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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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승승장구했던 카카오뱅크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 2일 우정사업본부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영향이다. 이에 더해 6일에는 1개월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풀릴 예정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지금부터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이 상장 전부터 뜨거웠던 고평가 논란의 진위를 가려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분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전날보다 3900원(2.83%) 하락한 7만6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일(-7.77%)과 3일(-1.34%)에 이어 사흘째 하락중이다.

이는 카카오뱅크 지분 3.23%를 보유하고 있던 우정사업본부가 1일 장마감 직후 1368만383주(지분율 2.9%)를 블록딜로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우정사업본부가 제안한 가격 밴드의 최상단인 주당 8만원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거래 규모는 1조1000억원가량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5년 10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설립될 당시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해 약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는 레버리지 규제로 지분 매각이 불가피했지만, (카카오뱅크의) 오버행 리스크를 부각시킨 점은 부정적”이라며 “향후 예스12(보유 지분율 1.2%), 넷마블(1.94%) 등이 보유한 물량이 일부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이날부터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이 1개월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배정받은 314만1600주(지분율 0.66%)가 거래될 수 있다. 앞서 15일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물량 7만9000주가 풀린 지난달 20일에는 주가가 1.09% 하락한 바 있다.

증권가의 의견은 분분하다.

김수현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제안한 가격 범위의 최상단에서 모든 물량이 소화된 만큼 여전히 (카카오뱅크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높은 편”이라며 “조정 시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목표주가로 10만1000원을 제시하며 “카카오뱅크는 금융의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선점했고,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했다”며 “그 결과 가입자 수와 실 사용자 수에서 모든 뱅킹앱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펀드, 방카슈랑스 등 자신들의 금융상품으로 백업하려고만 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될 ‘제3자 중개 역할’을 가장 먼저 시도 중”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전략은 전통 금융회사의 약한 연결 고리를 타겟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증권가의 시각은 카카오뱅크에 비관적인 의견이 많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기 전인 지난달 5일에 목표주가 4만5000원과 함께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교보증권은 이후 아직까지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수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며, 은행업 이외의 금융사업은 조만간 상장할 카카오페이가 담당하기에 국내 은행이 인정받고 있는 가치 이상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한 뒤에는 너무 비싸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장 초기 낙관적 기대가 반영되면서 내년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98배라는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 프리미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을 유지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이익 규모와 성장률의 상향 ▲정부 규제 영향에 대안 제시 ▲중금리 대출 부문에 대한 불신 해소 등을 꼽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