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 사면 돼?"…이랬다간 코인 '강제 장투'한다 [한경 코알라]
▶10월 27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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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사면 돼?"…이랬다간 코인 '강제 장투'한다 [한경 코알라]

"그래서 뭐 사면 돼?"

지난 주말 집안 어르신의 생신 잔치가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과 재미있게 담소를 나누고 한참 웃고 떠들다 보니 자연스레 암호화폐 쪽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8000만원대까지 올라서인지 다들 관심이 많았다. 암호화폐 사업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 같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의 장점과 공급량이 점점 줄어드는 특성 등을 근거로 비트코인의 장기 전망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설명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듣던 친척들은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비트코인 정말 좋네! 근데 그래서 이제 뭐 사면 돼?"
비트코인이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효과로 역대 최고가에 거래 중인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비트코인이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효과로 역대 최고가에 거래 중인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암호화폐 투자자 유형

저마다 암호화폐 투자를 결심하게 된 상황과 이유는 다르겠지만, 특히 올해 들어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또는 고립 공포감)이 크다. 불과 몇 년 만에 두 세배 오른 서울 아파트 가격과 3000포인트를 넘긴 코스피지수를 보며 마지막 불씨를 지필 곳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든 곳이 암호화폐 시장이다. 그래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기대수익률은 한 자릿수가 아니다. 다들 "옆집 사는 철수는 코인 투자해서 수억을 벌었다더라"와 같은 풍문을 듣고 시작했기 때문에 적어도 몇 배에서 몇십 배의 수익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대박 운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많은 투자자가 단기간에 몇 배씩 오를 알트코인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희박하다. 오히려 사기(scam)성 코인에 잘못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안타깝지만 필자의 친척들을 포함하여 주변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위험한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① 분석가 유형: 단타 매매를 좋아한다. 개별 코인의 가치나 전망에는 관심이 없다. 주로 차트 분석을 통해 저점에 사고 고점에 판다. 만약 본인의 분석이 틀려서 물리면 갑자기 태세 전환하여 장기투자가 답이라고 주장한다.

② 알트코인 매집 유형: 비트코인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보다 훨씬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아직 가격은 저평가된 알트코인들을 최대한 많이 찾는다. 보통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코인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③ 암호화폐 만능설 유형: 암을 치료하는 코인, 노화가 멈추는 코인, 전 세계 기아를 해결하는 코인 등에 투자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고 믿는다. 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경영진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추세매매의 대가' 제시 리버모어. 한경DB
'추세매매의 대가' 제시 리버모어. 한경DB

전설적인 트레이더의 조언

제시 리버모어는 1920년대에 활동한 주식 투자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가격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공매도하는 이른바 추세매매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그는 평생을 단타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인물이지만 의외로 이런 명언을 남겼다.

"나는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줄 아는 트레이더들을 많이 봐왔다. 그들은 주식이 가장 쌀 때 사서 가장 비쌀 때 팔아 최고의 차익을 남기는데 탁월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나와 마찬가지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면서 동시에 장기 보유하는 능력까지 갖춘 트레이더는 매우 드물다. 장기로 투자하는 능력은 체득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걸 할 수 있는 주식투자자만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승자(winner)를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 종목에 주의를 빼앗기지 말고 확실히 믿는 것 하나에 장기투자 하는 것이 결국 가장 큰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월스트리트에는 항상 거래를 해야 한다고 믿는 바보들이 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매일 주식을 사고팔아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그렇게 한다. 그들은 지능적인 투자 결정을 내릴 충분한 지식이 없음에도 매일 거래를 하고 있다."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

투자자들이 알트코인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운이 좋아서 매수한 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과연 언제 팔고 나와야 할까? 큰 수익률을 바라고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 대부분이 안타깝게도 매도 전략이 없다.

이게 왜 문제인지 예를 하나 들어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투자자가 알트코인 A를 매수하자 바로 가격이 100% 올랐다고 하자. 그는 몹시 기뻐하며 좀 더 놔둬 볼지 아니면 팔고 나올지 고민한다. 그러던 중 A 코인 가격이 50% 하락하여 다시 본전이 된다. 투자자는 '한 번 올랐으니 다시 오르겠지' 하며 기다리기로 한다. A의 가격이 다시 하락하여 이제는 손실 상태가 된다. 투자자는 또 기다리기로 한다. 이렇게 A 코인과 투자자의 강제 동행이 시작된다. 언제 오를지 기약도 없는 코인에 돈이 묶여있는 동안 투자자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건강한 암호화폐 투자방법

필자가 친척들에게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목청 높여 설명한 이유는 제시 리버모어가 강조한 오래 보유할 승자(winner)가 비트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이미 비트코인보다 더 빠르고, 에너지를 적게 쓰고, 블록 크기가 크고,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뛰어나고, 세계경제포럼 같은 데서 유명 인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알트코인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애초에 앞선 기술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이 부분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다.

무언가의 가치를 믿고 오랜 시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팔고 싶은 유혹,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유혹, 조금 더 큰 수익률을 바라는 유혹 등과 직면한다. 필자가 만난 성공한 투자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차트를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이 험난한 여정을 견딜 몸과 마음을 훈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지내고, 가끔은 큰 그림을 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며,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이제 단기간에 급등할 알트코인 찾기는 그만하고 비트코인부터 제대로 공부해보자. 제대로 된 사업 파트너를 고르려면 소주도 한잔 해보고 사우나도 가봐야 조금씩 믿음이 생기듯, 비트코인도 공부해봐야 꽤 믿음직한 녀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비트코인의 가치를 깨닫고 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래빗 홀(rabbit hole)에 빠져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게 되듯, 비트코인 래빗 홀에 빠져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