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도 프로처럼 입고 싶다"…'아재 골프복' 거부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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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골퍼 급증…백화점 편집숍·매장 확대 대응
상반기 골프 클럽 시장 36% 증가…여성용 52% 뛰어
신규 골프웨어도 줄이어…타임·구호도 골프웨어 선보여
상반기 골프 클럽 시장 36% 증가…여성용 52% 뛰어
신규 골프웨어도 줄이어…타임·구호도 골프웨어 선보여
# 직장인 A씨(33)는 올해 골프에 입문한 '골린이'(골프+어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배우던 스피닝 등 단체운동(GX) 강습 수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조만간 필드에 나가려 골프복, 골프화를 샀다. 이번엔 큰 마음 먹고 클럽도 장만했다"며 웃음지었다.A씨와 같은 새롭게 유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골프 인구를 잡기 위한 유통가 움직임이 활발하다. 백화점들은 관련 프로모션과 전문관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패션업계에도 2030 골프 인구를 주요 타깃층으로 한 신규 브랜드를 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골프 편집숍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의류 컬렉션 '케이스스터디 골프 클럽'을 새로 선보였다. 젊은 골퍼 공략을 위해 자체 제작 상품과 기존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을 내놓는다.
스웨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를 비롯한 '말본골프' 'EENK' '바이에딧' 등과 인기 골프웨어 브랜드와 모자, 가방 등 협업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뉴발란스의 디자인을 담은 골프 슈즈와 한정판 스니커즈를 골프화로 커스텀한 '골프 킥스'의 한정판 신발도 판매한다.
신세계 강남점은 오는 9일까지 20~30대 골퍼를 위한 팝업 행사 '골프대전'도 진행한다. 신세계는 올해 3월 업계 최초로 MZ 골퍼를 겨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난 브랜드를 모은 편집매장 'S.tyle Golf'를 강남점에 선보인 바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 본점 6층의 소재 골프 브랜드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30% 늘린 1400㎡(420여 평) 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골프 열풍을 반영, 본점 리뉴얼을 가장 먼저 골프 매장에 적용한 결과다. MZ세대 소비자를 위한 골프웨어 브랜드도 5개 도입했다.
백화점들이 움직이는 것은 골프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유입이 뚜렷하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이라도 골프장을 찾은 골프인구 중 20대는 26만7000명, 30대는 66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92.1%, 30.7% 증가한 규모다. 1년 새 늘어난 골프인구 44만8000명 중 26.5%인 11만9000명이 20~30대다.
관련 골프용품 시장도 급성장했다. 시장조사기업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골프 클럽 시장(오프라인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296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골퍼 유입에 따른 관련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여성용 골프 클럽 시장은 52% 뛰어 같은 기간 남성용 골프 클럽 수요 증가율(29%)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에 전체 시장에서 여성용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33%로 3%포인트 높아졌다.
여성 골퍼의 증가는 패션업계도 달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브랜드들이 다수 출현한 데 이어 올해 등장한 신규 브랜드 혹은 골프웨어 라인이 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이 최근 대표 브랜드 '타임'에서 골프웨어를 선보인 게 대표적. 골프, 승마 등 레저 수요를 겨냥한 '타임 1993 클럽' 컬렉션이다. 한섬은 앞서 '타미힐피거'와 영캐주얼 'SJYP'를 통해 골프웨어를 선보였고, 이후 '랑방'을 통해서도 출시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대표 브랜드 구호의 캡슐 컬렉션으로 골프웨어를 내놨다.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아웃도어업계에선 K2코리아그룹이 수제 퍼터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두 번째 골프웨어 브랜드 '피레티'를 준비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계기로 MZ세대 사이 골프가 대중화되는 분위기"라며 "골프를 체험하고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가장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