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민간과 공공의 집합적 노력 결과로서의 혁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09) 4차 산업혁명과 공공의 역할
아이폰을 대표하는 시리 기술은 미국 국방부의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은 미 해군, 터치스크린 기술은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지원으로 개발됐다. 제약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약의 3분의 2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초기 연구자금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월드 와이드 웹(www)의 기반이 된 HTML 코드는 유럽입자물리 연구소(CERN)에서 개발됐고, 구글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 알고리즘은 미국과학재단(NSF) 자금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많다. 솔린드라와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2009년 태양광 패널 스타트업인 솔린드라에 5억3500만달러의 정부 보증 대출을 제공했고, 같은 해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도 4억6500만달러의 정부 보증 대출을 제공했다. 이후 테슬라는 크게 성공해 2013년 대출을 모두 상환했지만, 솔린드라는 2011년 파산했다. 많은 언론이 솔린드라 사례를 두고 투자 대상을 잘못 선정했다고 비판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기능을 하는 정부가 솔린드라 파산과 같이 실패의 비용은 막대하게 제공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성공의 이득은 전혀 갖고 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계약 내용을 살펴 보면, 정부는 테슬라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만 300만 주의 지분을 갖는 데 합의했다. 만약 성공했을 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도록 합의했다면 납세자들은 테슬라의 성공으로 솔린드라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처럼 리스크는 사회화되고, 보상은 사유화된다.
이제 기술 진보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는 멈출 때가 됐다. 혁신의 과실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창출한 집합적인 노력이 인정돼야 한다. 혁신이 공공과 민간의 집합적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할 때,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혁신의 공공성에 공감할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술 진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가능케 만든 기술 창출한
집합적인 노력이 인정돼야
집합적 과정으로서의 혁신
혁신은 누적적이고, 불확실하며, 집합적이다. 1987년 MIT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가 경제 성장의 80%를 기술 혁신이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많은 경제학자가 혁신을 추동하는 기술 발전이 어디에서 오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벤처 신화들은 유명 대학을 중퇴한 기업가가 차고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혹은 천재적인 발명가가 유레카적인 순간을 맞이해 혁신이 마법처럼 생겨난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혁신을 연구한 수많은 학자가 내린 결론은 혁신은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의 결과라는 점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연구 투자나 정부 구매를 통한 지원이 없었다면 컴퓨터 산업이라는 혁신은 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혁신은 불확실하다.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상업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문제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한다고 알려진 기업가들이 사실은 대부분 리스크 감수에 소극적이라는 점에 있다. 특히 자본이 많이 필요하면서 리스크까지 높은 경우 더욱더 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 제약 및 생명공학, 인터넷, 나노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민간자본이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공공자금이 이를 대신해 혁신의 씨앗이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혁신은 집합적이다. 민간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목적을 갖고 자금을 투자하는 공공 그리고 혁신 기업에서 불확실함을 견디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로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 기업가 홀로 혁신을 창출한 듯 보여도 이들의 성공은 이전의 수많은 기업가의 노력과 납세자들의 상호작용이 이뤄낸 집합적인 결과인 것이다.혁신의 리스크와 보상
분명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 인프라는 공공과 민간 그리고 근로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제공됐지만, 혁신에 대한 보상은 기업가 개인에게 돌아간다. 1978년 노벨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사람들이 얻는 소득의 5분의 1 정도만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해 얻는 것이며, 나머지는 물리적 자본과 지적 자본이 축적된 거대한 생산적인 사회 시스템 덕분에 얻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시대, 개개인의 발명가나 자본가의 기여가 강조돼 혁신의 이득이 이들에게만 분배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한다. 혁신의 집합적인 속성을 간과하면, 국민 전체의 소득에서 자신이 실제로 기여한 것보다 훨씬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을 정당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혁신의 보상도 사회적으로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인터넷과 같이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투자할 때 납세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막대한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혁신의 보상도 사회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사례가 많다. 솔린드라와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2009년 태양광 패널 스타트업인 솔린드라에 5억3500만달러의 정부 보증 대출을 제공했고, 같은 해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도 4억6500만달러의 정부 보증 대출을 제공했다. 이후 테슬라는 크게 성공해 2013년 대출을 모두 상환했지만, 솔린드라는 2011년 파산했다. 많은 언론이 솔린드라 사례를 두고 투자 대상을 잘못 선정했다고 비판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기능을 하는 정부가 솔린드라 파산과 같이 실패의 비용은 막대하게 제공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성공의 이득은 전혀 갖고 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계약 내용을 살펴 보면, 정부는 테슬라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만 300만 주의 지분을 갖는 데 합의했다. 만약 성공했을 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도록 합의했다면 납세자들은 테슬라의 성공으로 솔린드라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처럼 리스크는 사회화되고, 보상은 사유화된다.
생태계에 대한 세밀한 파악
정부가 투자한 혁신의 보상을 기업가가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결정자들이 혁신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위치와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정책은 선도적이어야 하고, 의도한 바가 명확해야 한다. 각국의 디지털 정책은 모두 선택되고 특정 방향으로 독려된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에 대한 세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 사이에 공생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시대, 법과 정책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이제 기술 진보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는 멈출 때가 됐다. 혁신의 과실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창출한 집합적인 노력이 인정돼야 한다. 혁신이 공공과 민간의 집합적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할 때,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혁신의 공공성에 공감할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술 진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 포인트
혁신의 과실 확대 위해서는혁신 가능케 만든 기술 창출한
집합적인 노력이 인정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