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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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네이버, 독점적 지위로 갑질 했다”

인터넷 포털의 강자인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매물 정보를 받아오는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다. ‘부동산매물 검증센터’를 통해 이른바 ‘확인된 매물 정보’를 받으며 ‘제3자’에게는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고, 이게 카카오에 정보를 주지 말라는 압박이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3개월간 제3자에게 정보 제공 금지’를 요구했는데, 주택시장 특성상 3개월이면 정보가 된 물건의 거래가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보동산114’ 같은 전문업체는 이 조항이 부당하다며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들도 이렇게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네이버는 매물 정보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가운데 매물 건수로는 40% 이상, 방문자나 페이지뷰로는 70% 이상을 차자하고 있으니 독점적 지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독과점 행위, 특히 그로 인한 불공정 거래는 차단될 필요가 있다. 공정 경쟁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네이버가 자사와 거래 중인 정보 제공업체들이 경쟁관계인 카카오와 제휴를 추진하자 배타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경쟁을 저해하는 업무 방해에 해당된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들 정보 제공업체가 확인 매물에 대한 검증을 맡길 때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그 정보에 대한 재산권도 네이버에 없다는 논리다.

카카오의 매물 정보 수집 업무가 무산되면서 부동산 서비스의 매출도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추가됐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별전담팀이 구성된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반대] “혁신 인정 않으면 누가 투자하나”

네이버는 공정위가 문제삼은 매물 정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식재산권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100억원이나 투입해 구축한 ‘혁신·성장의 성과물’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누가 투자할 것이며, 누가 밤새워 일하겠냐며 억울해한다. IT산업에 선두주자와 선구자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투자하는데 뒤따라오면서 무임승차하는 게 더 문제라는 항변이다.

이른바 ‘확인 매물’이 가능한 게 적지 않은 연구투자비가 들어갔기에 가능하다는 논리다. 당연히 확인 매물에 대한 지식재산권도 자신들에게 있다고 네이버는 주장한다.

관련 업체와의 계약도 공정계약이라는 게 네이버 주장이다. 네이버가 제공 못하게 한 것도 ‘확인 매물 정보’이며, 가짜 매물이 포함된 ‘일반 매물 정보’는 관련 업체가 제공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확인 매물 서비스는 투자비로 수십억원이 들었고 검증센터 운영과 관리비 등으로 추가된 비용도 있었다. 경쟁 업체 카카오가 일반 매물 정보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네이버의 자체 기술력이 투입된 확인 매물 정보에 대한 카카오의 접근은 무임승차 시도가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이런 식으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한 선두주자와 위험을 무릅쓴 채 더 많이 투자한 기업을 규제하면 어떤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법리적으로 큰 문제도 없고, 설령 논쟁거리가 생기더라도 후발주자나 이익을 충분히 챙기지 못하는 관련 기업의 하소연까지 정부가 대등하게 다루는 경제시스템에서 혁신기업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비단 네이버만의 사정이 아니다.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경쟁제한 논란'…제재해야 하나
혁신과 성장, 공정 경쟁과 횡포, 이런 가치들은 배타적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심판’ 역할을 하는 정부의 역량이 중요하다. 또 다른 판정자인 소비자도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같은 세계의 선두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나타난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초우량 거대기업도 신생 벤처 때는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성장하면서 ‘갑질’ 행위자로 몰리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많은 신생 벤처기업을 향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라고 하면서, 막상 어느 정도로 커지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규제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도 카카오도 국제 경쟁에서 구글 등과는 비교도 안 되는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엄청난 규제를 받고 있는 점도 지적해둘 만하다. 네이버가 성공한 혁신기업으로 좁은 국내 시장에서 조금 커졌다고 규제의 대상이 되고 ‘강자 패기’의 본보기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