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주민이 주도해야
한국은 저성장 속 고령사회다. 생산성은 약화되고, 쇠퇴 도시는 증가하고 있다. 미래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진행되는 ‘전면철거 재개발’은 많은 도시에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혁신적 아이디어 없이 진행되는 도시개발의 부작용도 겪었다. ‘도시재생’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이유다. 혁신과 포용의 접점을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정부는 2017년에 도시재생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작년에는 향후 5년간 추진할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 50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매년 10조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쇠퇴 지역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 지구는 전국에 총 265곳이 지정됐다. 이 중 53곳은 이미 착공했다. 순천 도시재생지역은 5년간 빈집이 187개에서 7개로 줄고 유동인구는 약 65% 늘었다. 상주인구도 조금씩 늘고 있다.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은 미술관과 전시장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삶의 질 향상은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다.

둘째, 도시재생 전문가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재생 지원센터 등에 채용된 도시재생 전문가, 마을활동가, 마을해설사는 600여 명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국토교통형 예비 사회적 기업’은 95곳이며, 2022년까지 250곳을 지정해 1250개의 일자리를 더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미래 주역이 될 인력들이다.

셋째, 협력적인 거버넌스의 싹이 움트고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사업을 발굴하고 계획을 수립한 뒤, 중앙부처와 공공·민간이 지원해 추진한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주민·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도시재생대학 150곳, 도시재생지원센터 193곳을 설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첫째, ‘내 삶을 바꾸는’ 실효성 있는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도해야 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위원회가 있지만 주민의 역할은 도시재생사업 지원에 머물고 있다. 재정투입과 스타트업 육성을 뛰어넘어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 이에 맞게 제도와 조직을 갖춰야 한다.

둘째, 도시재생 조직은 독자적인 재정 아래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의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 회사인 이이다는 부동산 중개·임대, 조사·연구, 소매업, 복지서비스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미국의 커뮤니티개발회사(CDC) 중 ‘브로드웨이 하우징 커뮤니티스’는 주택관리 등을 통한 수입으로 교육·문화 행사를 주도한다. 우리도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일부 도시재생 경제조직에 이양해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자 관리·개발의 주체 역할을 할 한국형 도시재생회사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에 기여하는 조직은 적절한 지원 아래 도시재생의 주체로 육성해야 한다. 동네책방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행정력으로 발굴 또는 지원하지 못하는 수요가 있다면 모태펀드로 자금을 지원해서,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내실 있는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인구 및 산업구조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지역발전의 가교가 될 사업장을 발굴해 국토공간 전략과 발맞춰 도시재생산업 육성에 힘쓴다면 쇠퇴 도시는 조만간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도시재생한마당 행사에서 “도시재생은 경제재생”이라고 선언했다. 올바른 진단이다. 앞으로는 도시재생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도시재생이 삶의 질 향상, 내실 있는 일자리 창출, 재생 전문가 육성, 도시의 장기적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쇠퇴지역이 혁신과 포용의 거대한 플랫폼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