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로 소집한 듯한 모양새에다, 발언기회도 적었던 탓에 참석 기업가들은 불만을 가질 법도 했다. 하지만 회동 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을 부르고,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한 손을 감싸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친근한 태도로 회동 분위기를 주도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생큐”를 연발했고 “여기 계신 성공적인 분들은 모두 사업 천재들(비즈니스 지니어스)”이라며 추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찌보면 속보이고, 한국에서는 공치사로도 듣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군 주역이 기업이라는 점에서 따지고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참석한 기업인들로서는 열심히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도 적폐로 몰리는 고단한 현실에서 작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정부·기업 간 대화를 수없이 봐온 터라 이번 회동은 더욱 훈훈하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맡겨놓은 돈이라도 있는 것처럼 기업에 이런 저런 요구를 늘어놓기 일쑤다. 만남 뒤에는 ‘얼마나 어떻게 성의를 표시할까’를 고민하며 다른 기업 동향 파악에 분주해지는 게 현실이다.
좌충우돌한다는 이미지와 달리 트럼프는 일종의 품격을 보여줬다. 노골적으로 투자를 강조하는 말 대신 미국의 감세와 개혁을 얘기했다. 철저하게 경제성을 따르지 않으면 기업도 투자지역도 모두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나홀로 잘나가는’ 미국 경제에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남다른 대우가 자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