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엊그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내놓았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유연한 적용, 등록금 자율화 등 대학의 자율성 확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철폐 등 하나같이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들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획일적인 주 52시간제가 혁신을 막고 있다”고 했다. “인재는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데, 국가가 개인의 일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분야까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혁신이 사라지고 글로벌 경쟁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오후 6시만 되면 ‘불 꺼진 사무실’로 변하는 상황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경쟁이 되겠는가.

위원회는 모빌리티와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도 촉구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들이다. 장 위원장은 특히 국회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처리를 미루고 있는 데 대해 “국회가 일을 하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을 말하면서 기득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권고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때부터 4차 산업혁명을 외쳤지만 핵심규제는 여전히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선(先)허용-후(後)규제’ 원칙에 따라 인공지능(AI), 차량공유, 드론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미래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시장과 산업을 키워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