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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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대신 머리 감기만 해도 새치를 없애주는 기능성 샴푸가 품절 사태를 맞았다.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를 비롯해 일본 라쿠텐, 미국 아마존에서 잇따라 완판 행진을 벌이고 있다. 홍합의 강한 접착력을 연구하던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얘기다.

23일 바이오 코스메틱 기업 모다모다에 따르면 지난 22일 롯데홈쇼핑에서 해당 샴푸는 방송 20여분 만에 준비 물량 5만병이 모두 팔려나갔다. 분당 동시 주문자 수 1830명이 몰려들어 1분마다 6000만원씩 매출이 일어났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말 그대로 ‘대란’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지난 론칭(출시) 방송에서는 분당 매출이 2억1000만원을 넘겼다. 약 5분 만에 매진돼 방송을 종료했다”면서 “이번엔 미리 주문을 받지 않고 인당 1회 구매만 가능하도록 제한까지 걸었지만 생방송 20여분 만에 또 전량 소진됐다. 연이은 신기록 행진”이라고 귀띔했다.

이 샴푸는 모다모다가 이해신 KAIST 석좌교수와 5년가량 공동 연구개발(R&D) 끝에 선보인 제품. 폴리페놀이 공기나 햇빛에 반응해 갈변(갈색 변화)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에 착안, 염색하지 않고도 4주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새치나 흰머리를 짙은 갈색으로 바꿔주는 기능성 샴푸로 만들어냈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를 선보인 배형진 대표(왼쪽)와 이해신 KAIST 석좌교수. / 사진=한경 DB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를 선보인 배형진 대표(왼쪽)와 이해신 KAIST 석좌교수. / 사진=한경 DB
이 교수가 처음부터 폴리페놀로 샴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당초엔 물에 닿아도 여전히 강력한 홍합의 접착력에 주목했다. 이같은 홍합의 폴리페놀 성질을 활용한 사례가 ‘찔러도 피 안 나는 주삿바늘’이었다. 폴리페놀 성분 접착제로 코팅해 주삿바늘이 빠져나오면 곧바로 지혈되는 원리다. 이 교수는 관련 연구로 2018년 10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한 번 더 생각을 틀어 ‘폴리페놀이 산소와 접촉하면 갈변한다’는 점을 떠올린 게 모다모다 샴푸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단백질인 머리카락에 폴리페놀이 접착한 뒤 공기에 닿아 갈변하는 점을 응용해 샴푸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 원리가 뒷받침된 데다, 새치로 고민하다가 실제 제품 효과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까지 퍼지자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대박이 났다.

모다모다 기능성 샴푸는 지난달 라쿠텐·큐텐에 이어 아마존에 공식 입접해 초도 물량 1000개가 하루 만에 완판됐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조기 품절됐다. 현지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라고 했다. 이달 들어선 캐릭터 브랜드 ‘아자씨(AJASSI)와 콜라보(협업)한 패키지 상품을 카카오메이커스에 선보이는 등 국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