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공기업 27곳, 정부 지침 어기고 '저금리 특혜대출' 유지
금리 2% 안팎 파격 대출…'LTV 적용하고 금리 올려라' 지침 지킨 곳 9곳
혁신계획에 개선안 담았지만 노사협의 거쳐야 해 개선 여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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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 등 27개 공기업이 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적용하지 않는 직원 대상 '특혜 대출'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7%대까지 치솟았으나 공기업에서는 주택을 구입하는 직원에게 여전히 2% 안팎의 금리로 1억∼2억원의 금액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사내 대출에도 LTV 규제를 적용하고 금리·한도를 조정하도록 하는 혁신지침을 마련했지만 공기업 4개 중 3개는 이 지침을 어기고 있다.

◇ 정부 지침 1년 됐지만 36개 공기업 중 27개는 '특혜대출' 유지
10일 연합뉴스가 분석한 36개 공기업 혁신계획안에는 기관별 주택자금·생활안정자금 사내대출 현황과 개선안이 포함됐다.

36개 공기업 중 정부의 사내대출 관련 혁신지침을 준수하고 있는 기관은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에스알 등 9개뿐이었다.

36개 공기업 중 75%에 달하는 27개 기관은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특혜 대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사내대출 관련 혁신지침을 각 기관에 통보했다.

공공기관이 예산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통해 운영해온 사내대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지침의 골자였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무주택자가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대출해주도록 했고 한도는 최대 7천만원으로 설정했다.

또 그동안 적용하지 않던 LTV 규제도 반드시 적용하도록 했다.

직원이 사내대출을 신청하면 기관은 해당 직원이 주택구입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 LTV 기준에 맞춰 한도 안에서만 대출해주는 식이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한도를 최대 2천만원으로 정했다.

사내대출 금리는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 수준보다 낮추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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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계획안에 개선안 담았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
8월 말 제출된 혁신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주택 매입의 경우 3% 금리에 1억원 한도, 임차의 경우 2.5% 금리에 8천만원 한도로 직원 대상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LTV도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택을 구입할 때 1.67% 금리로 최대 2억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1.5% 금리로 최대 2억원까지 돈을 빌려준다.

모두 LTV는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9% 금리에 한도 9천만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준다.

한국도로공사는 LTV 없이 1.95% 금리로 7천500만원 한도 주택구입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일부 공기업 직원들은 '파격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외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한국마사회,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국조폐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광해광업공단, 강원랜드,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한전KPS, 한전KDN,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해양환경공단도 LTV를 적용하지 않거나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 혜택을 주는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은 혁신계획안에 지침에 맞춰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등 사내대출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LTV를 적용하고 한도를 낮추면서 금리도 은행가계자금 대출금리에 맞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JDC 등 일부 기관은 주택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중 1개의 제도에 대한 개선 계획만 제출하는 등 혁신계획안도 부실하게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계획을 제대로 제출한 기관도 실제 이행 여부는 미지수다.

사내대출 제도 변경은 노사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