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삼킨 '그알' PD 출신 대표 "10년 뒤 테슬라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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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권 에디스모터스 대표 단독 인터뷰
5년안에 연 전기차 30만대 파는 회사 만들 것
쌍용차 브랜드로 전기차 내놓고 쌍용차에 전기차 OEM도 고려
쌍용차 브랜드도 '에디슨V' 등으로 브랜드명 바꿀 계획
인수 후 담보대출, 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마련
"KDB산업은행에 담보대출 요청했다"
5년안에 연 전기차 30만대 파는 회사 만들 것
쌍용차 브랜드로 전기차 내놓고 쌍용차에 전기차 OEM도 고려
쌍용차 브랜드도 '에디슨V' 등으로 브랜드명 바꿀 계획
인수 후 담보대출, 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마련
"KDB산업은행에 담보대출 요청했다"
2017년 1월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 강영권 ES청원 당시 대표(현 에디스모터스 대표)는 "산업폐기물 소각 사업만 계속 하면서 놀고 먹어도 되지만 후손들이 먹고 살 만한 전기차 사업의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했다.
그로부터 4년 9개월이 흘러 강영권 에디스모터스 대표가 이끄는 에디슨모터스는 몸집이 2조원을 넘는 쌍용자동차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아직 본계약 체결 등이 남아있지만, 강 대표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한국의 전기차 시대가 당겨지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쌍용차 회생이 가져올 미래를 자신했다. 그는 "10년 뒤엔 테슬라를 넘어서는, 적어도 버금가는 기업으로 쌍용차를 키우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낸 전기버스 회사다. 한 번 충전에 500km 주행가능한 전기버스를 생산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환경부의 인증도 받았다. 전기버스는 서울시에 납품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기버스 중 가장 많은 브랜드다.
현재 경기도자율주행센터와 함께 드론 같은 자율주행 PAV(Personal Air Vehicle)와 선박, 요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우리는 전기버스는 발생한 화재가 한 건도 없고, 배터리 보증을 10년 또는 100만킬로미터를 해줄 정도로 이미 뛰어난 배터리 패킹기술을 갖고 있다"며 "그걸 일반 승용차에 적용하면 테슬라와 견주어도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값싼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이 없고,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를 합쳐 세계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관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갖추기 위해 이미 세계 각국에 디자인특허도 내놨다"며 "일단 내년에 쌍용차 기존 모델을 전기차로 바꿔 5만대 가량을 판매하고 3~5년 안에는 20만~3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와의 인터뷰는 서울회생법원의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직후에 서울 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걸 축하드려야 할지, 고생길이 열렸다고 위로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거니까 축하받을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생 문이 열렸다고 봐야죠.(웃음)"
▶언제 쌍용차 인수를 마음 먹었습니까.
"2년 전에 쌍용차 연구소와 체어맨을 전기차로 바꾸는 협력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쌍용차 내부 사정이 생기고 매각이 진행되면서 시간만 흘렀죠. 인수를 결심한 건 지난해 6월이었을 겁니다. 우린 꼭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목적을 갖기 이전에 이미 전기차 생태계를 위해, 우리 회사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투자금을 잘 조달해서 세계적으로 20개국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할 것인지 꾸준히 노력을 해왔어요."
▶인수자금은 얼마입니까.
"채무를 갚는 데 쓰이는 인수자금은 처음에 정확하게 계산해서 2851억원을 썼죠. 여기서 1원도 더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다면 흘러가게 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매각주관사의 가이드라인은 3500억원이었지만 그건 올해 4월15일 기준이었거든요.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9800억원, 존속가치가 6300억원이에요. 4월 이후 6개월 동안 1800억원 적자 난 걸로 추산했을 때 그 중 3분의2는 탕감된다 하더라도 승계받을 채무가 600억원 이상일 걸로 봤어요. 그래서 계산한 결과값이죠. 근데 경쟁사는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디다. 막판에 법원에 서류 제출하는 과정에서 250억원 정도 증액해서 3100억원으로 최종 제출했습니다."
