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쫓아가면 돈 못 번다"…'수익률 1200%' 고수의 조언 [심성미의 투자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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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나름대로 보고서나 경제 기사를 읽고, 기업 재무제표도 들여다봅니다. 확신을 갖고 매수했는데 사면 내리고 팔면 올라갑니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하려 하지만, 테마주로 수십% 수익을 낸 지인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얘기입니다.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보다는 저평가된 성장주를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최 대표가 운용하는 그로스 일임형과 VIP사모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62%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0.92%)의 67배다. 2003년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200%에 달한다.
주식 시장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돈을 불릴까요? '투자의 킥' 코너에서는 그들을 찾아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적용하는 규칙을 묻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조차 정답이 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9일 서울 반포동 VIP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제가 어제 피부과 시술을 많이 해서…."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웬 피부과 시술인가 싶었는데 "요새 'K-에스테틱'에 꽂혀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에스테틱 관련 종목에 투자하기 전에 제품을 직접 체험해봤다는 거다. 그는 "기업의 티끌같은 작은 변화 하나라도 놓쳐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기업이 자랑하는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알려달라.
"내 투자원칙은 인간의 본성과 역행한다. '돈을 빨리 벌고 싶다', '대중에 편승하고 싶다' '공부는 하기 싫다' 같은 본성을 이겨내야 한다."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
"요새 개인 투자자들은 유튜브 보면서 '입시 공부'만 많이 한다. 올해 유망 종목은 이거다, 저거다 같은 방송들 말이다. 그런데 '국·영·수 공부'는 안한다. 바로 개별기업 분석이다."
▶기업의 어떤 면을 주의깊게 보나.
"예컨데 A신문 주식을 산다고 하면 이 신문 구독자 수가 몇 명이고, 광고 매출을 얼마고, 콘텐츠 외에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인력은 더 뽑고 있는지, 비용을 방만하게 쓰는지, 벌어들인 돈을 적절한 곳에 재투자하고 있는지를 보는거다. 만약 벌어들인 돈으로 윤전기를 샀다면 바로 그 주식을 팔아버리는 식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따라 간다. 그런데 요새 투자자들은 A신문의 돈 못버는 자회사B가 성장성이 있다며 A보다 더 비싼 시가총액일 때 사들인다. 그게 대중에 편승하려는 쉬운 매매다." ▶안타깝지만 최근 국내 증시에선 대중을 따라가야 수익률이 높다.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토큰(NFT) 같은 테마주만 상승하는 형국이다.
"대중을 쫓아가면 돈을 벌 수 없다. 최근 메타버스, NFT 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설사 운 좋게 상승하는 테마주에 탑승하더라도 내릴 때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단타 매매를 신처럼 하는 사람들도 내 주변에 있다. 선수다.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어보면 '모르겠다'고 한다. 직감에 의존한다. 타고난거다. 1000%씩 이익을 내는 선수는 진지하게 '호가창을 들여다보면 느낌이 온다'고 말한다. 그 게임에 참여해서 그들을 이기려면 '나에게 그런 직관이 있냐'고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단타 선수들은 잠도 잘 못잔다. 예민해야 탑승할 때, 내릴 때를 본능적으로 안다. 생활이 망가진다. 나는 '어린이날엔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다'는 주의다."
▶가치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을 풀어달라.
"경마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말을 고를 땐 빠르고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 적게 먹어도 근육이 잘 붙는 품종인지 확인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본다는 얘기다. 마진이 높은 비즈니스가 좋다. 반복 구매가 가능한 비즈니스인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가치투자하는 사람들이 코카콜라나 질레트를 좋게 보는 건 방금 말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성장성이 있어야 된다. 성장의 종류는 여러가지다. 제품이 여러갈래로 확장되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 기존 기업이 갖지 못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 것 등이다. 이런 성장성이 이익을 늘린다. 이익이 성장하면 주가는 오른다."
▶여기에 더해서 무엇을 더 보나.
"최고경영자(CEO)를 분석한다. 말의 기수가 멍청하면 안된다.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내가 경영에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CEO가 있는 회사엔 투자 안한다. '믿고 갈수 있다'는 경외감을 갖게 하는 CEO가 있다. 10여년 전 적자를 기록하던 이니스프리를 일으켜세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랬고, "삼성화재를 넘어서겠다"고 자신하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CEO가 그렇다. 담대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투자하려는 회사 회장의 퇴직 운전기사까지 찾아내서 인터뷰한다. 진짜 모습이 어떤지 보려는 의도다. 우리도 투자하기 전 CEO를 여러번 만나보고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한다."
▶주가는 어떻게 분석하나.
"앞에 말한 세 가지 원칙을 갖췄는데도 주가엔 반영이 안된 종목을 찾는다. 배당률이 높은 종목이 그럴 확률이 높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다 따져도 성장성 대비 싸다는 판단이 들면 들어간다."
▶방금 말한 원칙으로 수익을 낸 종목은 뭔가.
