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31% 늘어…사상 최대 거래량 기록
단기에 '고위험 고수익' 추구하는 개인투자자 몰려
미국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지 월가 주목
올해 美 증시 사상 최대 옵션 거래, '대박 아니면 쪽박' 노린 개미들 급증한 결과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뉴욕증시에서 하루 평균 옵션 3861만계약이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1973년 미국 증시에 옵션이 도입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2951만계약)보다 31% 늘었다. 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 특정 시점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살 권리는 콜옵션, 팔 권리는 풋옵션이다. 투자자는 프리미엄(옵션의 가격)을 지불하고 콜옵션 또는 풋옵션을 산다. 옵션의 기초자산 가격이 미래에 상승할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투자자는 콜옵션, 반대의 경우에는 풋옵션을 택한다. 뉴욕증시에서 옵션 거래가 급증한 이유는 개인투자자에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헤지(위험회피) 또는 고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투자가 등 ‘큰손’들이 주로 옵션을 비롯한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뉴욕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미국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옵션 거래에 눈을 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개인의 옵션 거래량은 4배나 증가했다. 그 결과 뉴욕증시의 하루 옵션 거래량은 연일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CBOE는 미국 증시 역사상 옵션 거래량 기준 상위 10거래일 중 9일이 올해 나왔다고 분석했다.미국 개미들은 옵션 투자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27세 개인투자자 하시 파텔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로빈후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지난달 4일 로빈후드 콜옵션에 600달러를 투자했다”며 “투자 직후 로빈후드 주가가 급등하면서 콜옵션을 950달러에 팔아 30분 만에 60%의 투자수익률을 냈다”고 말했다. 반면 40세 개인투자자 브릿 킬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AMC 옵션에 투자했다가 1만2000달러 가량의 투자금 전액을 날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대금 뛰어넘은 옵션, 美 증시 변동성 증대 원인 되나
옵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뉴욕증시에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주식 거래대금보다 옵션 거래규모가 더 커졌다,CBOE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손바뀜된 옵션(single-stock options 기준)의 명목가치(옵션의 기초자산이 된 주식 가치 기준)가 6조9000억달러로 같은 기간 주식 거래대금(5조8000억달러)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CBOE는 올해 거래된 옵션의 가치가 주식 거래액을 넘어서는 첫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기업 테슬라의 경우 올 들어 하루 평균 옵션 거래 규모(명목가치)가 800억달러로 주식 거래액의 4배 수준이었다. 애플도 주식 거래대금(하루 평균 120억달러)보다 옵션 거래규모(200억달러)가 더 컸다. 게임스톱, 블랙베리 등 이른바 밈 주식들의 주가 급등도 개인투자자의 콜옵션 거래가 배후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옵션 투자 열풍이 최근 미 증시 강세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옵션 거래 활성화가 뉴욕증시의 급격한 조정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캡스톤인베스트먼트의 리샤브 반다리 매니저는 “콜옵션 투자 증가가 게임스톱, AMC 등의 주가를 끌어올렸듯이 풋옵션 투자가 늘어난다면 (주가가 떨어지는) 반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