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41년 머뭇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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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26년 우리는 설악산 오색약수터 근처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430m 고지인 끝청까지 올라가면서 설악의 절경을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무려 41년 동안 이어져온 찬반 논란이 지난 2월 27일 최종적으로 정리됐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강원도 양양군이 작년 12월 제출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몇 가지 조건을 붙여 승인했습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강원 지역의 숙원 사업이 드디어 해결됐다”며 “올해 안에 착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설악 소공원과 권금성을 오가는 1.1㎞ 길이의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죠. 새로 설치될 케이블카는 이것보다 훨씬 길어 3.3㎞나 됩니다. 몸이 불편해 설악을 오르지 못했던, 설악의 아름다운 사계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설악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첨예하게 부딪혔던 상징적인 사업이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시각과 케이블카가 오히려 동식물을 잘 보호한다는 시각이 대립했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진 탓에 41년이 흘렀던 겁니다. 오색케이블카가 어떻게 설치될지, 환경을 둘러싼 논쟁점은 어떤 게 있는지 사례를 통해 더 알아봅시다.우리는 오색케이블카 허가하는 데 41년
설악산은 강원도 양양군, 속초시, 인제군, 고성군에 둘러싸여 있는 큰 산입니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대청봉입니다. 높이가 해발 1708m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죠. 대청봉 옆에 나란히 있는 봉우리가 끝청봉, 중청봉입니다.
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 쪽 ‘오색약수터~끝청’을 오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을 바꾸는 설악의 모습을 3.3㎞짜리 케이블카를 타고 감상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1년간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1982년 설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케이블카가 명산인 설악산의 생태계와 자연을 해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은 첫 30년 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양양군은 2012년과 2013년 다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사업계획은 대청봉 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다시 좌절됐습니다. 2년 뒤인 2015년 재차 도전해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 ‘조건부 승인’을 뒤집었습니다. 2020년 양양군은 행정심판으로 맞섰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 것은 위법하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1년 원주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산양 개체수 조사 등 10개 보완요구 사항을 덧붙여 다시 반대했습니다. 환경단체들도 원주청의 편에 섰습니다. 2022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안에 따라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를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 2월 27일 자연보호종 서식지 조사 등 몇 가지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승인받았습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늦어진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케이블카 설치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올해 안에 첫 삽을 뜨겠다는 겁니다. 설치 공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케이블카는 2026년 첫 손님을 태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양양군이 마련한 계획을 보면, 케이블카는 8인승 53대로 편성됩니다. 시간당 최대 825명을 태울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하부 정거장에서 상부 정거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으로 깁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공사비로 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간 이용객은 170만 명 정도라는군요.
오색케이블카가 설악산 첫 케이블카는 아닙니다. 이미 속초시 설악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올라가는 1.1㎞짜리 설악케이블카가 있답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설악케이블카는 연간 60만 명가량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속초시에 이어 양양군이 숙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사 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인제군과 고성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인제군은 3.8㎞짜리 백담사 케이블카 사업을, 고성군은 1.4㎞짜리 신선대 케이블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한라산, 지리산, 가야산, 월악산 등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부산도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4.2㎞짜리 케이블카 사업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할 태세입니다. 케이블카 외에 둘레길, 오름길, 출렁다리, 집라인 개발 경쟁도 뜨겁습니다.
이런 경쟁은 국가 간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최장 케이블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입니다. 중국 장자제 톈먼산에는 7.4㎞짜리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습니다. 무려 35분이 걸리는 긴 케이블카입니다. 베트남 푸꾸옥 케이블카 길이도 7.8㎞에 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샤모니몽블랑 케이블카는 해발 3842m까지 올라갑니다. 스위스에는 450개, 오스트리아에는 2600개, 알프스를 끼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는 600개의 케이블카가 운행합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케이블카 사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답니다.
2. 케이블카가 우리나라 육상, 해상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자.
3.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늦어진 이유를 토론해보자.생태근본주의 "현대문명이 자연 파괴"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41년 동안 미해결 상태로 머물렀던 이유에는 환경 이슈가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시각과 “케이블카가 오히려 자연을 보호한다”는 시각이 대립했던 겁니다.
