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몇명 갔냐 묻지마세요,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곳입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동고 이명학 교장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 잔잔한 울림
학교 인재상 바꾸고 장학금도 인성 위주로…"다른 소질과 적성도 키워줘야" "70년 동안 '올해 서울대에 몇 명이나 갔냐'는 질문이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는 서울대 많이 보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곳입니다.
"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의 소신 발언이 잔잔한 울림을 주며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중동고등학교의 이명학 교장이다.
그는 지난 22일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 교장은 25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실제 서울대에 들어가는 학생은 10%, 다른 많은 학교에서는 5%도 안 된다"며 "학교에는 훨씬 많은 학생이 있고,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학교의 할 일"이라고 이번 편지를 쓴 취지를 소개했다.
그는 "별을 보면 크기도 모두 다르고 찌그러진 것, 부서진 것도 있지만 밤이면 다 빛을 낸다"며 "학교도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아니라 다른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의 이 같은 설파는 이 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못 보내는' 곳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올해 중동고는 33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냈다.
2019∼2021학년도에 20∼21명이었던 것보다 오히려 크게 늘었다.
올해는 재학생 2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이는 이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한 이후 최다다.
그러나 이 교장은 편지에서 "서울대 입학이 이사장, 교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
학교에서는 똑같이 가르쳤을 뿐이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이라며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잘 받는 '학교다운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교육하는 '학교'이지 입학 성적으로 먹고사는 '학원'이 아니다"라면서 "올해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요청했다.
중동고가 모교인 이 교장은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을 거쳐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중동고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 교장은 학교 인재상부터 바꿨다.
이전의 '창조적 글로벌 리더' 대신 '의롭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학교가 지향하는 인재상이 됐다.
이 교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많이 얘기하지만, 한정된 고교 예산과 입시라는 상수를 생각해보면 그걸 목표로 하기는 어렵다"며 "사람 하나 제대로 만들어 사회 내보내면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씨앗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지향점 변화는 실제 현장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학업성취 중심 장학금 제도에서 벗어나 기개와 의로움을 보여준 학생에게 1년 대학교 장학금을 주는 '미스터 중동인상', 도전 정신이 빛나는 학생을 위한 창의상,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주는 다독상 등을 만들었다.
학부모가 학생에게 편지를 보내게 하는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학교에서 편지지 5장과 봉투, 도서 목록을 보내면 학부모가 자녀에게 쓴 편지와 읽히고 싶은 책 제목을 학교로 보내는 방식이다.
학교는 그 책을 학교 경비로 사서 학생에게 편지와 함께 전달한다.
이 교장은 "편지를 받은 학생이 읽고 나서 엄마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편지 4장을 꾹꾹 눌러 써보내 감동받은 학생이 부모와 소통을 시작하는 등 호응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과열된 교육은 여전히 학벌 중심인 사회 분위기 전체가 바뀌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 교장은 사회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화가 더디다고 손 놓고 있으면 교육을 맡은 사람으로서 책임이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시작해 동심원 물결 퍼지듯 나가면 언젠가는 사회도 학벌이 아니라 사람됨을 중시하는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
/연합뉴스
학교 인재상 바꾸고 장학금도 인성 위주로…"다른 소질과 적성도 키워줘야" "70년 동안 '올해 서울대에 몇 명이나 갔냐'는 질문이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는 서울대 많이 보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곳입니다.
"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의 소신 발언이 잔잔한 울림을 주며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중동고등학교의 이명학 교장이다.
그는 지난 22일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 교장은 25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실제 서울대에 들어가는 학생은 10%, 다른 많은 학교에서는 5%도 안 된다"며 "학교에는 훨씬 많은 학생이 있고,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학교의 할 일"이라고 이번 편지를 쓴 취지를 소개했다.
그는 "별을 보면 크기도 모두 다르고 찌그러진 것, 부서진 것도 있지만 밤이면 다 빛을 낸다"며 "학교도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아니라 다른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의 이 같은 설파는 이 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못 보내는' 곳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올해 중동고는 33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냈다.
2019∼2021학년도에 20∼21명이었던 것보다 오히려 크게 늘었다.
올해는 재학생 2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이는 이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한 이후 최다다.
그러나 이 교장은 편지에서 "서울대 입학이 이사장, 교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
학교에서는 똑같이 가르쳤을 뿐이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이라며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잘 받는 '학교다운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교육하는 '학교'이지 입학 성적으로 먹고사는 '학원'이 아니다"라면서 "올해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요청했다.
중동고가 모교인 이 교장은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을 거쳐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중동고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 교장은 학교 인재상부터 바꿨다.
이전의 '창조적 글로벌 리더' 대신 '의롭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학교가 지향하는 인재상이 됐다.
이 교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많이 얘기하지만, 한정된 고교 예산과 입시라는 상수를 생각해보면 그걸 목표로 하기는 어렵다"며 "사람 하나 제대로 만들어 사회 내보내면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씨앗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지향점 변화는 실제 현장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학업성취 중심 장학금 제도에서 벗어나 기개와 의로움을 보여준 학생에게 1년 대학교 장학금을 주는 '미스터 중동인상', 도전 정신이 빛나는 학생을 위한 창의상,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주는 다독상 등을 만들었다.
학부모가 학생에게 편지를 보내게 하는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학교에서 편지지 5장과 봉투, 도서 목록을 보내면 학부모가 자녀에게 쓴 편지와 읽히고 싶은 책 제목을 학교로 보내는 방식이다.
학교는 그 책을 학교 경비로 사서 학생에게 편지와 함께 전달한다.
이 교장은 "편지를 받은 학생이 읽고 나서 엄마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편지 4장을 꾹꾹 눌러 써보내 감동받은 학생이 부모와 소통을 시작하는 등 호응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과열된 교육은 여전히 학벌 중심인 사회 분위기 전체가 바뀌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 교장은 사회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화가 더디다고 손 놓고 있으면 교육을 맡은 사람으로서 책임이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시작해 동심원 물결 퍼지듯 나가면 언젠가는 사회도 학벌이 아니라 사람됨을 중시하는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