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빌수유팰리스 전체 평균 분양가 1천252만원 낮춰 재공고
계약금 정액제·중도금 무이자 등 파격 분양 혜택 단지도 늘어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전국적으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분양 가격을 낮추거나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내거는 단지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분위기를 보이자 수요 이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이례적 감소…전국 미분양도 확산
그동안 전국에서 청약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서울의 경우 지난해 말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646명, 7천852명 줄었다.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총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이다.

서울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5년 3월과 2019년 12월, 지난해 11월과 12월 등 네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당첨되기만 하면 '로또'로 통하는 서울 청약이지만 매번 수백대 일, 수천대 일의 경쟁률에 지친 청약 포기자들이 통장을 해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장을 해지하고 나중에 재가입하면 그간 가입했던 기간이 인정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으로도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623만5천865명으로 전달(623만5천814명) 대비 5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총 4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현재 신규 가입이 가능한 통장은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유일하다.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51명 늘어나는 동안 신규가입이 되지 않는 3가지 유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에서는 해지 등을 통해 2천51명의 통장이 사라졌다.

지난달 서울에서 청약통장을 써야 하는 아파트 단지가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한 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례보다 자발적으로 해지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늘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7천710가구로, 같은 해 11월(1만4천94가구)보다 25.7%(3천616가구)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1만3천842가구)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으로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각각 1천509가구, 1만6천201가구로 전달 대비 2.5%, 28.4% 늘어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청약의 최저 가점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첫 서울 분양이자 지난달 청약통장을 쓰는 유일한 단지였던 북서울자이폴라리스의 당첨 가점은 최저 54점(전용면적 38㎡ B형)으로, 지난해 서울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인 60점보다 6점이나 낮았다.

인천에서 청약 열기를 이끌었던 송도에서는 '송도럭스오션SK뷰'의 전용면적 84㎡에서 17점에 당첨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초 같은 지역에서 분양된 '송도자이더스타'의 전용 84㎡ 당첨 최저 가점이 46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한선이 대폭 낮아진 셈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는 잔금 대출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 소득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당첨돼도 자금 마련이 까다롭다"며 "투기과열지구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기 때문에 자금 조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청약통장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 10억원 넘는 칸타빌수유팰리스 전용 78㎡ 분양가 최대 3천550만원↓
청약 열기가 식으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자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낮춘 단지가 등장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지난 18일 다시 공고를 냈다.

전체 22개 주택형의 평균 분양가는 기존 6억7천77만원에서 6억5천825만원으로 1천252만원 낮아졌다.

분양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78㎡는 최대 3천550만원 떨어졌지만, 분양가가 8억원대인 전용 59㎡의 경우 가격이 최대 7천240만원 올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서울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희소한 만큼 미분양 우려는 적지만, 고분양가 논란과 9억원 초과 주택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불확실성에 따른 당첨 후 미계약을 우려해 분양 가격을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서울 은평구 'DMC SK뷰'(수색9구역 재개발)는 보류지 7가구가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되자 가격을 낮췄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조합원)의 지분 누락·착오 발생,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여분으로 남겨두는 물량을 말한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초 전용 59㎡를 12억7천500만원, 전용 84㎡를 15억4천5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고했는데 올해 들어 전용 59㎡는 11억5천만원, 전용 84㎡는 13억6천만~14억원으로 공급가를 1억∼2억원 낮췄다.

분양가 외에도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파격적인 분양 혜택을 강조하는 단지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계약금 정액제는 통상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되는 계약금을 1천만원, 2천만원 등으로 낮춰 상대적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적게 한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통상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의 이자를 건설사나 시행사가 대신 부담해주는 것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완공·입주 직전 잔금을 낼 때까지 계약금 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없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받는 경기 '평택화양휴먼빌퍼스트시티'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걸었고, 이달 초 경북 포항에서 청약 접수에 나섰던 '포항자이 애서턴'도 같은 혜택을 내세워 29.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겸허해진 청약 시장…분양가 낮추고 파격 계약 조건도 등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