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돈까스 한 접시 먹는데…4만원 들었어요"[안혜원의 집에서 돈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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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인기 맛집 연돈 등
예약권 웃돈 받고 판매하는 '대리 예약' 기승
소비자들 예약 기회 박탈 반발
돈만 챙기는 사기거래도 극성
부작용 불구 마케팅 효과는 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01.27400548.1.jpg)
오후 8시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예약 시스템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번번히 실패.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무리 클릭을 해봐도 예약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접속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좌절한 김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대체 연돈 예약은 누가 성공하는 건가요?”라며 울분에 찬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댓글이 달렸습니다. 예약에 성공했다며 ‘대리 예약'을 해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알고 보니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연돈 예약권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대신 예약을 해주는 값은 2인 테이블 기준 3만~5만원. 연돈에서는 원격 줄 서기 앱(애플리케이션) '테이블링'으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대리 예약을 하는 방법은 이 앱의 허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대리 예약을 하는 업자가 제주 지역에서 이 앱에 접속해 예약을 한 다음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넘겨줍니다. 그 다음에 구매자가 예약권 판매업자의 계정에서 본인 핸드폰을 통해 인증을 하면 식당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김씨는 휴가 나흘 째가 돼서야 돈까스를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돈까스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음식값 만원에 예약 비용 3만원을 더해 총 4만원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예약 과정에서 웃돈을 주고 식사를 한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며 “이렇게 업자들이 예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실제 식당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예약을 하겠나”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연돈‘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대리 예약을 해주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마켓 캡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01.27400598.1.jpg)
예약 시스템 이용에 능숙한 대리 예약업자들만 이득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4일 현재에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연돈‘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대리 예약을 해주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도 “대리 예약을 해 돈까스를 먹었다” “직접 예약을 하려면 어지간한 인기 콘서트 티케팅보다 어렵다고 하더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리 예약업자가 하루에 한 건 씩 3~5만원씩 받는다면 10일만 예약에 성공해 이 권리를 양도한다면 30만~50만원은 손쉽게 벌 수 있는 셈입니다. 이 식당의 돈까스 가격은 9000원에서 1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미 이 같은 ‘대리예약 편법'은 연돈같이 예약이 어려운 인기 식당은 물론 뮤지컬·콘서트 등 공연, 심지어 샤넬·에르메스 등 명품까지 성행하면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편법 때문에 정작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순서가 밀리거나 이용 기회를 뺏기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리예약 편법'은 연돈같이 예약이 어려운 인기 식당은 물론 뮤지컬·콘서트 등 공연, 심지어 샤넬·에르메스 등 명품까지 성행하면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01.27400624.1.jpg)
박 씨는 "상대방을 믿고 입금했는데 그 어떤 것도 전달받지 못한 채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박 씨는 다른 예약자에게 티켓을 구매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티켓 두 장의 가격은 20여만원 남짓. 사기를 당한 비용과 웃돈을 주고 구매한 티켓값을 모두 더하면 60만원이 넘습니다. 실제 정가보다 40만원은 더 주고 공연을 본 셈입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부작용을 떠나 이 같은 상황을 내심 반기는 눈치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매출 또한 덩달아 늘어나니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대리 예약'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지만 한동안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약 대란이 벌어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 입에 관련 이슈가 오르내리면서 마케팅 효과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