"F&F와 한솔케미칼이다. 의류는 잘 팔면 수익성이 많이 남는 사업이다. 대신 유행을 읽어내고 정상가에 판매하고 재고를 관리해야 하는 경영진의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김창수 회장은 그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F&F는 이제 '황제주' 반열에 오르기 직전이다.
"나는 지난해에 일찌감치 사뒀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2~3%를 할애했는데 지난해 8%로 확 끌어올렸다. MLB 브랜드가 중국에서 인기는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중국 보따리상이 국내 면세점 방문을 끊었을 때였다. F&F의 위기였다. 그 무렵 F&F가 중국에 직접 진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따리상이 안오면 내가 간다'는 전략이었다. 진출 비즈니스 모델도 좋았다. 직접 매장을 내고 마케팅을 하는 대신 중국 거점 상인들에게 대리점을 내주는 형태였다. 투자비는 적게 들면서 마진율은 높일 수 있는 전략이었다. 중국의 MLB 사랑은 여전했다. 시장은 컸다. 주가가 바닥을 칠 때 매입한 이유였다. 좋은 경영진, 해외진출, 영업이익률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 싼 주가 등 나의 투자 원칙이 다 들어맞은 흔치 않은 종목이었다."
▶한솔케미칼은 왜 샀나.
"과산화수소 만드는 회사다. 화학 회사는 상대적으로 증시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주가도 조용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삼성 관련주다. 반도체 공정에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아무 회사 제품이나 갖다 쓰지 않아서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제품도 계속 확장했다. 반도체 전구체, 2차전지에 적용되는 바인더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이지만 이익이 눈에 보이게 성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초 대비 197% 올랐다."
▶장기투자의 기준을 몇 년으로 삼고 있나.
"평균 3년 이상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싼 가격에 사는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단가가 낮으면 수익률이 커진다는 단순한 공식을 따른다. 장기투자할수록 수익률은 더 높다."
▶제일 오래 갖고 있었던 종목은.
"15년 갖고 있는 종목도 있었다. 동서다. 15년 간 포지션의 변화는 없었지만 '계속 들고 간다'는 근거를 찾기 위해 들인 노력으로 '이 회사 경영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무실에 정수기가 보급되고 커피 타는 여직원이 없어지면서 2000년 무렵 동서를 샀다. 당시에도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성장 산업을 사야지'라는 핀잔을 많이 들었지만 덕분에 싸게 살 수 있었다. 커피 전문점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주가가 흔들렸던 적은 있지만 결국 크게 우상향했다. 화이트모카골드, 카누 등 시대 변화에 맞는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지키던 회사였다. 해외 커피 시장은 다국적 기업 네스카페가 꽉잡고 있다. 자국 브랜드가 커피 시장 점유율 1위하는 나라가 드물다. 2015년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하는 노인 분들이 많이 보이면서 시장 트렌드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고 팔았다."
▶가치투자 방법이 늘 들어 맞는건 아닐텐데.
"에쿼티 투자의 속성 상 적중률보다 한 두개 종목에서 얼마나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 10개 종목 중 8개는 신통치 않지만 1~2개에서 대박이 나면 된다. 분산 투자하라는 이유다. 동서나 F&F 같은 종목을 찾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개인들은 20~30%만 오르면 팔아버린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치투자보다 '뇌동 매매'가 돈 벌기 더 쉽다는 자조도 나온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VIP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누적 수익률은 1200%다. 가치 투자를 폄하하는 이야기는 늘 나오지만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카카오를 발굴했고, VIP자산운용은 F&F로 올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큰 수익을 냈다. 운용사를 운영하는 18년 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는 2년 뿐이었다."
▶요새 관심 갖는 분야는 어디인가.
"'K-에스테틱'에 관심이 많다. 'K'를 붙였을 때 어색하지 않은 산업을 좋아한다. 내부에선 이미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았고, 지역 확장도 가능한 업종이란 얘기기 때문이다. 최근 미용 시장의 트렌드가 성형에서 피부 시술로 넘어가고 있다. 피부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 해외에도 예뻐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해외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요새처럼 지수가 횡보하거나 크게 떨어지는 것에 연연하는 것 같지 않아보인다.
"결정적인 건 결국 종목이다. 지수가 크게 낮아지거나 높아져도 큰 관심 없다. 어차피 가는 종목은 있다. 2012~14년 지수는 박스권이었지만 매년 30% 수익률을 냈다.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에 집중한 덕이었다. 원론적인 원칙에만 입각해도 성장을 만들 수 있다."
▶보유하던 주식을 파는 건 언제인가.
"첫 번째는 들어갈 때 예견한 성장성이 달성됐을 때다. 두번째는 내 예측이 틀렸을 때다. 성장성 있는 곳에 재투자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세번째는 보유하던 종목보다 더 좋은 종목을 발견했을 때다. 종목간 치열한 비교를 거친 뒤 기존 종목을 판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