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엔 '인종차별' 논란
17일 SNL 유튜브 채널에는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한국에서 994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라미 말렉이 218번 체육복을 입고 박해수가 연기한 상우 역을 소화했고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은 이정재가 연기한 456번 성기훈 역을 맡았다.
3분 29초의 영상에서 라미 말렉과 출연진들은 '오징어 게임'이 촬영된 장소와 흡사한 스타디움에서 계란, 사이다를 배식받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했다.
또 원작과 같이 '○△□' 모양의 가면을 쓴 진행요원들이 총을 들고 출연진 뒤에 서있기도 했다. '첫 번째 게임 통과를 축하드립다'라는 한글 자막이 삽입됐다. 피트 데이브슨은 '오징어 게임' 말미 머리를 붉게 물들인 이정재의 헤어스타일은 그대로 따라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라미 말렉이 상금 40억 원이 미화로 얼마인지 검색하는 부분이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가 구글 검색창에 40억 원을 검색하자 미화로 47.89달러(약 5만 6720원)이라고 결과가 나왔기 때문.
이 장면에 대해 일부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을 후진국처럼 묘사한 것 아니냐", "인종차별이다" 등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SNL 식 풍자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SNL'은 미국 브로드웨이 비디오와 SNL 스튜디오, NBC가 공동 제작하는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다. 매주마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호스트로 참여해 46년 동안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은 국민 예능이다. 한국에서도 판권을 수입해 'SNL KOREA'라는 이름으로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징어 게임'의 포맷을 그대로 옮겨 패러디한 것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방증한다.
BBC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치솟는 인기는 몇 년 동안 서구 전역에 퍼진 '한국 문화 쓰나미'의 가장 최신 물결"이라며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들은 음악계 대세로 떠올랐고, 영화 '기생충' '미나리'는 오스카에서 성공을 거둬 할리우드를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140만 달러(약 253억 원)로, 회당 28억 원 정도이나 1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 '가성비 갑' 콘텐츠로 꼽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