환경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우리는 생태근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다시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와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로 나뉩니다. 심층생태주의는 “모든 유기체는 전체 자연을 구성하는 평등한 구성원이므로 동일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생태중심주의도 비슷한데, 모든 생물종 같은 집합적 자연과 생태계 같은 전체 자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주의를 말합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보지 않고 자연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보는 환경론입니다. 생태근본주의는 20세기 중반 선진국을 중심으로 태동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르네 네스(1912~2009)입니다. 그는 네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①자연은 인간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②모든 생명체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③자연계의 절대적 존재는 없다. ④지구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고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 생태근본주의자들은 생태계의 평화를 위해 근대산업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온 게 바로 녹색당, 환경당 같은 조직이랍니다. 크리스토퍼 메인스와 토머스 베리 같은 보다 강경한 생태주의자들은 “현대 문명을 파괴하고 유목 생활과 수렵채집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인간은 세상에 고통을 주고 있다. 인간이야말로 자연에 암적 존재다”라고 합니다.
반면, 환경개발론자들은 “인간의 경제 성장과 번영 탓에 자연과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보는 것은 허위”라고 맞섭니다. 인간이 80억 명을 자랑하는 지구 지배종(種)으로 번성하긴 했지만,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기보다 오히려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산업혁명이 뱉어내는 산업폐기물과 매연, 썩은 물을 보고 기겁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 시대는 가고 환경에 투자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식량을 더 작은 땅에서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했고, 도시에는 더 많은 사람이 살면서도 주변의 산은 더욱 푸르고 강물은 더 맑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부국환경론을 앞세웁니다. 경제 성장으로 가난을 타파하는 게 생태계를 보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접근법이라는 겁니다. 세계 10대 숲 파괴 국가 중 라오스와 중앙아프리카 국가 같은 가난한 나라가 대거 포함된 점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자연을 숭배하고 1만 년 전 유목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면 대화가 안 된다”며 “부국환경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환경경제학은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영역입니다. 환경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합리적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2. 부국환경론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찾아보자.
3. 경제 발전과 환경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지금도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설악 소공원과 권금성을 오가는 1.1㎞ 길이의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죠. 새로 설치될 케이블카는 이것보다 훨씬 길어 3.3㎞나 됩니다. 몸이 불편해 설악을 오르지 못했던, 설악의 아름다운 사계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설악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첨예하게 부딪혔던 상징적인 사업이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시각과 케이블카가 오히려 동식물을 잘 보호한다는 시각이 대립했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진 탓에 41년이 흘렀던 겁니다. 오색케이블카가 어떻게 설치될지, 환경을 둘러싼 논쟁점은 어떤 게 있는지 사례를 통해 더 알아봅시다.
우리는 오색케이블카 허가하는 데 41년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는 수천 개 운영
설악산은 강원도 양양군, 속초시, 인제군, 고성군에 둘러싸여 있는 큰 산입니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대청봉입니다. 높이가 해발 1708m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죠. 대청봉 옆에 나란히 있는 봉우리가 끝청봉, 중청봉입니다.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 쪽 ‘오색약수터~끝청’을 오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을 바꾸는 설악의 모습을 3.3㎞짜리 케이블카를 타고 감상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1년간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1982년 설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케이블카가 명산인 설악산의 생태계와 자연을 해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은 첫 30년 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양양군은 2012년과 2013년 다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사업계획은 대청봉 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다시 좌절됐습니다. 2년 뒤인 2015년 재차 도전해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 ‘조건부 승인’을 뒤집었습니다. 2020년 양양군은 행정심판으로 맞섰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 것은 위법하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1년 원주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산양 개체수 조사 등 10개 보완요구 사항을 덧붙여 다시 반대했습니다. 환경단체들도 원주청의 편에 섰습니다. 2022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안에 따라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를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 2월 27일 자연보호종 서식지 조사 등 몇 가지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승인받았습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늦어진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케이블카 설치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올해 안에 첫 삽을 뜨겠다는 겁니다. 설치 공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케이블카는 2026년 첫 손님을 태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양양군이 마련한 계획을 보면, 케이블카는 8인승 53대로 편성됩니다. 시간당 최대 825명을 태울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하부 정거장에서 상부 정거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으로 깁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공사비로 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간 이용객은 170만 명 정도라는군요.