▶우협 선정 과정에서 후보들의 자금력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인수 자금은 문제가 없습니다. 3100억원을 쓴 건 채무 갚은 이후에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운전자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SM(삼라마이더스)그룹 같은 데랑 경합이 붙었으면 무리해서라도 추가 베팅을 할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우린 억지로 가격을 더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진짜로 인수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회생법원이 왜 우협 선정하는 데 고민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채권자들이야 5000억 받고 싶어하겠죠. 그렇게 썼다는 데도 있었으니까요. 우린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돈은 딱 계산한 만큼만 내고 그 이후에 필요한 운전자금, 진짜 회생에 필요한 돈에 더 집중한 겁니다."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마음 상하셨겠네요.
"아니, 자금이 준비가 안됐는데 뭐하러 미친 짓을 하겠습니까. 어떤 후보는 그런 데도 있었지만 같은 도매금으로 넘기면 안되죠. 주관사 선정부터 법률 자문 다 돈 듭니다. 자금 모으는 것도 돈이 들어요. 우리 지분도 나가요. 지분 안 주면 누가 투자합니까. 공짜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거에요. 투자자들하고 MOU(양해각서)도 맺고 다 준비됐으니까 인수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얼마 정도로 보십니까.
"인수자금 3100억 외에 공익채권까지 합하면 1조원 정도에 인수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매년 3000억~4000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죠. 매년 연구개발비 2000억원 포함해서 운영자금이 4000억~5000억원은 들 걸로 봐요. 그러면 당장 최대한 1조원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2~3년 안에 전기차 20만~30만대 파는 회사로 정상궤도에 올려놔야죠. 지금 우리 함양공장 3개 라인 중 가동되지 않는 1개 라인을 전기차 생산설비로 정비해서 내년엔 5만대, 2~3년 안에는 20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쌍용차가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뀔 수가 있어요."
▶운전자금 4000억~5000억원이면 전기차 사업 1~2년 안에 소진되지 않을까요.
"그건 어떻게 쓰느냐,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죠. 쌍용차가 지금까지 연구개발비를 1500억원씩은 써왔는데 거기다 500억원 더해서 2000억원만 써도 돼요. 그 돈으로 얼마나 다른 회사만큼의 연구개발 효과를 낼 수 있느냐의 문제죠. 이건 경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인력이 더 필요하겠네요.
"지금 에디슨모터스의 연구개발 인력이 100명이 넘고요, 쌍용차에도 훌륭한 연구개발진이 있어요. 필요하다면 더 충원할 수도 있고 앞으로 두 회사의 연구진을 통합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소프트웨어, 쌍용차의 하드웨어를 더하는 겁니다."
▶인수 후 구조조정 계획은 있습니까.
"왜 구조조정도 해야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고 쌍용차를 살릴 수 있을까요? 구조조정해서 적자 줄여서 쌍용차를 회생시켜야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쌍용차는 이미 산은이 구조조정을 마친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덩치가 있기 때문에 20만대 이상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어요. 그 얘기는 2교대, 3교대로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열심히 일하시는 분은 다 함께 갈 겁니다. 그러나 생산성이 70% 밑으로 떨어지고 놀고 사익으로 자리만 보전하려는 사람이라면 떨쳐내야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방해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끌고 가려고 합니다."
▶쌍용차의 전기차는 기존 모델을 그대로 차용할 계획입니까.
"우리가 재벌이라면 석유 팔아서 그 돈으로 싹 다 바꿀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당장 3000억~4000억원이 들어요. 일단 흑자 경영을 하기 위해 코란도, 렉스턴, 티볼리, 체어맨 등 기존 차의 몸체(보디)는 그대로 가고 바닥의 샷시 플랫폼을 우리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으로 탑재할 겁니다. 바로 적용할 수 있어요. 다른 데들은 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못 하는 거에요. 우린 이미 3D(3차원)로 다 설계가 돼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어떻게 됩니까.
