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대한민국 의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이른 시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성숙하지 못한 감염 관리와 환자안전 관리 체계가 있었다. 의료인으로서 또 국민으로서 아픈 기억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3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대한민국 의료가 많이 변하고 성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의 철의 삼각(Iron Triangle of Healthcare)’이란 개념이 있다. 1994년 보건학 교수인 윌리엄 키식의 저서 《의료의 딜레마: 무한한 요구 대 유한한 자원》에서 처음 소개됐다. 유한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의료의 세 가지 가치인 ‘접근성’과 ‘의료의 질’ 그리고 ‘가격의 통제’ 간의 균형에 관한 개념이다.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는 이 세 가지 가치는 모두 같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으며 제한된 의료자원을 중심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가치를 높이면 다른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돌아본 대한민국 의료는 접근성과 가격 통제에 집중한 나머지 의료의 질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기울어진 삼각형 모습이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3년간 환자 안전과 감염 관리가 기반이 되는 의료의 질 향상에 자원 투입을 집중해왔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의료 자원 중 가장 제한이 심한 것이 질 향상 활동에 많이 투입돼야 하는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진료 활동을 할 수 있는 의료인 한 사람을 육성하는 데는 적어도 10년에서 1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예산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우리 사회가 현재 가진 의료 인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한 분야에 인적 자원을 더 배치하면 다른 분야는 부족해진다.

지방 병원들이 의사와 간호사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병원 운영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그 병원이 없어진다면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상실된다. 다행히 최근 부족한 의료인 육성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보건의료의 철의 삼각’이 뜻하는 건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필요한 약을 쓰지 않아서는 안 되겠지만, 약을 쓰는 동안에는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충분히 지켜보며 써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