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21)] 美·中 무역전쟁 속 新남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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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미·중 무역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폭탄을 퍼붓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추가 조치도 불사할 태세다. 중국도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관계는 무역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위협함에 따라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은 도처에서 심화되고 있다.
미·중 간 갈등관계가 계속될 경우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중요성에 다시금 주목하게 되는 시점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외교·경제관계를 다변화해 미·중 등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강대국 주도의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선택 공간을 넓힌다는 선제적 대응전략의 의미도 있다.
밸류체인 변화에 주목해야
우선,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과 국제통상 질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면 한국과 아세안의 대중 수출이 타격받고, 투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중국 진출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이전함으로써 한국과 아세안으로부터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은 아시아에서의 밸류체인 변화 등 경제협력 패러다임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아세안 간 전략적인 산업협력과 경제 분업체제를 강화해 ‘윈윈’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중 간 경쟁관계가 더욱 첨예화할 경우에는, 미·중 양쪽과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과 아세안 같은 중소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미·중 경쟁관계로 인해 분열된다든지 아세안 대외협력의 핵심개념인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데 대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골치가 아플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공동입장을 수립하기 위해 전향적인 논의를 해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미·중을 포함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 18개국의 고위정책결정자들을 자카르타로 초청해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주도했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질서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운 지역구도를 미들파워인 아세안이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미·중도 직접적인 대결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중견국들의 노력을 반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세안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따라서 아세안과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 신남방정책은 지난 2년간 적극적인 정상외교와 아울러 교역, 투자, 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특히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중점적으로 이행할 50개 사업을 발표, 신남방정책 추진을 가속화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은 신남방정책이 한반도 4강 외교를 포함한 전략적인 큰 그림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중·일 등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관계 심화에 따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기능적인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지역협력에 기여해야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관련국으로부터 높게 평가받지 못해 신남방정책의 지속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이 지역 주요 국가들의 정책 또는 이니셔티브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살리고, 차별화할 부분은 차별화해야 한다.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인도의 신동방정책, 아세안 및 호주의 정책 등과 협력할부분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지역협력구도 형성에 기여하는 신남방정책이 돼야 한다.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는 아세안 사무총장과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좋은 기회다. 그러나 한국과 아세안의 공통된 비전과 전략적 지향점 및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정교하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신남방정책도 과거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미·중 갈등관계는 무역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위협함에 따라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은 도처에서 심화되고 있다.
미·중 간 갈등관계가 계속될 경우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중요성에 다시금 주목하게 되는 시점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외교·경제관계를 다변화해 미·중 등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강대국 주도의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선택 공간을 넓힌다는 선제적 대응전략의 의미도 있다.
밸류체인 변화에 주목해야
우선,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과 국제통상 질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면 한국과 아세안의 대중 수출이 타격받고, 투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중국 진출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이전함으로써 한국과 아세안으로부터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은 아시아에서의 밸류체인 변화 등 경제협력 패러다임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아세안 간 전략적인 산업협력과 경제 분업체제를 강화해 ‘윈윈’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중 간 경쟁관계가 더욱 첨예화할 경우에는, 미·중 양쪽과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과 아세안 같은 중소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미·중 경쟁관계로 인해 분열된다든지 아세안 대외협력의 핵심개념인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데 대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골치가 아플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공동입장을 수립하기 위해 전향적인 논의를 해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미·중을 포함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 18개국의 고위정책결정자들을 자카르타로 초청해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주도했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질서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운 지역구도를 미들파워인 아세안이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미·중도 직접적인 대결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중견국들의 노력을 반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세안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따라서 아세안과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 신남방정책은 지난 2년간 적극적인 정상외교와 아울러 교역, 투자, 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특히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중점적으로 이행할 50개 사업을 발표, 신남방정책 추진을 가속화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은 신남방정책이 한반도 4강 외교를 포함한 전략적인 큰 그림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중·일 등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관계 심화에 따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기능적인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지역협력에 기여해야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관련국으로부터 높게 평가받지 못해 신남방정책의 지속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이 지역 주요 국가들의 정책 또는 이니셔티브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살리고, 차별화할 부분은 차별화해야 한다.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인도의 신동방정책, 아세안 및 호주의 정책 등과 협력할부분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지역협력구도 형성에 기여하는 신남방정책이 돼야 한다.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는 아세안 사무총장과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좋은 기회다. 그러나 한국과 아세안의 공통된 비전과 전략적 지향점 및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정교하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신남방정책도 과거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