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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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이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 반포한 1446년을 기점으로 삼아 제정됐다. 한글이 탄생한 지 500년이 훨씬 넘었으나 우리 정서법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은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3년 조선어학회(한글학회의 전신)에서 ‘한글마춤법 통일안’을 내놓은 게 밑거름이 됐다.

종결형으로 쓰인 ‘책이요’는 규범에서 벗어나

그 사이 우리 맞춤법은 많이 변했다. 그중 하나로 요즘도 늘 헷갈리는 게 어미 ‘-이요’와 ‘-이오’, 그리고 보조사 ‘-요’ 용법의 구별이다.

1933년 한글마춤법 통일안에서는 이를 어떻게 제시했을까? <‘이요’는 접속형이나 종지형이나 전부 ‘이요’로 한다.>고 했다. 가령 “이것은 붓이요, 저것은 먹이요, 또 저것은 소요.”처럼 썼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다르다. 제15항 어간과 어미를 적는 방식에 관한 얘기다. <종결형에서 사용되는 어미 ‘-오’는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는다.>고 했다. “이것은 책이오./이리로 오시오.”(책이요×/오시요×)가 현행 규범이다. 또 <연결형에서 사용되는 ‘이요’는 ‘이요’로 적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오.”처럼 구별해 써야 한다. 정리하면 ‘-이요’는 연결어미로만, ‘-이오’는 종결어미로만 쓸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모두 [이요]로 소리 나지만 각각의 쓰임새에 따라 구별해 적도록 한 것이다.

현실언어에서는 쓰임새 활발…규범화 진행 중

2019년 5월 국립국어원은 현행 맞춤법 규정 가운데 오용 사례가 많은 용법 하나를 두고 회의를 거듭했다. “몇 층에 가세요? 10층이요./10층요.” “민준이가 올해 몇 살이지? 여섯 살이요./여섯 살요.” “너는 전공이 뭐니? 국문학이요./국문학요.”

이들 중 맞는 것은 무엇일까? 사선 앞의 말은 모두 틀린 말이다. 현행 문법에서 종결형으로 쓴 ‘-이요’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어법의 핵심은 보조사 ‘요’의 용법에 있다. ‘요’는 <(체언이나 부사어, 연결 어미 따위의 뒤에 붙어)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마음은요 더없이 좋아요. / 어서요 읽어 보세요.” 같은 게 용례다. 명사로 끝나는 말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조사 ‘요’만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요’는 비규범이다.

문제는 국민 가운데 많은 이가 ‘-이요’로 적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가령 “철수야, 식탁 위에 있는 책 좀 가져다 다오”라고 했을 때 “이 책요?”라고 하면 오히려 낯설게 여기는 것이다. “이 책이요?”를 더 익숙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문법은 현실 언어에서 언중이 쓰는 말을 규범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중의 대다수가 쓰는 말이 곧 문법이 된다는 얘기다.

국어원은 회의에서 보조사 ‘요’가 쓰여야 할 자리에 ‘이요’가 쓰이는 언어 현실에 주목했다. 그 이전에 국어원에서 실시한 ‘온라인가나다 답변 감수’ 연구에서도 보조사 ‘이요’의 등재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국어원 회의에서도 ‘이요’를 문법으로 수용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다만 ‘이요’가 공식적으로 문법화하려면 국어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국어심의회를 거치는 등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느 나라나 문법은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책이요? 짜장면이요?’ 같은 말은 틀린 표기다. 현행 규범대로 ‘책요? 짜장면요’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