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쓰나미' 속 40배 오른 니혼M&A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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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
니혼M&A센터
매도 기업 적정가치 평가 후
인수자 찾아 수수료 받아
11년 연속 사상최대 실적
니혼M&A센터
매도 기업 적정가치 평가 후
인수자 찾아 수수료 받아
11년 연속 사상최대 실적
도쿄 스미다 지역의 좁은 골목 끝에 자리한 오카노공업. 160㎡ 남짓한 공장에 직원이 3명뿐이지만 연매출은 8억엔에 달한다. 오카노 마사유키 사장은 섬세한 금속가공기술로 모기침 굵기만큼 얇은 주삿바늘을 만들었다. 그의 기술을 믿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전 세계 기관과 기업이 제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오카노공업은 2018년 폐업했다. 85세가 된 오카노 사장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다. 오카노공업은 기술을 협력사에 넘기고 공장 문을 닫았다.
일본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든 ‘마치코바(町工場·동네 작은 공장)’가 위기를 맞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게 원인이다. 니혼M&A센터(종목번호 2127)는 이런 기술 있는 공장을 경영할 후계자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회사다. 마치코바의 구세주로 성장한 니혼M&A센터 주가는 10년 만에 40배 가까이 올랐다.
주가를 밀어올리는 건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수요 증가다. 1991년 설립돼 2006년 상장한 니혼M&A센터는 대형 증권사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 M&A를 중개한다. 니혼M&A센터를 거쳐가는 회사의 절반 이상이 종업원이 20명이 안 되고 연 매출은 5억엔 미만인 작은 곳들이다. 니혼M&A센터는 회사를 내놓고 싶다는 사장을 대신해 그 기업을 인수해줄 기업을 찾고, 회사의 적정가를 평가해 거래를 성사시킨다. 건당 수익은 적지만 다수의 M&A를 중개해 수익을 늘리는 구조다.
이 회사 사업모델은 일본 사회의 변화에 딱 맞았다. 일본 기업인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들이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M&A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62.49세다. 작년 후계자가 없어 도산한 기업만 372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도산 기업의 절반은 30년 이상 된 곳이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일본 중소기업청의 조사 결과 2025년이면 일본 중소기업 127만 곳이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폐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의 폐업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22조엔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폐업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주가가 부진했던 건 규제 가능성 때문이다. 니혼M&A센터가 일하는 방식에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정치권에서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니혼M&A센터는 매수·매도자 양측을 동시에 대리하며 수수료를 얻는다. 정치권은 매수자 입장에서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매도자가 손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강화로 매수자나 매도자 중 한쪽만 대리하게 된다면 수수료가 적어질 것이란 예상에 주가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증권가에선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매수·매도자 양측을 대리하는 근본적 구조는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 M&A는 금전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영자 간 조화 등 따져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에 나설 수 없는 정부의 사정도 있다.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폐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국가적 손해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9월 M&A에 관심없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중소 M&A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하며 M&A를 촉진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며 니혼M&A센터 주가는 다시 사상 최고가를 향하고 있다. 주가를 뒷받침하는 건 탄탄한 실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이 375억엔, 영업이익은 172억엔으로 1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는 더 강하게 베팅 중이다. 일본 증권가에선 올해 니혼M&A센터의 매출이 435억9000만엔에 달할 것이라고 눈높이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일본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든 ‘마치코바(町工場·동네 작은 공장)’가 위기를 맞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게 원인이다. 니혼M&A센터(종목번호 2127)는 이런 기술 있는 공장을 경영할 후계자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회사다. 마치코바의 구세주로 성장한 니혼M&A센터 주가는 10년 만에 40배 가까이 올랐다.
늙어가는 日기업…넘치는 中企 M&A
14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니혼M&A센터는 3630엔에 장을 마치며 연중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코로나 저점 이후로는 207% 올랐다. 작년 말 기록한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 3650엔)도 다시 넘보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2011년 100엔(수정주가 기준)을 밑돌았다. 10년 만에 약 40배 오른 것이다.주가를 밀어올리는 건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수요 증가다. 1991년 설립돼 2006년 상장한 니혼M&A센터는 대형 증권사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 M&A를 중개한다. 니혼M&A센터를 거쳐가는 회사의 절반 이상이 종업원이 20명이 안 되고 연 매출은 5억엔 미만인 작은 곳들이다. 니혼M&A센터는 회사를 내놓고 싶다는 사장을 대신해 그 기업을 인수해줄 기업을 찾고, 회사의 적정가를 평가해 거래를 성사시킨다. 건당 수익은 적지만 다수의 M&A를 중개해 수익을 늘리는 구조다.
이 회사 사업모델은 일본 사회의 변화에 딱 맞았다. 일본 기업인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들이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M&A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62.49세다. 작년 후계자가 없어 도산한 기업만 372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도산 기업의 절반은 30년 이상 된 곳이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일본 중소기업청의 조사 결과 2025년이면 일본 중소기업 127만 곳이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폐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의 폐업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22조엔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폐업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1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전망
니혼M&A센터는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 한 해(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은 361억3000만엔, 영업이익은 164억1000만엔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였다. 분기별로도 지난 2분기(4~6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116억1300만엔, 58억5400만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8%, 19.8%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그럼에도 올 상반기 주가가 부진했던 건 규제 가능성 때문이다. 니혼M&A센터가 일하는 방식에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정치권에서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니혼M&A센터는 매수·매도자 양측을 동시에 대리하며 수수료를 얻는다. 정치권은 매수자 입장에서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매도자가 손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강화로 매수자나 매도자 중 한쪽만 대리하게 된다면 수수료가 적어질 것이란 예상에 주가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증권가에선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매수·매도자 양측을 대리하는 근본적 구조는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 M&A는 금전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영자 간 조화 등 따져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에 나설 수 없는 정부의 사정도 있다.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폐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국가적 손해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9월 M&A에 관심없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중소 M&A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하며 M&A를 촉진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며 니혼M&A센터 주가는 다시 사상 최고가를 향하고 있다. 주가를 뒷받침하는 건 탄탄한 실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이 375억엔, 영업이익은 172억엔으로 1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는 더 강하게 베팅 중이다. 일본 증권가에선 올해 니혼M&A센터의 매출이 435억9000만엔에 달할 것이라고 눈높이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