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아베, 엔저 도박 끝나간다…日 경제 '10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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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정책 더 밀고나가다간 위기
내수 망치고 수출에도 도움 안돼
'공생적 게임 이론' 정신 되새겨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내수 망치고 수출에도 도움 안돼
'공생적 게임 이론' 정신 되새겨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국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이 뚫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달러 약세를 외침에 따라 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실수를 재차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7년 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로이드 섀플리 교수와 앨빈 로스 교수가 창시한 공생적 게임이론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는 특별한 방법론적 설계가 어떻게 시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시스템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 냈다. 이 이론을 토대로 로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안정성이 어떻게 특정 시장 제도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두 교수가 연구했던 ‘안정적 할당과 시장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이론(theory of stable allocations and practice of market design)’에서는 공생적 게임이론을 사용해 환율 전쟁처럼 게임 참가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을 도출해냈다.
종전의 게임이론과 다른 것은 사적 이익보다 공공선(公共善), 참가자 간 경쟁보다 협조,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 점이다. 섀플리·로스의 게임이론을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1990년 전후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의 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로 상징되며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으로 대변된다.
아베 정부는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된 것은 당시 일본은행 총재였던 미에노가 고집스럽게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타협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2012년 아베는 일본 총리로 재선출되자마자 엔저를 통해 성장 추구라는 목표를 잘 구현시킬 수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아베의 엔저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아베 정책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인 각 나라에 협조보다 갈등을 조장해 왔다. 선진국임에도 인위적인 엔저 유도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한 것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에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각 국의 반발도 거세져 왔다. 초기에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에 이어 독일 같은 선진국 간에도 갈등이 심했다. 독일은 일본이 엔저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무역보복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묵시적으로 엔저를 용인해 왔던 미국도 올해 하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더 이상 엔저 조작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엔저로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온 내수업체다. 일본 국민도 수입물가 급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고통이 높아져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체 에너지원에서 수입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반겨야 할 수출업체의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장기간 지속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업체가 해외로 진출해 이제는 ‘기업 내 무역’이 보편화됐다. 수출 결제통화도 한때 80%를 웃돌았던 달러 비중을 40% 내외로 낮춰놔 엔저가 되더라도 채산성 개선에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통상환경만 악화돼 왔다.
아베의 엔저 정책이 멈추면 곧바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부터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엔저 정책은 내수산업을 더 어렵게 한다. 이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 될 경우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정 목적을 겨냥해 정책요인만으로 유도된 엔저 정책은 게임 참가자의 협조와 지지가 없으면 추세적으로 정착될 수 없다. 엔저 정책은 중앙은행이 협조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결정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아베가 엔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은행에 거의 강압적인 수준에서 협조를 구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베의 엔저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으나 자국 내에서는 견제할 세력이 없다. 국제적으로도 이기주의 기승으로 역(逆)플라자 합의(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유도)와 같은 대타협 가능성도 희박하다. 엔저 정책을 더 밀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위기다. 이제부터 아베 정부는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는 특별한 방법론적 설계가 어떻게 시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시스템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 냈다. 이 이론을 토대로 로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안정성이 어떻게 특정 시장 제도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두 교수가 연구했던 ‘안정적 할당과 시장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이론(theory of stable allocations and practice of market design)’에서는 공생적 게임이론을 사용해 환율 전쟁처럼 게임 참가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을 도출해냈다.
종전의 게임이론과 다른 것은 사적 이익보다 공공선(公共善), 참가자 간 경쟁보다 협조,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 점이다. 섀플리·로스의 게임이론을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1990년 전후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의 갈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로 상징되며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으로 대변된다.
아베 정부는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된 것은 당시 일본은행 총재였던 미에노가 고집스럽게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타협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2012년 아베는 일본 총리로 재선출되자마자 엔저를 통해 성장 추구라는 목표를 잘 구현시킬 수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아베의 엔저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아베 정책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인 각 나라에 협조보다 갈등을 조장해 왔다. 선진국임에도 인위적인 엔저 유도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한 것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에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각 국의 반발도 거세져 왔다. 초기에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에 이어 독일 같은 선진국 간에도 갈등이 심했다. 독일은 일본이 엔저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무역보복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묵시적으로 엔저를 용인해 왔던 미국도 올해 하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더 이상 엔저 조작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엔저로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온 내수업체다. 일본 국민도 수입물가 급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고통이 높아져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체 에너지원에서 수입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반겨야 할 수출업체의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장기간 지속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업체가 해외로 진출해 이제는 ‘기업 내 무역’이 보편화됐다. 수출 결제통화도 한때 80%를 웃돌았던 달러 비중을 40% 내외로 낮춰놔 엔저가 되더라도 채산성 개선에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통상환경만 악화돼 왔다.
아베의 엔저 정책이 멈추면 곧바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부터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엔저 정책은 내수산업을 더 어렵게 한다. 이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 될 경우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정 목적을 겨냥해 정책요인만으로 유도된 엔저 정책은 게임 참가자의 협조와 지지가 없으면 추세적으로 정착될 수 없다. 엔저 정책은 중앙은행이 협조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결정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아베가 엔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은행에 거의 강압적인 수준에서 협조를 구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베의 엔저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으나 자국 내에서는 견제할 세력이 없다. 국제적으로도 이기주의 기승으로 역(逆)플라자 합의(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유도)와 같은 대타협 가능성도 희박하다. 엔저 정책을 더 밀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위기다. 이제부터 아베 정부는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