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관 시몬느 대표가 경기 의왕시 본사에서 제작한 핸드백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시몬느 제공
박은관 시몬느 대표가 경기 의왕시 본사에서 제작한 핸드백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시몬느 제공
6500년.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액세서리(시몬느)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인 366명의 핸드백 제조 경력을 합친 햇수다. 환갑의 나이가 지난 장인도 14명이나 있다. 핸드백 하나로 연매출 1조원의 기업을 일군 박은관 시몬느 대표(사진)는 “시몬느의 힘은 작업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장인들의 손끝에서 나온다”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몬느는 다음달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 30% 육박

시몬느는 세계 1위 명품 핸드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시몬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0%다. 경쟁사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미국 3대 디자이너 패션기업 도나카렌뉴욕(DKNY),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20여 개 명품 브랜드가 고객사다.

시몬느는 소재부터 바느질 패턴, 최종 마감까지 기획해 고객사에 제안한다. 박 대표는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 가방 디자인만 22만 개가 넘는다”며 “추상적인 스케치도 실제 제품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느는 장인들이 만든 제품 공정을 표준화해 대량 생산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세운 공장에서 연간 2080만 개의 핸드백과 920만 개의 지갑을 제작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몬느 장인들은 새로운 공정 기술도 개발했다. ‘단면 약칠 컨베이어 벨트’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가죽 제품을 건조시키는 바람의 습도와 온도, 세기를 조절해 자연 건조와 같은 결과물을 내면서도 건조 시간은 48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시몬느의 경쟁력은 높은 영업이익률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몬느는 2019년 매출 1조178억원에 영업이익 135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6.3%다. 패션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4.7%)의 세 배 이상이다. 작년과 올해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지만 내년부터 예년 평균을 회복할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 최고가 제품만 기획 생산해 마진을 높게 가져갈 수 있어서다.

33년 된 고객사도 있어

시몬느는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사와 장기간 거래를 이어가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DKNY와 33년, 마크 제이콥스와 20년, 마이클 코어스와는 18년 넘게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그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시몬느와의 거래는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시몬느가 생산한 핸드백은 4억 개가 넘는다. 박 대표는 “핸드백 3개를 1m로 계산해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세 바퀴 반 돌릴 수 있는 물량”이라고 했다.

이토록 장기간 대량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박 대표는 “고객사가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신뢰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자재 수급이 늦어져 납기를 못 맞출 것 같은 상황이 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제품을 만들었다”며 “직원이 직접 비행기에 핸드백을 들고 타서 현지로 배송할 정도의 책임감을 수십 년간 보여준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동남아시아 시장, 온라인 패션 소매시장은 시몬느에 기회다. 시몬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 증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을 2025년까지 3500만 개로 늘릴 예정이다. 박 대표는 “100년 이상 가는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기업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의왕=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