"당분간은 내연기관차도 최대한 팔아야죠. 그치만 점차 전기차 판매량을 늘릴 겁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주문을 하고 쌍용차가 제작 공급해 에디슨모터스 브랜드로 파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명은 그대로 쌍용자동차로 가나요.
"쌍용차 브랜드를 적절한 시점에 에디슨V라든지 에디슨모빌리티라든지 신선한 이름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에디슨은 전기를 상용화한 인물입니다.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애초부터 전기차 회사를 하기 위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테슬라를 추월할 의지를 갖고, 그런 목표를 갖고 이름을 지은 겁니다."
▶테슬라는 언제쯤 추월할 수 있을까요.
"5년은 어렵겠지만 10년 안에는 테슬라를 넘어서는, 적어도 버금가는 수준의 전기차 회사를 만들 겁니다. 시가총액 1000조원 정도로 인정받는 회사를요. 사실 테슬라가 지금은 잘 하고 있지만 승용차 부문에서만 그런 거지 테슬라도 세미트럭은 상용화를 못 시키고 있어요. 실제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승용차는 10년이래봐야 25만~30만㎞ 뛰지만, 버스와 트럭은 연간 10만㎞ 이상 뛰니까 10년이면 100만㎞예요. 그만한 배터리 기술력이 있어야 되는 거죠. 우린 이미 그걸 완성시켜서 버스가 돌아다니고 있는 거고요."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우린 10년 또는 100만㎞ 보증을 해줘요.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갈 수 있고요. 지금까지 우리 차에서 한 번도 화재가 난 적이 없어요. 그만큼 배터리 패킹기술,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이 탁월하다고 자부합니다. 우린 승용차도 100만㎞ 보증을 해줄 수 있어요."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전기차 사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우리나라가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를 맞닥뜨렸다, 넛크래커라고 부르는 질식상태에 왔고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생산량이 줄고 있고 쌍용차까지 없어질 경우 더 가속화돼서 우리나라 자동차 생태계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택 공장부지 재개발 또는 이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평택 재개발도 할 수 있으면 해야죠. 하지만 그게 생산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라면 할 수 있는 거고, 영향을 줘서 못 한다면 못 하는 거죠. 사실 여긴 더 확장하기 어려운 크기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50만대, 100만대 생산할 수 있어야 다른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되거든요. 수출하려면 바닷가 가까이 가야겠죠. 앞으로 천천히 협의해서 될 수 있는 구조로 갈 겁니다."
▶평택 부지 용도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용도변경 된다 하더라도 최소 5년 걸릴 겁니다. 5년 동안 매년 3000억~4000억씩 적자 나면 그 돈만 1조5000억에서 2조원이에요. 부지를 개발해서 그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까? 그런 발상으로 접근한 곳은 실사해보고 나서 다 포기했어요. 우리가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면 다른 업체처럼 중간에 포기했겠죠. 일단 평택공장은 최대한 가동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추가 자금 마련은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우리가 인수한 뒤에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더 필요할 걸로 봐요. 이걸 FI(재무적투자자)들과 같이 잘 준비하고 있죠. 일단 인수자금으로 빚을 다 탕감받고 나면 쌍용차라는 2조원에 달하는 빚 없는 우량자산이 생기는 거에요. 물론 공익채권(근로자들 미지급 임금)이나 일부 부품대금 등 채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다 빼고도 1조원 정도의 우량자산이 남기 때문에 그걸 담보로 7000억~8000억원 정도는 대출받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KDB산업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내년 2월경 인수한 이후에 산은에 요청할 계획입니다. 예전에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할 때도 산은이 지원해줬는데 국내 기업이 인수한다는데 지원을 해줘야 마땅하지 않겠어요? 공짜로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담보 주고 빌려달라는 겁니다. 그걸 못 해주겠다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이미 쌍용그룹, 대우, 마힌드라 같은 재벌그룹이 포기한 회사예요. 그걸 진짜 회생시켜보겠다고 우리나라 기업이 나섰는데 산업계, 금융권, 정부 모두가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원도 해주고요."
