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만 집 사고 돈 벌라는 거냐"…30대 직장인의 분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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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과연 집값 잡힐까
가계부채 눈덩이에 부작용 심해지자 칼 빼들어
영끌족·빚투족 이자부담 커질 것
실수요자들도 반발 "금융사다리 걷어차나"
다만 전문가들 "효과 회의적…공급 선행되야"
가계부채 눈덩이에 부작용 심해지자 칼 빼들어
영끌족·빚투족 이자부담 커질 것
실수요자들도 반발 "금융사다리 걷어차나"
다만 전문가들 "효과 회의적…공급 선행되야"
지난해 말 ‘빚투’(빚내서 투자)를 해 아파트를 산 30대 전문직 종사자 김모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주담대 등 6억원이 넘는 빚을 냈는데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 이자 부담이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까봐 불안하다”며 “대출 비중 대부분이 신용대출로 변동금리 상품이라 금리인상이 계속된다면 가계 운영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3개월간 이어진 동결(현행 연 0.5%)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4차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되고 있어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부는 저금리 장기화로 만들어진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을 해결하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족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자 가운데 8명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1.5%(신규취급액 기준)다.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만의 최대치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대출금리가 0.25%p올라가면 가계 이자 부담이 2조9000억원, 0.50%p오르면 5조9000억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 0.50%p~0.75%p까지 인상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한번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시장의 파장은 클 수가 있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레버리지 등을 이용한 부담스러운 투자는 위축될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과도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정부가 이달 농협은행·농협중앙회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 등 대출 문턱을 높인 데 이어 금리까지 인상하면서 ‘내집마련 막차’를 타려는 젊은 층은 ‘금융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청년 세대는 부동산을 통해 투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벼락거지’는 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대출 규제에 들어가면 결국 돈이 많은 현금 부자만 집을 사고 돈을 벌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기준금리를 0.25%p 높여도 0.75%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흔히 생각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같은 개인대출의 수준에서는, 대출액 자체가 몇억원 수준이라 금리가 오르더라도 매달 부담하는 이자액은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LTV, DTI 등의 규제가 엄격해 개인이 빌리고 싶은 만큼 대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기에 부도위험 등이 현저히 낮아 개별 가계, 개인이 금리인상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금리가 오르긴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금리 외에도 공급 대책, 시장 규제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적으로 2005년 10월~2008년 8월8차례에 걸쳐 2%포인트 금리를 올렸지만 되레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57.7에서 73.3으로 27% 올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2006년), 민간택지 분양가 규제(2007년) 등의 정책이 실패하면서 기준금리는 상승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금리만으로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며 “여전히 서울 및 부동산시장의 입주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전청약제 등으로 전세수요가 늘며 오르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3개월간 이어진 동결(현행 연 0.5%)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4차 대유행으로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되고 있어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부는 저금리 장기화로 만들어진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을 해결하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족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자 가운데 8명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1.5%(신규취급액 기준)다.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만의 최대치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대출금리가 0.25%p올라가면 가계 이자 부담이 2조9000억원, 0.50%p오르면 5조9000억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 0.50%p~0.75%p까지 인상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한번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시장의 파장은 클 수가 있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레버리지 등을 이용한 부담스러운 투자는 위축될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과도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정부가 이달 농협은행·농협중앙회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 등 대출 문턱을 높인 데 이어 금리까지 인상하면서 ‘내집마련 막차’를 타려는 젊은 층은 ‘금융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청년 세대는 부동산을 통해 투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벼락거지’는 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대출 규제에 들어가면 결국 돈이 많은 현금 부자만 집을 사고 돈을 벌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기준금리를 0.25%p 높여도 0.75%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흔히 생각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같은 개인대출의 수준에서는, 대출액 자체가 몇억원 수준이라 금리가 오르더라도 매달 부담하는 이자액은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LTV, DTI 등의 규제가 엄격해 개인이 빌리고 싶은 만큼 대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기에 부도위험 등이 현저히 낮아 개별 가계, 개인이 금리인상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금리가 오르긴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금리 외에도 공급 대책, 시장 규제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적으로 2005년 10월~2008년 8월8차례에 걸쳐 2%포인트 금리를 올렸지만 되레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57.7에서 73.3으로 27% 올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2006년), 민간택지 분양가 규제(2007년) 등의 정책이 실패하면서 기준금리는 상승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금리만으로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며 “여전히 서울 및 부동산시장의 입주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전청약제 등으로 전세수요가 늘며 오르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