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기업이 돌아오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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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호 논설위원
LG화학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놀랍지만,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국내 3사의 예상 수주액이 앞으로 10년간 300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은 더 놀랍다. 2조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하나 지으면 1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테슬라 배터리 공장(연산 20만~30만 개)이 그런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낭보이긴 한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유인 즉, 3사 제품의 80%가량(증설 계획 포함)이 중국 미국 유럽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크게 형성된 곳에 공장을 세우다 보니 불가피했다. 전기차가 한 해 3만 대밖에 안 팔리는 한국에 공장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 기업이 급성장해도 일자리는 해외에서 창출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턴 매력 못 느끼는 한국 기업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터여서 여운이 남는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된 만큼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먼저 국내 회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자동차부품, 섬유·의류, 전자부품 업체 정도가 문의해 온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수출 주력은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많은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들여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유턴지원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국내 기업의 유턴을 독려했다. 하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69개에 그친다. 그것도 현대모비스와 최근 계획을 밝힌 효성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기업이다. 미국에선 38%에 이르던 법인세율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21%까지 내린 게 주효했다. 일본은 대기업의 경우 이전비용의 절반을, 중소기업은 3분의 2를 지원해준다. 미국에선 GM 애플 등 3327개 기업, 일본은 도요타 캐논 등 724개 기업이 돌아오는 결실로 나타났다.
과거 설문(2018년 무역협회)에서도 ‘유턴을 고려 중’이라고 답한 국내 기업은 3.1%에 그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직된 노동시장, 높은 인건비, 수도권 입지 규제, 미흡한 세제 지원,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고국 땅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판' 바꾸는 발상의 전환 필요
유턴 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해외 아웃소싱의 국내 전환도 유턴으로 인정 △고용보조금 연장(2년→3년) △해외사업장 축소 의무 완화(25%→10%) 등이 꾸준히 건의돼 왔다. 정부 개선책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몇 가지 손보는 수준의 대책으로 집 떠난 기업들이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용 절감, 큰 시장 접근은 물론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위해 해외로 나갈 유인은 차고 넘치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증가하는 반기업 규제 법령 등으로 한국 내 기업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돌아오게 하려면 국내 노동비용이 적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가 이를 막고 있다”고 했다.
친(親)노동이든 공정경제든, 정부의 정책 지향점이 일자리 확대를 가로막게 되면 코로나19 경제위기 앞에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틀 안에서 유인책을 마련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기업이 활기차게 뛸 수 있는 환경으로 아예 판을 바꿔주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고용 증대가 최고 국정 목표라면 반기업적 정책기조를 전면 재점검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danielc@hankyung.com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낭보이긴 한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유인 즉, 3사 제품의 80%가량(증설 계획 포함)이 중국 미국 유럽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크게 형성된 곳에 공장을 세우다 보니 불가피했다. 전기차가 한 해 3만 대밖에 안 팔리는 한국에 공장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 기업이 급성장해도 일자리는 해외에서 창출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턴 매력 못 느끼는 한국 기업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터여서 여운이 남는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된 만큼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먼저 국내 회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자동차부품, 섬유·의류, 전자부품 업체 정도가 문의해 온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수출 주력은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많은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들여오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유턴지원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국내 기업의 유턴을 독려했다. 하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69개에 그친다. 그것도 현대모비스와 최근 계획을 밝힌 효성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기업이다. 미국에선 38%에 이르던 법인세율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21%까지 내린 게 주효했다. 일본은 대기업의 경우 이전비용의 절반을, 중소기업은 3분의 2를 지원해준다. 미국에선 GM 애플 등 3327개 기업, 일본은 도요타 캐논 등 724개 기업이 돌아오는 결실로 나타났다.
과거 설문(2018년 무역협회)에서도 ‘유턴을 고려 중’이라고 답한 국내 기업은 3.1%에 그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직된 노동시장, 높은 인건비, 수도권 입지 규제, 미흡한 세제 지원,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고국 땅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판' 바꾸는 발상의 전환 필요
유턴 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해외 아웃소싱의 국내 전환도 유턴으로 인정 △고용보조금 연장(2년→3년) △해외사업장 축소 의무 완화(25%→10%) 등이 꾸준히 건의돼 왔다. 정부 개선책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몇 가지 손보는 수준의 대책으로 집 떠난 기업들이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용 절감, 큰 시장 접근은 물론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위해 해외로 나갈 유인은 차고 넘치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증가하는 반기업 규제 법령 등으로 한국 내 기업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돌아오게 하려면 국내 노동비용이 적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가 이를 막고 있다”고 했다.
친(親)노동이든 공정경제든, 정부의 정책 지향점이 일자리 확대를 가로막게 되면 코로나19 경제위기 앞에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틀 안에서 유인책을 마련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기업이 활기차게 뛸 수 있는 환경으로 아예 판을 바꿔주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고용 증대가 최고 국정 목표라면 반기업적 정책기조를 전면 재점검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