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로금리' 거론 앞서 '제로규제' 노력부터 제대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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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일각서 "실질기준금리 높은 편, 더 내리자"지만
'돈 없어서' 아닌 '쓸 수 없게 해' 막힌 소비·투자 수두룩
'아베노믹스'도 적극 규제혁파로 성과 창출, 직시해야
'돈 없어서' 아닌 '쓸 수 없게 해' 막힌 소비·투자 수두룩
'아베노믹스'도 적극 규제혁파로 성과 창출, 직시해야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자는 ‘제로 금리’의 필요성이 한국은행에서도 제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감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그 배경과 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더 큰 관심사는 초(超)저금리라는 ‘진통제 요법’에 기댄 채 규제개혁과 같은 ‘근본 처방’은 회피하려는 기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다.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8일 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명목 기준금리가 연 1.25%로 사상 최저수준이지만,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기준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제로 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높은 것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질금리를 더 과감하게 낮춰야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주장이어서 주목을 끌 만했다.
그는 “일본이 1980년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통화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며, 2013년부터 확장적 통화정책을 담은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저물가 상황을 벗어났다”고도 했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체코와 스웨덴 예를 들며 반론을 폈다.
한은의 공식 방침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저금리의 폐해와 문제점을 도외시한 듯해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은 채 ‘과감한 금리 인하’에 기대고 있는 정부 여당이 이런 주장에 더욱 의존하면서 당장 쉬운 길을 택할까 봐 우려된다.
부자들이 국내에서 마음껏 지갑을 열 수 없게 막는 교육·의료·레저·관광 등 분야 규제부터 기업의 투자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유·무형의 온갖 족쇄가 곳곳에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들 시중 자금은 금융권에서나 맴돌며 이른바 ‘돈맥 경화’만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압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바뀌는 지주회사제도 등 투자 관련 규제, 기업을 키우고 후대에 물려줄 의욕을 꺾어 버리는 상법과 세법 규제, 웬만한 ‘정상국가’라면 다 허용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공유경제 등 신산업마저 원천 봉쇄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규제의 갈라파고스 왕국’ 소리를 듣는 참담한 현실은 놔둔 채 금리를 더 내리는 게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건져낸 아베노믹스가 금리 인하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더 크게 작용했음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쓸 수 없어서’ 개인은 지갑, 기업은 곳간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금리를 끌어내리면 돈을 점점 더 시장에서 퇴장(退藏)시키는 ‘유동성 함정’에 깊숙이 빠져들고, 진짜 위기에 대비한 통화정책 여력만 고갈시킬 뿐이다.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8일 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명목 기준금리가 연 1.25%로 사상 최저수준이지만,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기준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제로 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높은 것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질금리를 더 과감하게 낮춰야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주장이어서 주목을 끌 만했다.
그는 “일본이 1980년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통화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며, 2013년부터 확장적 통화정책을 담은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저물가 상황을 벗어났다”고도 했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체코와 스웨덴 예를 들며 반론을 폈다.
한은의 공식 방침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저금리의 폐해와 문제점을 도외시한 듯해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은 채 ‘과감한 금리 인하’에 기대고 있는 정부 여당이 이런 주장에 더욱 의존하면서 당장 쉬운 길을 택할까 봐 우려된다.
부자들이 국내에서 마음껏 지갑을 열 수 없게 막는 교육·의료·레저·관광 등 분야 규제부터 기업의 투자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유·무형의 온갖 족쇄가 곳곳에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들 시중 자금은 금융권에서나 맴돌며 이른바 ‘돈맥 경화’만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압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바뀌는 지주회사제도 등 투자 관련 규제, 기업을 키우고 후대에 물려줄 의욕을 꺾어 버리는 상법과 세법 규제, 웬만한 ‘정상국가’라면 다 허용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공유경제 등 신산업마저 원천 봉쇄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규제의 갈라파고스 왕국’ 소리를 듣는 참담한 현실은 놔둔 채 금리를 더 내리는 게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건져낸 아베노믹스가 금리 인하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더 크게 작용했음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쓸 수 없어서’ 개인은 지갑, 기업은 곳간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금리를 끌어내리면 돈을 점점 더 시장에서 퇴장(退藏)시키는 ‘유동성 함정’에 깊숙이 빠져들고, 진짜 위기에 대비한 통화정책 여력만 고갈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