오색케이블카가 설악산 첫 케이블카는 아닙니다. 이미 속초시 설악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올라가는 1.1㎞짜리 설악케이블카가 있답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설악케이블카는 연간 60만 명가량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속초시에 이어 양양군이 숙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사 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인제군과 고성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인제군은 3.8㎞짜리 백담사 케이블카 사업을, 고성군은 1.4㎞짜리 신선대 케이블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한라산, 지리산, 가야산, 월악산 등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부산도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4.2㎞짜리 케이블카 사업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할 태세입니다. 케이블카 외에 둘레길, 오름길, 출렁다리, 집라인 개발 경쟁도 뜨겁습니다.
이런 경쟁은 국가 간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최장 케이블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입니다. 중국 장자제 톈먼산에는 7.4㎞짜리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습니다. 무려 35분이 걸리는 긴 케이블카입니다. 베트남 푸꾸옥 케이블카 길이도 7.8㎞에 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샤모니몽블랑 케이블카는 해발 3842m까지 올라갑니다. 스위스에는 450개, 오스트리아에는 2600개, 알프스를 끼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는 600개의 케이블카가 운행합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케이블카 사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답니다.
NIE 포인트
1.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어디에 설치되는지 찾아보자.2. 케이블카가 우리나라 육상, 해상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자.
3.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늦어진 이유를 토론해보자.
생태근본주의 "현대문명이 자연 파괴"
부국환경론 "경제발전이 환경을 보호"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41년 동안 미해결 상태로 머물렀던 이유에는 환경 이슈가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을 해친다”는 시각과 “케이블카가 오히려 자연을 보호한다”는 시각이 대립했던 겁니다.환경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우리는 생태근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다시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와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로 나뉩니다. 심층생태주의는 “모든 유기체는 전체 자연을 구성하는 평등한 구성원이므로 동일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생태중심주의도 비슷한데, 모든 생물종 같은 집합적 자연과 생태계 같은 전체 자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주의를 말합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보지 않고 자연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보는 환경론입니다. 생태근본주의는 20세기 중반 선진국을 중심으로 태동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르네 네스(1912~2009)입니다. 그는 네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①자연은 인간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②모든 생명체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③자연계의 절대적 존재는 없다. ④지구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고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 생태근본주의자들은 생태계의 평화를 위해 근대산업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온 게 바로 녹색당, 환경당 같은 조직이랍니다. 크리스토퍼 메인스와 토머스 베리 같은 보다 강경한 생태주의자들은 “현대 문명을 파괴하고 유목 생활과 수렵채집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인간은 세상에 고통을 주고 있다. 인간이야말로 자연에 암적 존재다”라고 합니다.
반면, 환경개발론자들은 “인간의 경제 성장과 번영 탓에 자연과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보는 것은 허위”라고 맞섭니다. 인간이 80억 명을 자랑하는 지구 지배종(種)으로 번성하긴 했지만,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기보다 오히려 보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산업혁명이 뱉어내는 산업폐기물과 매연, 썩은 물을 보고 기겁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 시대는 가고 환경에 투자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식량을 더 작은 땅에서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했고, 도시에는 더 많은 사람이 살면서도 주변의 산은 더욱 푸르고 강물은 더 맑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부국환경론을 앞세웁니다. 경제 성장으로 가난을 타파하는 게 생태계를 보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접근법이라는 겁니다. 세계 10대 숲 파괴 국가 중 라오스와 중앙아프리카 국가 같은 가난한 나라가 대거 포함된 점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자연을 숭배하고 1만 년 전 유목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면 대화가 안 된다”며 “부국환경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환경경제학은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영역입니다. 환경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 합리적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잠깐!!! 환경 쿠즈네츠 곡선
미국 경제학자 진 그로스먼(Gene Grossman)과 앨런 크루거(Alan Krueger)는 경제 성장과 환경오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고민했습니다. 둘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게 ‘환경 쿠즈네츠 곡선’입니다. 이 곡선은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 초기 단계에선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일정한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환경오염이 다시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삶의 질과 환경에 관심을 더 갖게 되고, 결국 환경 투자를 늘려 오염 가능성을 줄인다는 겁니다. 쿠즈네츠 곡선은 원래 경제 성장과 불평등 관계를 연구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쿠즈네츠가 만든 겁니다.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면 소득 불평등이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환경과의 상관관계에서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 모양이 나타났기 때문에 ‘환경 쿠즈네츠 곡선’으로 불리게 됐습니다.NIE 포인트
1. 생태근본주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2. 부국환경론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찾아보자.
3. 경제 발전과 환경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