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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교훈, 정부는 끝내 외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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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권 침해 논란 이어 '보유세 폭탄'까지 예고한 정부
    대출·세제 망라한 反시장 정책은 '규제의 역설'만 강화
    '오기와 독선' 접고 '순리와 경청'으로 근본 해법 내놔야
    국토교통부가 고가주택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내놨다. 가격이 높을수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반영률)을 끌어올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확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금지 등 초강력 세제·대출·청약 규제책인 ‘12·16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고가주택 보유세 폭탄’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서울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 다주택자는 보유세가 50% 이상 최고 300%, 상당수 1주택자도 보유세 상한(1주택자 연 50%) 가까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면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등 공시가격이 기준이 되는 60여 가지 각종 세금과 부담금도 덩달아 크게 오른다. 정부는 ‘투기 억제’와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자소득과 연금 등에 의존하는 1주택 은퇴자들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부담금 인상은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돼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년 반 동안 1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40%나 폭등했다. 재건축 규제, 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중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한결같이 반(反)시장적인 대책들이 주택시장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한 탓이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 탓에 규제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규제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 급등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공급 급감 전망, 자사고 폐지와 대학입시 정시모집 확대 등의 정책 엇박자가 맞물린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집값 급등의 주된 원인을 ‘투기’로 보고, ‘강남=투기 진원지’라는 그릇된 인식에 사로잡혀 부동산 시장을 ‘제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시장 왜곡은 심화될 뿐이다. 정공법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란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오기와 독선으로 ‘강남 때려잡기’에 집착하는 한 어떤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제대로 효과를 낼 리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시장과 맞선 정책이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친서민’을 표방하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서민의 주거 안정일 것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시장 요구에 맞춰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용적률 규제를 풀면 주택 공급이 크게 늘고 임대주택도 더 많이 건설할 수 있다.

    재건축·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면 건설 분야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등 연관산업에서 서민 일자리도 생겨날 수 있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오지에 도로를 건설하는 등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혈세를 뿌리지 않고도 건실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헛바퀴만 돌려 부작용을 양산해 온 반시장적인 정책을 접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근본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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