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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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 코스피가 4개월 연속 조정을 받는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원 넘는 주식을 팔았지만 이차전지, 백신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관련 기업들 주식은 사들였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3.20% 하락해 2970.68에 거래를 마쳤다. 조정이 시작되기 전인 6월 말의 3296.68과 비교하면 9.89%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적극 매도세가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7~10월 넉 달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1515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기관도 4조334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개인이 홀로 18조9658억원 어치를 샀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기업 주식에 집중됐다. 삼성전자(10조2620억원), SK하이닉스(1조7870억원), 삼성전자우(1조0321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1~3위를 차지했다. 세 기업의 순매도 금액은 13조811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92.44%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관의 순매도 금액 순위에서도 각각 1위(1조5391억원)와 4위(6442억원)에 랭크됐다. 기관 순매도 금액의 50.39% 수준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는 개인의 순매수 금액 순위 1~3위에 올랐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8만700원에서 6만9800원으로 13.50% 추락했다. SK하이닉스의 낙폭은 19.22%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불거진 뒤,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 주가가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냈고, 한국 증시에서는 가장 환금성이 좋은 반도체 기업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스피 추락을 주도한 외국인이지만 사들인 종목도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SDI(1조2330억원) LG화학(7403억원) 기아(5815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4777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4401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이차전지(삼성SDI·LG화학·SK IET) 전기차(기아)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등 성장 기대감이 높은 산업군에 포함된 기업들이다.

다만 증시에서 자금이 빠지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성장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신통치는 않았다. 넉 달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SDI는 5.16% 오르는 데 그쳤다. LG화학의 경우 오히려 1.65% 빠졌다.

국산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8월 한 달 동안 83.87%가 급등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달 종가는 고점 대비 31.34% 낮은 수준이다. 다만 6월 종가인 15만8500원보다는 45.11% 올랐다.

외국인은 성장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크지는 않지만 순매수세를 보였다. 코스닥이 조정을 받은 8~10월 석 달 동안 외국인은 2417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비엠(3656억원) 에이치엘비(1671억원) 엘앤에프(97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783억원) 유바이오로직스(780억원) 등 이차전지·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외국인 순매수 금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차전지 소재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코스닥이 조정을 받은 석 달동안 각각 41.59%와 71.58% 상승했다. 유바이오로직스와 에이치엘비도 각각 28.40%와 16.78% 뛰었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4.67%가 빠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