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反日감정 정치자산화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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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분쟁은 여론으로 풀 수 없어
'촛불' '죽창' 구호 대신
논리와 명분 쌓고
폐쇄적 민족주의에 갇힌
'21세기 정신승리법'서 벗어나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촛불' '죽창' 구호 대신
논리와 명분 쌓고
폐쇄적 민족주의에 갇힌
'21세기 정신승리법'서 벗어나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두세 차례 힘껏 후려쳤다. 화끈거리고 아팠다. 실컷 때리고 나자 마음이 후련해졌다. 때린 것은 자기고, 맞은 사람은 남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에 나오는 장면이다. 아큐는 ‘정신승리법’의 최면에 빠졌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맞대응을 천명했다.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5일 ‘검은 월요일’의 증시 폭락과 원화 환율 급등은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3년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는 2%, 코스닥은 6% 넘게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5원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전에 이미 한국은 평정심을 잃었다. 일본은 어떤 경우에도 이겨야 한다는 ‘정신승리법’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장’은 일본 여행 금지를,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대 핵심 소재·부품의 기술 자립을 단 1년 안에 하겠다고 했다.
외교분쟁을 국내 여론으로 풀 수는 없다. 한·일 간 충돌 논리와 지점은 명확하다. 거북선 타고 죽창 들고 싸울 것이 아니라면 한국과 일본 외 유력한 제3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촛불집회와 불매운동으로 북 치고 장구 친다고 사태가 유리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불매운동 선동은 ‘관제 민족주의’ 시비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끝장토론에서 이길 수 있는 논리와 명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강제징용 피해배상’이 포함되느냐다. 일본은 포함됐다는 주장이고, 한국은 ‘민간의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조약의 유효성에 기초해, 우리는 사법부 판결에 근거해 그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은 사법부 판결’이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거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가 조약을 체결하고 그 나라의 사법부가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다면 어떤 조약도 맺을 수 없다. “사법부 판단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대응은 국제 외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가와 그 국가에 속한 대법원이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으로 몰아붙인 쾌도난마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일 감정의 ‘정치 자산화’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한·일 간 긴장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하려면 냉정을 찾아야 한다. 친여 성향 관변단체의 선무당짓은 도를 넘었다. “일본은 아무것도 아니니 시쳇말로 쫄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면 한국이 이긴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여달러고 일본은 3만9000여달러로, 같은 3만달러대라는 점을 든다. 수출도 한국 6000억달러, 일본 7300억달러로 좁혀졌고 한국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일본 10대 전자기업 영업이익을 모두 더한 것의 두 배라는 것이다.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또는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국력의 차이’는 없는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한국은 고도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본은 대중주의에 휩쓸리지 않는다. 복지를 살포한 사회당은 3년 만에 사라졌다. 일본은 2016년 현재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22명이다. 그만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강하다. ‘인텔인사이드(Intel inside)’에 비견되는 ‘재팬 인사이드(Japan inside)’를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없이는 스마트폰, 자동차, 정밀화학 등 국내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이 소재·부품·조립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다. 여전히 일본의 달러표시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세 배다.
반일감정의 정치 자산화로 문제를 빚고, 기업더러 나가 싸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반일로 국력을 키울 수 없다. 폐쇄적 민족주의와 대중주의에 갇힌 21세기 ‘정신승리법’에서 벗어나야 극일(克日) 할 수 있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맞대응을 천명했다.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5일 ‘검은 월요일’의 증시 폭락과 원화 환율 급등은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3년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는 2%, 코스닥은 6% 넘게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5원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전에 이미 한국은 평정심을 잃었다. 일본은 어떤 경우에도 이겨야 한다는 ‘정신승리법’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장’은 일본 여행 금지를,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대 핵심 소재·부품의 기술 자립을 단 1년 안에 하겠다고 했다.
외교분쟁을 국내 여론으로 풀 수는 없다. 한·일 간 충돌 논리와 지점은 명확하다. 거북선 타고 죽창 들고 싸울 것이 아니라면 한국과 일본 외 유력한 제3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촛불집회와 불매운동으로 북 치고 장구 친다고 사태가 유리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불매운동 선동은 ‘관제 민족주의’ 시비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끝장토론에서 이길 수 있는 논리와 명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강제징용 피해배상’이 포함되느냐다. 일본은 포함됐다는 주장이고, 한국은 ‘민간의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조약의 유효성에 기초해, 우리는 사법부 판결에 근거해 그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은 사법부 판결’이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거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가 조약을 체결하고 그 나라의 사법부가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다면 어떤 조약도 맺을 수 없다. “사법부 판단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대응은 국제 외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가와 그 국가에 속한 대법원이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으로 몰아붙인 쾌도난마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일 감정의 ‘정치 자산화’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한·일 간 긴장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하려면 냉정을 찾아야 한다. 친여 성향 관변단체의 선무당짓은 도를 넘었다. “일본은 아무것도 아니니 시쳇말로 쫄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면 한국이 이긴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여달러고 일본은 3만9000여달러로, 같은 3만달러대라는 점을 든다. 수출도 한국 6000억달러, 일본 7300억달러로 좁혀졌고 한국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일본 10대 전자기업 영업이익을 모두 더한 것의 두 배라는 것이다.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또는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국력의 차이’는 없는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한국은 고도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본은 대중주의에 휩쓸리지 않는다. 복지를 살포한 사회당은 3년 만에 사라졌다. 일본은 2016년 현재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22명이다. 그만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강하다. ‘인텔인사이드(Intel inside)’에 비견되는 ‘재팬 인사이드(Japan inside)’를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없이는 스마트폰, 자동차, 정밀화학 등 국내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이 소재·부품·조립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다. 여전히 일본의 달러표시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세 배다.
반일감정의 정치 자산화로 문제를 빚고, 기업더러 나가 싸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반일로 국력을 키울 수 없다. 폐쇄적 민족주의와 대중주의에 갇힌 21세기 ‘정신승리법’에서 벗어나야 극일(克日)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