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계자료는 '디플레'를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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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
한 달 상황에 "디플레"는 성급
하락 품목 비율 다소 높아졌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
지금은 물가가 안정된 상태
돈 풀고 금리 더 내릴 때 아니야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
한 달 상황에 "디플레"는 성급
하락 품목 비율 다소 높아졌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
지금은 물가가 안정된 상태
돈 풀고 금리 더 내릴 때 아니야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5에서 104.81로 작년에 비해 0.04%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디플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꼭 5년 전인 2014년 9월에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당시 여론은 디플레이션 쪽으로 기울었다.
한 중앙일간지가 경제전문가 3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인 18명이 ‘디플레 공포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명은 ‘디플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고, 다른 12명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떤 교수는 “사실상 디플레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2.5%) 아래인 1%대로 유지되는 것 자체가 디플레 증거라는 것이었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서 경제 활성화를 노렸던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생각과 똑같았다. 2014년 이후 한동안 디플레이션 논란은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나타났다.
디플레는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상태’다. 보통 1년 이상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야 디플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연속해서 7년(1999~2005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였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개년 중 11년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 이쯤 되면 디플레라고 할 만하고, 대폭적인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가 이해될 만하다. 달랑 한 달짜리 물가지표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디플레 운운하는 것은 너무 가볍게 앞서 나가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디플레의 원인은 세 가지다. ①‘수요축소→물가하락→임금축소→소득하락→수요축소 반복’으로 이어지는 ‘디플레-경기침체 악순환’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 ②통화 공급의 축소나 해외유출 또는 통화사재기(hoarding)로도 물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고 ③20세기 초처럼 지속적인 생산성 혹은 기술의 발달로 물건 가격이 계속 떨어질 수도 있다.
이 중에서 ②나 ③은 확실히 아니다. 그동안 총통화 증가율은 7%, 본원통화 증가율은 9%를 넘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거의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①도 아니다.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2%대 가까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또 민간소비 증가율도 2.0% 선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2009~2011년의 일본과 같이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디플레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계자료를 보면 디플레가 아니라는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8월 소비자물가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결정적인 요인은 식료품(-3.6%), 통신(-2.2%), 교통(-1.9%)의 세 부류다. 식료품 가격 하락은 과일(-15.2%)과 채소(-17.3%)가 주도했다. 여름철이 돼 과일이나 채소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과일 중에는 사과(-14.3%), 복숭아(-24.2%), 오렌지(-26.8%), 참외(-22.2%), 수박(-34.3%), 딸기(-28.2%)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채소 중에는 배추(-42.1%), 시금치(-20.2%), 양배추(-48.6%), 무(-54.4%), 감자(-22.9%), 고구마(-20.5%), 양파(-15.9%), 마늘(-20.3%), 파프리카(-28.8%)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통신서비스, 교통서비스 가격은 정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는 가격이니 이 분야 가격 하락은 정부의 인하 압력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 외 음식·숙박이나, 교육이나, 다른 품목 모두 서비스 가격은 하나같이 다 올랐다.
물론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 1~7월 29.8%(137개)로, 작년의 28.0%보다 조금 더 높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8월 기준으로 원유(-21.1%), 소맥(-13.0%), 알루미늄(-18.0%), 원면(-28.3%), 동(-5.2%) 등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이 다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물가가 ‘매우 안정된’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본처럼 통화를 더 풀거나 금리를 더 내리거나 할 때는 아니다.
한 중앙일간지가 경제전문가 3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인 18명이 ‘디플레 공포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명은 ‘디플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고, 다른 12명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떤 교수는 “사실상 디플레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2.5%) 아래인 1%대로 유지되는 것 자체가 디플레 증거라는 것이었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서 경제 활성화를 노렸던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생각과 똑같았다. 2014년 이후 한동안 디플레이션 논란은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나타났다.
디플레는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상태’다. 보통 1년 이상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야 디플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연속해서 7년(1999~2005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이너스였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개년 중 11년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 이쯤 되면 디플레라고 할 만하고, 대폭적인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가 이해될 만하다. 달랑 한 달짜리 물가지표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디플레 운운하는 것은 너무 가볍게 앞서 나가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디플레의 원인은 세 가지다. ①‘수요축소→물가하락→임금축소→소득하락→수요축소 반복’으로 이어지는 ‘디플레-경기침체 악순환’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 ②통화 공급의 축소나 해외유출 또는 통화사재기(hoarding)로도 물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고 ③20세기 초처럼 지속적인 생산성 혹은 기술의 발달로 물건 가격이 계속 떨어질 수도 있다.
이 중에서 ②나 ③은 확실히 아니다. 그동안 총통화 증가율은 7%, 본원통화 증가율은 9%를 넘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거의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①도 아니다.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2%대 가까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또 민간소비 증가율도 2.0% 선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2009~2011년의 일본과 같이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디플레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계자료를 보면 디플레가 아니라는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8월 소비자물가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결정적인 요인은 식료품(-3.6%), 통신(-2.2%), 교통(-1.9%)의 세 부류다. 식료품 가격 하락은 과일(-15.2%)과 채소(-17.3%)가 주도했다. 여름철이 돼 과일이나 채소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과일 중에는 사과(-14.3%), 복숭아(-24.2%), 오렌지(-26.8%), 참외(-22.2%), 수박(-34.3%), 딸기(-28.2%)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채소 중에는 배추(-42.1%), 시금치(-20.2%), 양배추(-48.6%), 무(-54.4%), 감자(-22.9%), 고구마(-20.5%), 양파(-15.9%), 마늘(-20.3%), 파프리카(-28.8%)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통신서비스, 교통서비스 가격은 정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는 가격이니 이 분야 가격 하락은 정부의 인하 압력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 외 음식·숙박이나, 교육이나, 다른 품목 모두 서비스 가격은 하나같이 다 올랐다.
물론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 1~7월 29.8%(137개)로, 작년의 28.0%보다 조금 더 높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8월 기준으로 원유(-21.1%), 소맥(-13.0%), 알루미늄(-18.0%), 원면(-28.3%), 동(-5.2%) 등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이 다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물가가 ‘매우 안정된’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일본처럼 통화를 더 풀거나 금리를 더 내리거나 할 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