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至楚北行의 경제, 바로 세워야
2019년 정부의 행태는 지초북행(至楚北行)으로 요약된다. 지초북행은 ‘남쪽의 초나라에 가려고 하면서 북쪽으로 간다’는 말이다. 이 말은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조(趙)나라 수도를 공격하려 할 때 계릉(季陵)이라는 신하가 왕에게 조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천하 제후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것과 정반대 방향이라고 직언한 고사에서 나왔다.

정부는 공정, 정의, 평등, 격차 해소를 한다면서 지나친 친노조 정책,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법인세 인상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들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정, 정의, 평등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졌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격차도 더 벌어졌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달리 경제성장률은 지속 하락했고 폐업하는 자영업자와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났다. 집값 잡겠다고 종합부동산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폭등했다.

지초북행의 행태는 복지정책에도 내포돼 있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 예산 증액 중에서도 복지 관련 지출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복지 지출 증가에 대해 으레 내세우는 지향점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다. 이들 나라는 복지제도가 잘 돼 있으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모두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10위권에 든다. 최저임금 역시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한다. 정부가 강제로 최저임금을 밀어붙이고 각종 규제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사실을 감춘 채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로 가는 길이다.

복지국가를 추구했던 북유럽 국가들은 성장동력을 상실해 곤경을 겪다가 복지국가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나서야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았다. 스웨덴을 보자. 1870~1970년 한 세기 동안 스웨덴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개방적인 무역, 자유로운 기업 활동, 사회간접자본과 인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 시기 스웨덴 경제의 특징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광범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자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며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3년간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보였다. 경제 침체를 겪은 스웨덴은 구조개혁을 하며 세금을 인하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1994년 이후 경제 성장률이 커지기 시작해 지금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북유럽 사회가 광범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번영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유시장경제 제도 안에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뒤 복지를 늘렸다. 그러다가 경제가 쇠퇴하자 복지를 줄여가며 다시 경제를 개혁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 정의, 격차 해소는 오히려 시장경제에서 더 잘 이뤄진다. 시장경제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거래에서 서로 이익을 얻기 때문에 공정하다. 재산 형성에 공헌하지 않은 사람에게 재산권을 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재산 형성에 공헌한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는 시장경제는 근본적으로 정의롭다.

또 시장경제체제에 가까울수록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 성장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대적 빈곤도 줄어든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반면 분배를 강조해 정부가 소득의 이전을 적극 추진한 경우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는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나빠진다. 이런 사실은 시장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공평한 분배에 이르는 길임을 증명한다.

정부가 정말로 공정, 정의, 평등, 격차 해소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면 시장을 존중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 개입과 간섭이 심해질수록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올해도 다 갔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정책 방향이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