▶앞으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도 계획하시는 거죠.
"때에 맞춰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FI들이 할 수 있는 건 할 거고요." ▶해외 진출 계획도 세우셨는지요.
"우선 유럽, 인도, 미국에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30만대씩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시설을 짓고 기술은 쌍용차가 로열티 2.5%씩 받을 겁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2030년이 되면 로열티만 9700억원 정도 될 겁니다. 매출이 10조원 간다고 예상했을 때 로열티만으로 10% 이익이 추가로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 이후로도 세계 20개국에 연간 전기차 30만~50만대 생산하는 공장을 지으면 총 60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해질 겁니다."
▶CEO로서 회사 경영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중견기업에 비해 에디슨모터스 월급 높은 편입니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가 오죠. 대신에 다른 회사에서 10명 쓸 거를 우린 9명을 써요. 그렇다고 절대 일에 치이지 않아요. 더 효율성이 높아지는 거죠. 그런 정책을 써왔어요. 적절한 효율성을 취하되 임금을 더 주는 식으로 보상체계를 확실히 하는 겁니다."
▶방송국 PD 출신으로 프로덕션도 차렸고 산업폐기물 소각매립 업체도 운영했는데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했을 땐 이미 먼 미래 계획까지 세웠을 것 같습니다.
"사실 ES청원이라는 산업폐기물 소각매립 업체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48~50%씩 나오는 회사였어요. 안 팔고 계속 앉아만 있었으면 먹고 놀면서 호위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제가 에디슨모터스 사려고 1188억원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습니다. 당시 에디슨모터스는 중국 회사에 팔린 상태였어요. 한국에서 유망한 전기차 회사가 중국 손에 넘어간 걸보고 다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데 그걸 구하는데 일조를 좀 하고 죽는 것이 그래도 죽을 때 자랑스럽게, 나 스스로 인생 잘 살았다 그런 자아실현이랄까,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람들은 왜 테슬라를 부러워하면서 테슬라랑 경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면 미친놈이라고, 엉뚱한 소리라고 보는지 이해가 안 돼요. 왜 우리나라에서 그런 시도를 하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주질 못합니까. 테슬라를 넘어서는 회사로, 쌍용차를 그렇게 만들어나갈 겁니다."
김재후/민지혜/김종우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hu@hankyung.com
그로부터 4년 9개월이 흘러 강영권 에디스모터스 대표가 이끄는 에디슨모터스는 몸집이 2조원을 넘는 쌍용자동차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아직 본계약 체결 등이 남아있지만, 강 대표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한국의 전기차 시대가 당겨지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쌍용차 회생이 가져올 미래를 자신했다. 그는 "10년 뒤엔 테슬라를 넘어서는, 적어도 버금가는 기업으로 쌍용차를 키우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낸 전기버스 회사다. 한 번 충전에 500km 주행가능한 전기버스를 생산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환경부의 인증도 받았다. 전기버스는 서울시에 납품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기버스 중 가장 많은 브랜드다.
현재 경기도자율주행센터와 함께 드론 같은 자율주행 PAV(Personal Air Vehicle)와 선박, 요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우리는 전기버스는 발생한 화재가 한 건도 없고, 배터리 보증을 10년 또는 100만킬로미터를 해줄 정도로 이미 뛰어난 배터리 패킹기술을 갖고 있다"며 "그걸 일반 승용차에 적용하면 테슬라와 견주어도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값싼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이 없고,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를 합쳐 세계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관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갖추기 위해 이미 세계 각국에 디자인특허도 내놨다"며 "일단 내년에 쌍용차 기존 모델을 전기차로 바꿔 5만대 가량을 판매하고 3~5년 안에는 20만~3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와의 인터뷰는 서울회생법원의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직후에 서울 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걸 축하드려야 할지, 고생길이 열렸다고 위로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거니까 축하받을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생 문이 열렸다고 봐야죠.(웃음)"
▶언제 쌍용차 인수를 마음 먹었습니까.
