계약 검토 시스템은 변호사가 하면 36만 시간이 걸렸을 일을 수초 만에 해결해낸다. 또한 알고리즘은 대법원의 판결을 예측하기도, 의사들의 진단행위를 대신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비대면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심지어 창의력의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다. 1997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공개된 피아노 연주곡을 들은 많은 사람은 덜 알려진 바흐의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인공지능 작곡가 EMI의 곡이었다. 감정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셜 로봇’의 등장이 그것이다. 비록 일본의 소셜로봇 페퍼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취한 남성에게 얻어맞긴 했지만, 병원과 서비스 영역에서 인간의 마음을 달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 중이다.
가속화된 미래의 현실화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국가마다 상이했다. ‘자동화의 위험’이 국가마다 달랐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마다 경쟁우위의 영역이 다르고, 문화와 규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서비스 비용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보기술(IT)이 가장 발달한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의사들의 반대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1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비용 탓이기도 하다. 반면 전문의 상담에 몇십만원이 필요한 미국에서는 IT환경이 부족해도 더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원격진료에 대한 공감이 높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 비교적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는 국가 간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의 격차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그 어떤 요인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이라는 측면에서 신기술에 반응하는 태도와 문화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로버트 고든은 그의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를 통해 인간의 기술이 정점에 오른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바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였다. 인공지능은 혁명이 아니라 꾸준한 진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상황 변화는 권위 있는 전망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공전 속도가 빨라졌다. 미래를 꿈꾸며 상상하던 학생과 사회인 모두 미래로 예측했던 일들이 다가온 현실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할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다.
☞ 포인트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 빠르게 일상화
디지털 변화 유연한 적응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