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이야기를 꺼낸 건 '의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소개하기 위해섭니다. 재택근무 시간이 많아지면서 직장에서는 번거로움이나 눈치 때문에 쓰기 어려웠던 '프리미엄 의자'를 주문하는 겁니다. 현대백화점에서 허먼밀러, 바리에르 등 고가 브랜드의 200만원 이상 1인용 의자 매출은 올해 1~9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87% 증가했습니다. 이 백화점 리빙 카테고리 전체 매출 증가율 31.2%를 훨씬 웃도는 증가율입니다. 대표적 고가 오피스 의자인 허먼밀러의 상품은 주문 후 몇 달 후에나 받을 수 있고 인기 색상은 마음대로 선택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네요. 의자 하나에 200만원이라는 게 처음엔 놀라웠는데, 다른 상품 물가를 보면 '안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초고가 의자가 잘 팔리는 현상에 부응하기 위해 현대백화점은 상품군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1인용 의자 가격이 15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초고가 브랜드인 ‘죠르제띠(GIORGETTI)’ 쇼룸을 무역센터점과 판교점에 최근 오픈했습니다. 이 브랜드의 1인용 흔들의자 '무브'의 판매가는 3400만원에 달합니다. 의자뿐 아니라 의자 위에 놓는 쿠션도 프리미엄 상품이 뜨고 있습니다. 운전석이나 오피스 의자에 놓고 쓰는 쿠션인 엑스젤은 가격이 50만원에 달합니다. '쿠션계의 템퍼'라는 별명답습니다. 엑스젤은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모두 가진 특수젤을 넣은 쿠션으로, 앉았을 때 엉덩이뼈 내리누르는 체압을 없애줍니다. 품질로 유명한 도요타 자동차가 공식 선택옵션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엑스젤은 쿠션 치고는 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매출이 분기마다 30%씩 뛰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엑스젤을 수입 판매하는 한국메사는 입점이 어렵다는 백화점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동탄점,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에 공식매장을 냈거나 낼 예정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앉는 데'에 아낌 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부분이 크지만, 국내의 소비력과 취향 기준 또한 그만큼 높아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