"2년 전에 쌍용차 연구소와 체어맨을 전기차로 바꾸는 협력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쌍용차 내부 사정이 생기고 매각이 진행되면서 시간만 흘렀죠. 인수를 결심한 건 지난해 6월이었을 겁니다. 우린 꼭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목적을 갖기 이전에 이미 전기차 생태계를 위해, 우리 회사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투자금을 잘 조달해서 세계적으로 20개국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할 것인지 꾸준히 노력을 해왔어요."
▶인수자금은 얼마입니까.
"채무를 갚는 데 쓰이는 인수자금은 처음에 정확하게 계산해서 2851억원을 썼죠. 여기서 1원도 더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다면 흘러가게 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매각주관사의 가이드라인은 3500억원이었지만 그건 올해 4월15일 기준이었거든요.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9800억원, 존속가치가 6300억원이에요. 4월 이후 6개월 동안 1800억원 적자 난 걸로 추산했을 때 그 중 3분의2는 탕감된다 하더라도 승계받을 채무가 600억원 이상일 걸로 봤어요. 그래서 계산한 결과값이죠. 근데 경쟁사는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디다. 막판에 법원에 서류 제출하는 과정에서 250억원 정도 증액해서 3100억원으로 최종 제출했습니다."
▶우협 선정 과정에서 후보들의 자금력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인수 자금은 문제가 없습니다. 3100억원을 쓴 건 채무 갚은 이후에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운전자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SM(삼라마이더스)그룹 같은 데랑 경합이 붙었으면 무리해서라도 추가 베팅을 할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우린 억지로 가격을 더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진짜로 인수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회생법원이 왜 우협 선정하는 데 고민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채권자들이야 5000억 받고 싶어하겠죠. 그렇게 썼다는 데도 있었으니까요. 우린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돈은 딱 계산한 만큼만 내고 그 이후에 필요한 운전자금, 진짜 회생에 필요한 돈에 더 집중한 겁니다."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마음 상하셨겠네요.
"아니, 자금이 준비가 안됐는데 뭐하러 미친 짓을 하겠습니까. 어떤 후보는 그런 데도 있었지만 같은 도매금으로 넘기면 안되죠. 주관사 선정부터 법률 자문 다 돈 듭니다. 자금 모으는 것도 돈이 들어요. 우리 지분도 나가요. 지분 안 주면 누가 투자합니까. 공짜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거에요. 투자자들하고 MOU(양해각서)도 맺고 다 준비됐으니까 인수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얼마 정도로 보십니까.
"인수자금 3100억 외에 공익채권까지 합하면 1조원 정도에 인수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매년 3000억~4000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죠. 매년 연구개발비 2000억원 포함해서 운영자금이 4000억~5000억원은 들 걸로 봐요. 그러면 당장 최대한 1조원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2~3년 안에 전기차 20만~30만대 파는 회사로 정상궤도에 올려놔야죠. 지금 우리 함양공장 3개 라인 중 가동되지 않는 1개 라인을 전기차 생산설비로 정비해서 내년엔 5만대, 2~3년 안에는 20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쌍용차가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뀔 수가 있어요."
▶운전자금 4000억~5000억원이면 전기차 사업 1~2년 안에 소진되지 않을까요.
"그건 어떻게 쓰느냐,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죠. 쌍용차가 지금까지 연구개발비를 1500억원씩은 써왔는데 거기다 500억원 더해서 2000억원만 써도 돼요. 그 돈으로 얼마나 다른 회사만큼의 연구개발 효과를 낼 수 있느냐의 문제죠. 이건 경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인력이 더 필요하겠네요.
