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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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은 경영 간섭 아닌
노후소득 보장 위한 것
연금사회주의 변질 막고
수익 극대화하려면
'국민연금기금법'을 제정
운용의 전문성·독립성 높여야
김원식 <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노후소득 보장 위한 것
연금사회주의 변질 막고
수익 극대화하려면
'국민연금기금법'을 제정
운용의 전문성·독립성 높여야
김원식 <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국민연금기금은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한 노태우 정부를 포함해 다섯 개 정부가 조성한 기금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존속될 것으로 추정되는 2054년까지 적어도 5개 이상의 단임 정부에 의해 관리될 것이다. 기금 규모는 2020년도 국가 예산 513조원보다 훨씬 커져 700조원을 이미 넘어섰고 2041년에는 약 18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이 노후소득을 보장받기 위해 개인적인 노후저축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따라서 기금운용에는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비전까지 고려한 운용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3일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발표했다. 기존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을 무시하고,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은 초법적 가이드라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자체적으로 정한 중점관리 사안을 투자대상 기업에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이드라인 이름 그대로 주주총회를 통해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인 상장기업은 지난 9월 말 기준 313개다. 사실상 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기금은 ‘자본시장의 주인’ 또는 실질적 ‘독점기금’이 된다.
정권이야 잃어도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기업 경영권은 한 번 상실하면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경영권 박탈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없다. 이미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가 미친 기업 파괴력을 목격했고, 국민연금기금의 지침으로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할 소지는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지배구조가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7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최고책임자의 잦은 교체나, 국민 동의가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금운용본부장 임명도 문제다. 정부의 연간 예산보다 큰 기금을 운용한다면 적어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정도는 의무화해야 한다. 그가 국민의 돈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인지 검증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는 마치 고양이가 생선이 아닌 호랑이를 물고 다니는 것 같은 모양새다.
국민연금기금 위탁운용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데 이들 회사의 경영진이 올바른 국가관과 기업관을 갖고 있고, 국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아무리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가 합리적이라고 해도 위탁회사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부도덕하다면 기업들에 ‘하이에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왜곡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이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조성됐지만, 이 두 주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국민연금기금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복지부 소관의 국민연금법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는 복지에 모든 정책수단을 맞출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도 사실상 이 범주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게다가 국민연금기금의 존재는 이미 국민복지의 개념을 넘어 자본시장과 국가경제 그리고 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경제 비전과 직접적 부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실질적 운용을 복지정책 수단에 머물러 있는 국민연금법상의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은 수익률 극대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와 같이 거대 공적연금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캐나다, 일본 등도 공적연금제도와 기금의 지배구조를 완전히 분리해 놓고 있다.
이제는 국민연금법에서 국민연금기금 관련 조항을 분리하고 다듬어 ‘국민연금기금법’(가칭)을 제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기관, 운용책임자, 운용지배구조 및 기금운용 가이드라인까지도 투명하게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이 노후소득을 보장받기 위해 개인적인 노후저축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따라서 기금운용에는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비전까지 고려한 운용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3일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발표했다. 기존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을 무시하고,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은 초법적 가이드라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자체적으로 정한 중점관리 사안을 투자대상 기업에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이드라인 이름 그대로 주주총회를 통해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인 상장기업은 지난 9월 말 기준 313개다. 사실상 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기금은 ‘자본시장의 주인’ 또는 실질적 ‘독점기금’이 된다.
정권이야 잃어도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기업 경영권은 한 번 상실하면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경영권 박탈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없다. 이미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가 미친 기업 파괴력을 목격했고, 국민연금기금의 지침으로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할 소지는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지배구조가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7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최고책임자의 잦은 교체나, 국민 동의가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금운용본부장 임명도 문제다. 정부의 연간 예산보다 큰 기금을 운용한다면 적어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정도는 의무화해야 한다. 그가 국민의 돈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인지 검증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는 마치 고양이가 생선이 아닌 호랑이를 물고 다니는 것 같은 모양새다.
국민연금기금 위탁운용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데 이들 회사의 경영진이 올바른 국가관과 기업관을 갖고 있고, 국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아무리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가 합리적이라고 해도 위탁회사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부도덕하다면 기업들에 ‘하이에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왜곡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이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조성됐지만, 이 두 주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국민연금기금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복지부 소관의 국민연금법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는 복지에 모든 정책수단을 맞출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도 사실상 이 범주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게다가 국민연금기금의 존재는 이미 국민복지의 개념을 넘어 자본시장과 국가경제 그리고 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경제 비전과 직접적 부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실질적 운용을 복지정책 수단에 머물러 있는 국민연금법상의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은 수익률 극대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와 같이 거대 공적연금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캐나다, 일본 등도 공적연금제도와 기금의 지배구조를 완전히 분리해 놓고 있다.
이제는 국민연금법에서 국민연금기금 관련 조항을 분리하고 다듬어 ‘국민연금기금법’(가칭)을 제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기관, 운용책임자, 운용지배구조 및 기금운용 가이드라인까지도 투명하게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