"지금 에디슨모터스의 연구개발 인력이 100명이 넘고요, 쌍용차에도 훌륭한 연구개발진이 있어요. 필요하다면 더 충원할 수도 있고 앞으로 두 회사의 연구진을 통합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소프트웨어, 쌍용차의 하드웨어를 더하는 겁니다."
▶인수 후 구조조정 계획은 있습니까.
"왜 구조조정도 해야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고 쌍용차를 살릴 수 있을까요? 구조조정해서 적자 줄여서 쌍용차를 회생시켜야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쌍용차는 이미 산은이 구조조정을 마친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덩치가 있기 때문에 20만대 이상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어요. 그 얘기는 2교대, 3교대로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열심히 일하시는 분은 다 함께 갈 겁니다. 그러나 생산성이 70% 밑으로 떨어지고 놀고 사익으로 자리만 보전하려는 사람이라면 떨쳐내야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방해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끌고 가려고 합니다."
▶쌍용차의 전기차는 기존 모델을 그대로 차용할 계획입니까.
"우리가 재벌이라면 석유 팔아서 그 돈으로 싹 다 바꿀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당장 3000억~4000억원이 들어요. 일단 흑자 경영을 하기 위해 코란도, 렉스턴, 티볼리, 체어맨 등 기존 차의 몸체(보디)는 그대로 가고 바닥의 샷시 플랫폼을 우리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으로 탑재할 겁니다. 바로 적용할 수 있어요. 다른 데들은 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못 하는 거에요. 우린 이미 3D(3차원)로 다 설계가 돼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어떻게 됩니까.
"당분간은 내연기관차도 최대한 팔아야죠. 그치만 점차 전기차 판매량을 늘릴 겁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주문을 하고 쌍용차가 제작 공급해 에디슨모터스 브랜드로 파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명은 그대로 쌍용자동차로 가나요.
"쌍용차 브랜드를 적절한 시점에 에디슨V라든지 에디슨모빌리티라든지 신선한 이름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에디슨은 전기를 상용화한 인물입니다.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애초부터 전기차 회사를 하기 위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테슬라를 추월할 의지를 갖고, 그런 목표를 갖고 이름을 지은 겁니다."
▶테슬라는 언제쯤 추월할 수 있을까요.
"5년은 어렵겠지만 10년 안에는 테슬라를 넘어서는, 적어도 버금가는 수준의 전기차 회사를 만들 겁니다. 시가총액 1000조원 정도로 인정받는 회사를요. 사실 테슬라가 지금은 잘 하고 있지만 승용차 부문에서만 그런 거지 테슬라도 세미트럭은 상용화를 못 시키고 있어요. 실제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승용차는 10년이래봐야 25만~30만㎞ 뛰지만, 버스와 트럭은 연간 10만㎞ 이상 뛰니까 10년이면 100만㎞예요. 그만한 배터리 기술력이 있어야 되는 거죠. 우린 이미 그걸 완성시켜서 버스가 돌아다니고 있는 거고요."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우린 10년 또는 100만㎞ 보증을 해줘요.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갈 수 있고요. 지금까지 우리 차에서 한 번도 화재가 난 적이 없어요. 그만큼 배터리 패킹기술,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이 탁월하다고 자부합니다. 우린 승용차도 100만㎞ 보증을 해줄 수 있어요."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전기차 사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우리나라가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를 맞닥뜨렸다, 넛크래커라고 부르는 질식상태에 왔고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생산량이 줄고 있고 쌍용차까지 없어질 경우 더 가속화돼서 우리나라 자동차 생태계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택 공장부지 재개발 또는 이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평택 재개발도 할 수 있으면 해야죠. 하지만 그게 생산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라면 할 수 있는 거고, 영향을 줘서 못 한다면 못 하는 거죠. 사실 여긴 더 확장하기 어려운 크기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50만대, 100만대 생산할 수 있어야 다른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되거든요. 수출하려면 바닷가 가까이 가야겠죠. 앞으로 천천히 협의해서 될 수 있는 구조로 갈 겁니다."
▶평택 부지 용도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용도변경 된다 하더라도 최소 5년 걸릴 겁니다. 5년 동안 매년 3000억~4000억씩 적자 나면 그 돈만 1조5000억에서 2조원이에요. 부지를 개발해서 그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까? 그런 발상으로 접근한 곳은 실사해보고 나서 다 포기했어요. 우리가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면 다른 업체처럼 중간에 포기했겠죠. 일단 평택공장은 최대한 가동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추가 자금 마련은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우리가 인수한 뒤에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더 필요할 걸로 봐요. 이걸 FI(재무적투자자)들과 같이 잘 준비하고 있죠. 일단 인수자금으로 빚을 다 탕감받고 나면 쌍용차라는 2조원에 달하는 빚 없는 우량자산이 생기는 거에요. 물론 공익채권(근로자들 미지급 임금)이나 일부 부품대금 등 채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다 빼고도 1조원 정도의 우량자산이 남기 때문에 그걸 담보로 7000억~8000억원 정도는 대출받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KDB산업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내년 2월경 인수한 이후에 산은에 요청할 계획입니다. 예전에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할 때도 산은이 지원해줬는데 국내 기업이 인수한다는데 지원을 해줘야 마땅하지 않겠어요? 공짜로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담보 주고 빌려달라는 겁니다. 그걸 못 해주겠다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이미 쌍용그룹, 대우, 마힌드라 같은 재벌그룹이 포기한 회사예요. 그걸 진짜 회생시켜보겠다고 우리나라 기업이 나섰는데 산업계, 금융권, 정부 모두가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원도 해주고요."
▶앞으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도 계획하시는 거죠.
"때에 맞춰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FI들이 할 수 있는 건 할 거고요." ▶해외 진출 계획도 세우셨는지요.
"우선 유럽, 인도, 미국에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30만대씩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시설을 짓고 기술은 쌍용차가 로열티 2.5%씩 받을 겁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2030년이 되면 로열티만 9700억원 정도 될 겁니다. 매출이 10조원 간다고 예상했을 때 로열티만으로 10% 이익이 추가로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 이후로도 세계 20개국에 연간 전기차 30만~50만대 생산하는 공장을 지으면 총 60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해질 겁니다."
▶CEO로서 회사 경영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중견기업에 비해 에디슨모터스 월급 높은 편입니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가 오죠. 대신에 다른 회사에서 10명 쓸 거를 우린 9명을 써요. 그렇다고 절대 일에 치이지 않아요. 더 효율성이 높아지는 거죠. 그런 정책을 써왔어요. 적절한 효율성을 취하되 임금을 더 주는 식으로 보상체계를 확실히 하는 겁니다."
▶방송국 PD 출신으로 프로덕션도 차렸고 산업폐기물 소각매립 업체도 운영했는데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했을 땐 이미 먼 미래 계획까지 세웠을 것 같습니다.
"사실 ES청원이라는 산업폐기물 소각매립 업체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48~50%씩 나오는 회사였어요. 안 팔고 계속 앉아만 있었으면 먹고 놀면서 호위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제가 에디슨모터스 사려고 1188억원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습니다. 당시 에디슨모터스는 중국 회사에 팔린 상태였어요. 한국에서 유망한 전기차 회사가 중국 손에 넘어간 걸보고 다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데 그걸 구하는데 일조를 좀 하고 죽는 것이 그래도 죽을 때 자랑스럽게, 나 스스로 인생 잘 살았다 그런 자아실현이랄까,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람들은 왜 테슬라를 부러워하면서 테슬라랑 경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면 미친놈이라고, 엉뚱한 소리라고 보는지 이해가 안 돼요. 왜 우리나라에서 그런 시도를 하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주질 못합니까. 테슬라를 넘어서는 회사로, 쌍용차를 그렇게 만들어나갈 겁니다."
김재후/민지혜/김종우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